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림풍운(棋林風雲)15> 제27회 삼성화재배 - 난도참장(亂刀斬將)
4강전 신진서 대 김명훈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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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가(君臨歌)
세상아, 오늘 내 바둑이 약하다고 사람 우습게 보지 마라.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아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심산유곡에 도사(道士)가 있고,
절해고도에 기인(奇人)이 있고,
광막한 사막에 이인(異人)도 있나니
내 정성이 지극하고, 하늘과 인연이 닿는다면
기림보전(棋林寶典)을 얻고,
기림영물(棋林靈物)을 얻어
한 순간에 기림천하를 제패하고,
절대패주(絶對霸主)로 군림하리라.
과거 비밀과 통제의 시대엔 불가능했지만, 오늘과 같은 개방과 자유와 시대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중국의 리쉬안하오(李軒豪) 현상을 보면서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 내용은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둑을 두는 자, 그 누구나 리쉬안하오(李軒豪)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
기회는 균등하다.
알아서 잘 해봐라.
그렇다, 너도 신진서, 리쉬안하오(李軒豪)를 뛰어넘을 수가 있다.
기림제패 후 멋지게 ‘군림가’를 불러라.
그 장쾌하고, 웅혼한 노래를 듣고 싶구나.
세상이 그대를 찬양하고, 따를 것이다.
중국 바둑계에 리쉬안하오(李軒豪)가 출현한 것은 말 그대로 ‘돌연폭발(突然爆發)’이었다.
혜성이 충돌, 굉음과 더불어 찬란한 빛이 쏟아내듯, 그는 중국 바둑계에 갑자기 재등장했다.
마치 용암이 분출(噴出)하듯, 거대한 화염과 연기와 폭발이 그와 함께 했다.
리쉬안하오라는 이름의 뜨겁고, 사나운 용암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려 중국 기림을 덮쳤다.
그런데 이러한 폭발은 환상도, 상상도, 과장도 아닌 명확한 현실이었다.
리쉬안하오와 유사한 사례가 오래전에 중국기림에 있었다.
2009년에서 2010년으로 이어지는 콩지에의 등장과 활약은 광풍노도와 같았다.
평원을 달리는 전설의 명마 적토마(赤兎馬), 오추마(烏騅馬)의 질주와도 같았다.
콩지에가 일으킨 풍운은 천지를 번복시킬 듯 기림에 휘몰아쳤다.
콩지에는 2009년 1월 제 13회 삼성화재배 결승에 진출, 이세돌에게 2-0으로 패배한다.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잘 싸웠다.
애석한 이 준우승은 2년 여에 걸쳐 콩지에가 휘몰고 올 맹렬한 폭풍의 서곡에 불과했다.
2009년 6월 콩지에는 제21회 아시안 컵 속기전에서 강동윤, 이창호, 이세돌을 연파하고 우승, 염원하던 9단이 된다.
2009년 12월 제 14회 삼성화재배에서 처우쥔(邱峻)을 꺾고 대망의 세계챔피언에 오른다.
생애 첫 세계 타이틀이다.
쾌거였다.
2010년 2월 24일 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창호를 제압하고 두 번째 세계 챔피언에 오른다.
2010년 6월 아시안컵 2연패를 달성한다.
2010년 7월 제23회 후지쯔배에서 우승한다.
그의 진군을 막을 기사 없었다.
콩지에 대한 평은 간결하지만, 매우 의미심장하다.
- 전성기에 대장풍도(大將風度)가 있어, 승리 후 당당정정(堂堂正正) 했지만, 애석하게도 군림한 기간이 길지 않았다.
孔傑全盛時期有一種大將風度, 獲勝都是堂堂正正, 可惜巓峰期不長
콩지에는 화끈하게 달아올랐다가, 시원하고, 깔끔하게 물러났던 것이다.
이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을 해야 할까?
콩지에에게 하늘이 한시적으로 재주를 허락한 것일까?
아니면 콩지에의 뇌(腦) 속에서 우리가 모르는 무슨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개안(開眼)의 부작용이라고 할, 즉 내가 나의 예화에서 말한 ‘깨달음이 계속이어 지지 못하고 단절되는 일’, 즉 ‘님의 침묵’이 2, 3년 사이에 벌어졌던 것은 아닐까?

어찌 됐든 콩지에와 앞으로 살펴 볼 리쉬안하오의 이야기에는 세계 모든 기사들이 꿈 꾸는 ‘절대 강자를 향한 간절한 소망’이 들어있다.
이 이야기엔 애벌레에서 고치를 거쳐 나비가 태어나듯 환골탈대, 절대 강자로 재탄생하는 기적의 주인공이 누구든지 될 수 있다는 ‘현실화된 상상’이 담겨 있다.
콩지에의 현상은 논리적,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리쉬안하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원인과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까닭이다.
리쉬안하오는 기림의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비급과 영약과 보검을 실제로 구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그렇다면 리쉬안하오는 기림에서 만인이 찾고자 하는 어떤 기서(奇書), 보전(寶典)을 얻었고, 영단, 영약, 영물을 구했으며, 명검, 명도를 찾아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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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을 갖고 단정하는데 리쉬안하오는 ‘천하제일의 귀물(鬼物)’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그 귀물은 천심절벽 아래나, 고산준령 속 깊이 숨겨져 있지도 않았고, 구중궁궐 심처나, 지하뇌옥 속 깊이 감춰져 있지도 않았다.
