Home > 커뮤니티 > 이한청
이한청 기림풍운(棋林風雲)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카쯔커 - 卡子哥”, “ 카황-卡皇” - 변상일을 생각하며
2023-03-15 오전 10:25 조회 5129추천 7   프린트|스크랩

기림풍운(棋林風雲)-번외 2편> “카쯔커 - 卡子哥”, “ 카황-卡皇” 변상일을 생각하며


1

 

  변상일은 2022년 11월 4일 제27회 삼성배 4강전에서 최정을 맞아 패배하면서 팬들의 지적을 받았다.

  솔직히 인정하는데 당시 나 자신도 변상일의 행위를 비난했었다.

  변상일의 자책, 자해 행위가 비난을 받을 행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공개된 자리에서 일류기사가 할 행동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최정과의 승부, 그리고 패배는 뼈가 저릴 정도로 아팠을 것이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고통과 분노에 변상일은 자책을 했고, 눈물을 쏟았고, 자해를 했다.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던 것이다.

  남 생각을 할 형편이 아니었을 것이다.

  좋게 해석하면 변상일은 내재된 감정을 숨기지 않는 솔직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연민이 가는 면도 있었지만, 볼성사납다는 관점에 대해서도 비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당시 변상일의 분노는 상당히 복합적인 감정의 결과로 표출됐을 것이다.


  변상일은 최정을 처음 만난 2015년 이후 5연승 중이었고, 2022년 11월 랭킹은 변상일이 2위, 최정이 27위였다.

  자료가 보여주는 변상일과 최정의 차이는 컸다.

  하지만 승부는 풍운과 같아 기세를 타면 실력 이상의 실력을 보이기도 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역전 시키기도 한다.

  승부엔 섬세하고, 치밀한 여러 요소들이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최정은 절정의 흐름을 타고 있었다.

  미친 듯이 이기고 있었다.

  기림(棋林)엔 인지로는 예측할 수 없는 풍운(風雲)이 있어, 영웅이 탄생하고, 신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최정은 32강 - 사다 아쓰시 7단(일본), 16강 - 이치리키 료 9단(일본), 8강 - 양딩신 9단(중국)을 꺽고 4강에 오른다.

  질풍노도와 같은 기세로 변상일과 마주했던 것이다.

  변상일은 미리 준비를 해야 했고,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승부에 임해야 했다.

  승부 후 최정이 말한다.


  - 지금 진짜 좀 현실감이 없다. 최근 2주간 제가 ‘좀 미친 게 하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선 냉철한 이성과 정확한 판단을 바탕으로 냉정하게 승부를 진행해야 하는데, 기분이나 감정을 앞세워 완력으로 억눌러서 제압하고자 하면 뜻대로 잘 안 되는 법이다.


  변상일은 최정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으로 판단된다.

  최정은 수많은 승부를 통해 성장하고 있었다.

  변상일이 5연승을 거둘 당시의 최정이 아니었던 것이다.

  최정의 바둑엔 ‘질김’이 있다.

  최정은 기다림의 기나긴 인내 속에서 반격할 냉혹한 암수를 준비한다.

  결정적인 시기가 오면, 즉 상대의 방심, 안일로 인한 완착이나, 실착이 나오면 번개같이 승부를 낚아채 버린다.

  이 승부에서 변상일은 약한 최정에게 당한 것이 아니다.

  당한 것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변상일은 이미 기림 최정상의 상승 무공을 연마한 최정의 실력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그에 대응하는 준비와 자세가 부족했던 것이다.

  16강에서 이치리키 료 9단은 최정의 독수에 좋았던 승부를 내려놓았다.

  변상일은 그 바둑을 신중히 살펴보고 준비함이 마땅했다.

  그랬다면 분노의 눈물을 흘리면서 자책의 자학을 가하는 가혹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2


  일반인이 ‘변상일의 바둑’, 혹은 ‘변상일의 기력’, ‘변상일의 약점’ 등을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다.

  다만 기림의 호한들이 변상일의 바둑을 보고 느끼는 감상을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중국 체단주보의 기자 사예(谢锐)의 글이 날카롭다.

  변상일의 문제점, 단점에 더하여, 한계까지 명확하게 지적하면서 값진 충고를 보탠다.

  한국인이 말하면 괜한 시비거리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중국인이 하는 말이니 필요하면 귀담아듣고, 필요 없으면 내뱉아 버리면 될 것이다.


  나는 오로바둑을 두는 까닭에 한게임 바둑이나, 타이젬 바둑 쪽은 조금 어둡기에 변상일이 중국팬들에게 “카쯔커-卡子哥”, "카황(卡皇)"이라고 불리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사예는 이 호칭이 ‘바둑팬들이 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말해준다’라는 전제로 예의를 차리면서 글을 시작한다.

  더하여 변상일의 별명 한 가지를 더 소개한다.

  그것은 ‘한국노모(韓國勞模)’다.

  이 별명은 ‘여러 바둑사이트에는 그가 마치 일벌처럼 바쁘게 바둑을 두는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예는 변상일이 중국 고수들과 밤낮으로 함께 연습 바둑을 두는데, 대국수가 많고, 정력이 왕성해서 정말 최고(?)라고 평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변상일은 공인된 가장 신뢰할 수 없는 기사로 꼽힌다.’라는 부정적인 내용으로 전개되는데 그 이유가 조금은 항당하기도 하다.

 

  - 그것은 바로 인터넷 대국 과정에서 지나치게 마음대로 둔다는 것이다. 그는 자주 국면이 대치되고 승부가 아직 나지 않았는데 돌연 돌을 던지기도 하고, 혹은 이상하게 시간패를 당하기도 한다.


인터넷상에서 이러한 행위는 비매너로 비난과 지탄을 받게 되는데 일부는 다음과 같이 해명이 된다.


   - 변상일은 한쪽 귀의 청력을 상해서, 자주 컴퓨터에서 초읽기 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여 시간패를 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기사에서 사예가 말 하고자 하는 핵심은 ‘변상일은 대국 과정에서 손 빠르게 두는 것이 이미 습관화되었다. 세계대회에서도 그것을 고치지 못했다.’라는 말로 정리된다.

  사예는 그 사례로 2022년 삼성배준결승에서 만난 최정 9단과 대국을 제시하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통렬하다.

  변상일은 중반전투과정에서 감각에 의존하여 '끼우는' 수를 두었고, 결국은 그 판을 지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라는 것이다.

  감각에 의존하여 둔 '끼우는' 수가 패착이 되고 만 것이다.

  초속기 바둑은 감각에 의존하는 수를 많이 두게 된다.

  그런데 감각에 의존하는 수는 정확할 수가 없다.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인터넷 초속기(10초 한 수) 연습 바둑에서 숙련된 감각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순간 ‘냉정한 이성과 정밀한 계산’은 사라져버리게 된다.

  감각이 어찌 초고수들의 ‘예지와 치밀한 판단’을 앞설 수 있겠는가!



  다시 3개월 뒤 이와 유사한 사례가 또 등장한다.

 

  - 농심배 제13국에서 크게 우세하던 변상일은 다시 손 빠르게 두는 수를 두었고, 몇 수만에 90%가 넘던 승률이 한 자리 수로 떨어져 버렸다.

 

  사예의 결론은 이렇다.


  - 변상일의 ‘손 빠른 수’가 습관이 된 것은 아마도 일년내내 인터넷에서 대국을 하던 습관 때문일 것이다. 매일 인터넷에서 대국을 하면서 각종 모양에 대하여 익숙한 정도는 마치 근육이 기억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초속기대국은 어쩔 수 없이 손이 쉽게 나가거나, 장고를 하기 힘들어지는 폐단을 낳게 된다. 삼성배에서 최정과의 바둑이든, 농심배에서 구쯔하오와의 바둑이든 변상일은 모두 자신이 ‘손 빠르게 둔 수’로 인해 큰 댓가를 치러야 했다. 이것은 뺨을 몇 번 때린다고 해결될 수 있는 ‘고질병’이 아니다.

  -이상 ‘shanghaicrab’님 해석 인용 – 중국 관련 ‘좋은 블로그’로 추천합니다.

 

  예리하고, 신랄하지 않은가!

  변상일은 기력 향상을 위해 애용하는 인터넷 대국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손이 쉽게 나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기림에서 변상일의 위치가 다음과 같이 결정된다. 

 이 부분 정말로 가슴이 아프다.

 

  - (변상일은) 일류 고수의 반열에 올랐지만, 최정상급과는 시종 지척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만년 2위'로.

 

​    - 구쯔하오가 박정환의 2연승을 끝낸 후, 어떤 바둑 팬은 인터넷에서 변상일이 '증정품'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고, 불행히도 그 말이 들어맞았다. 변상일은 손 빠르게 두는 폐단을 버리지 않는 한, 만년 2등의 지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증정품’, ‘만년 2위’, ‘만년 2등’이라는 사예의 지적은 모욕적이이고, 뼛속이 저리도록 아프지만, 숙고할 만하다.

  변상일이 갖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고 있는 까닭이다.

  변상일의 이러한 ‘고질병’은 몇 방울 눈물, 혹은 몇 대의 뺨 때리기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3



  农心杯“카쯔커-卡子哥”居然是赠品?这届棋迷有点损

  - 농심배 ‘카쯔커’가 증정품이라니? 이 바둑 팬은 좀 악랄하다.

 

  사예의 글은 구구절절 옳고, 사리에 맞고, 금과옥조로 삼을만 하지만 내용은 독하고, 사납고, 가혹하다.

  폐부를 찌른다.

  기림(棋林)에선 ‘지척의 거리’가 천 리, 만 리가 될 수도 있고, 히말라야를 오르고, 넘는 것보다 힘들 수도 있다.

  종이 한 장 차이가 천 근보다 무겁고, 클 수도 있고, 눈 한 번 깜짝할 차이가 천만년보다도 길 수가 있다.

  초절정의 위치에서는 시공의 감각이 달라진다.

  그래서 정상과의 차이가 미세하다고 해도, 극복하기가 그렇게나 어렵고, 힘이 드는 것이다.


  해결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신의 습관을 고치고, 또 고치고, 또또 고치는 것이다.

  그것은 지고 지더라도, 이길 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두는 것이다.

  언젠가는 나쁜 습관이 고쳐지고 이기게 될 것이다.

  ‘증정품 - 赠品’이면 어떻고, ‘만년 2등 - 万年老二’이면 어떤가!

  서봉수를 보라!

  조훈현과 372번을 싸워 252번을 지고 120번을 이겼다.

  승률 32.6%!

  상처와 선혈이 그득한 이 기록 속엔 서봉수의 고뇌와 인내, 좌절과 절망, 그리고 환희와 행복이 철철 넘쳐흐른다.

  서봉수는 싸우고, 또 싸웠다. 지고, 또 졌다.

  252번을 찔리고, 120번을 찔렀다.

  승부사는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승부사는 싸우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근일 변상일이 겪은 몇 번의 뼈저린 패배가 영육에 각인되어 훗날 더 큰 승리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변상일에겐 승리를 ‘쥐어잡는 힘’이 필요하다.

  승부를 ‘결정짓는 힘’이 필요하다.

  마지막 한 치를 넘어서서 정상에 이르는 ‘결정적인 힘’은 변상일의 가슴 속에 숨겨져 있다.

  그렇다.

  변상일 자신이 바로 이 모든 일의 근원이고, 문제 해결의 원점인 것이다!


  변상일은 영기(靈氣)가 충만하다.

  기재가 범인을 초월한다.

  오늘, 한국바둑의 위상을 세계만방에 떨치게 해주고 있는 최고의 전사 중 한 사람이다.

  나아가 한국바둑의 발전에 기여할 참으로 소중한 존재다.

  우리는 변상일이 원대한 포부와 기개를 펼칠 수 있도록 성원해야 한다.


  변상일은 사도(邪道)라고 할 변칙(變則), 기법(奇法), 이술(異術), 속독전(速度戰) 등등은 기림의 하수, 잡배들이 설치는 인터넷 바둑에서는 통할지 모르나 초절정 고수들의 정통 무대에서는 잘 먹히질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변상일은 정도(正道)로 나아가 정법(正法)으로 싸워 정상에 올라야 한다.

  신중하고, 사려 깊고, 인내심이 강한 초절정 고수를 상대로 승리하려면 더 신중하고, 더 고뇌하고, 더 극기하면서 싸워야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오는 법이다.

  그곳은 ‘대략, 대강, 이 정도면 되겠지’하는 따위의 허술함이 통하지 않는 치밀정교한 영역이요, 최상의 경지인 것이다.

  인터넷의 초속기대국을 통해 습관화 된 ‘손 빠른 수’, ‘장고하기가 힘들어지는 폐단’을 극복하지 못하면 변상일에게 내일은 없을 것이다.


  변상일의 귀환을 기대한다.


예고> 기림풍운(棋林風雲)-번외 3편> 이동훈을 기다리며

- "하늘이시여! 이미 주유가 태어났거늘, 어찌하여 제갈량을 태어나게 하십니까?“

- 旣生瑜 何生亮


┃꼬릿글 쓰기
nhsong |  2023-03-15 오후 2:04:01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잘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반쪽사랑 |  2023-03-15 오후 3:29:3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감사 합니다 ^^  
반쪽사랑 |  2023-03-15 오후 3:29:3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감사 합니다 ^^  
금령제 |  2023-03-17 오전 12:12:1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인터넷의 초속기대국을 통해 습관화 된 ‘손 빠른 수’, ‘장고하기가 힘들어지는 폐단’을 극복
하지 못하면 변상일에게 내일은 없을 것이다. 변상일을 분석하고 응원하는 글 변상일은 매
일 하루에 10번씩은 보고 외우며 습관을 고친다면 신진서에 버금가는 기사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뛰어난 글 감살 잘 햇습니다.  
파워학 |  2023-03-26 오전 3:14:3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참으로 좋은글 올려 주셔셔 감사합니다. 바로 제 애기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손빠름에 감각으로 두는 버릇"이 몇십년동안 습관화 되어서, 중요한 대국에서 꼭 떡
수 등장, 상대수 경시, 대충보고 손빼기 등으로 역전타를 수십, 수백번 맞아 왔습니다.
이를 고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지만, 바둑판 앞에 앉으면 그런 다짐은 다 잊고
바둑에 빠져, 빠르게, 감감적으로 두곤 합니다. 정말 고치기 어렵습니다. 서능욱, 정대상프
로도 속기바둑을 고치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아직까지도 못 고치고 속기의 달인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정말 습관화 된 것은 무서운 것 같습니다.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