누구나 볼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세상 모든 곳에 훤하게 드러나 있었다.
구음,구양진경, 규화보전 등과 맞먹는 리시안하오의 진산기보(珍山奇寶)는 바로 AI 바둑 프로그램 ‘절예(絶藝)’였다.
리시안하오에게 특별한 행운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중국이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 ‘절예(絶藝)’를 아무런 제한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 행운은 작지 않다.
중국 기원의 AI 바둑 프로그램 최신판 ‘절예(絶藝)’는 이 분야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중국 기원은 ‘절예(絶藝)’의 최신 버전은 오직 자국 기사에게만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은 ‘절예(絶藝)’를 사용할 수가 없는 한국, 일본기사들이 상당히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음 알려준다.
앞으로 바둑은 개인 대 개인의 대결에서 벗어나, 국가 대 국가, 나아가 진영 대 진영의 승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AI 바둑 프로그램의 성능 차이는 프로기사의 실력 향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기림(棋林)도 결코 공평무사한 세계는 아니다.
기회가 평등한 세계도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 2022년 6월 22일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의 ‘중국 AI 프로그램 빌려 쓰는 한국 대표팀, 바둑의 미래는?’라는 기사에서 국가대표팀 박정상 코치가 한 말을 본다.
"중국엔 골락시나 절예 등 강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있다. 중국의 절예 같은 경우에는 중국 국가대표팀에만 소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인공지능이 강해져서 이제 우리 국가대표팀에도 그런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표팀 같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 인공지능 오픈 소스로 되어 있는 카타고라든가 이제 중국의 골락시를 사용을 해서 훈련을 많이 진행 하고 있다. 한국의 인공지능이 중국의 인공지능을 따라잡는 좋은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
이어 김용석 기자는 ‘한국 남자 대표팀은 중국 골락시와 미국 프로그램인 카타고를 쓰고 있다. 골락시의 경우 돈을 내고 빌려 쓰고 있으며 카타고는 누구나 쓸수 있는 오픈소스다.’라고 밝힌다.
한국의 경우 AI 바둑프로그램과 관련해서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향후 기림을 포함해서, 인류가 활동하는 거의 모든 영역을 AI가 주도해나갈 것이다.
알파고는 바둑의 영역이 좁다고, 이미 그 한계까지 도달했다고 단언하면서, 개발을 멈추고 2017년 5월 기림을 떠났다.
여기서 '알파고 제로'가 이른 수위를 살펴본다.
김진호 ETRI 기술기획부 기술기획전문위원의 ‘알파고 은퇴 후 컴퓨터 바둑 현황에 의하면’ 알파고(AlphaGoLee)의 알고리즘은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MCTS, Monte Carlo Tree Search)과 컨볼루션 신경망(CNN, Convolutional Neural-Net)과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통한 딥러닝(Deep-Learning) 방식이 적용되었다고 한다.
알파고제로(AlphaGoZero)는 CNN 대신 ResNet(Residual Network)을 사용했고, 정책망과 가치망을 통합해 단순화시켜 바둑 프로그램에 적용해서 프로기사를 능가하는 결과를 내었다.
알파고제로(AlphaGoZero)는 ‘Elo (Elo Rating System - 엘로 평점 시스템) 레이팅’이 5,185에 도달했는데,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는 Elo 점수가 3,739였고, 프로기사는 대략 3천대 초중반의 점수를 보인다.
Elo 점수가 4백~5백 차이날 때 기력 차이가 대략 일점차인데. 최고수준의 프로기사 점수를 3,500로 추정하면, 알파고제로와 1,685점 차이가 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알파고와 프로기사 사이에는 3점 이상의 기량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록 알파고는 떠났지만 절예(絶藝), 머틀고(MyrtleGo,采薇), 이지스고(izisGo,隱智), 톈고(TianGo,天狗), 이러고(Yilego), 차오란고(ChaoRanGo), 릴라제로(leela zero), 골락시(GOLAXY, 星阵), 돌바람, 카타고(오픈 소스) 등등의 AI 바둑프로그램이 개발, 보완, 발전하면서 우열을 다투고 있다.
많은 기사들이 이러한 AI 바둑 프로그램으로 공부도 하고, 연구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익힌 실력을 실전에서 활용한다.
인간이 AI 바둑프로그램을 100% 따라 갈 순 없지만, 블루 스팟의 적중율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현실 상황에서 AI 바둑 프로그램을 이용한 실력향상(학습)은 모든 프로기사에게 필수적인 일로 자리잡고 있다.
누가 최고의 AI 바둑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가에 따라서 승부가 결정날 수도 있는 것이다.
당연히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 것도 안 된다.
AI 바둑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기법, 수법, 한 수 한 수에 대한 가치판단, 시시각각의 상황 인식 등등을 자기화해서 자유자재로 응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상대를 이길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AI 바둑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는 암기, 반복, 흉내만으로는 안 된다.
AI 바둑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수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 소화하고, 자신에게 맞게 재창조해서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AI 바둑 프로그램이 ‘수학적 논리와 계산’으로 이루어낸 결과를 인간은 감각과 직관, 그리고 사유를 통해 자기화, 육화(肉化),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쉬안하오(李軒豪)는 ‘절예’에 대한 이해력, 적응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절예’가 제시하는 방향에 맞게, 높은 수준의 바둑을 둔다는 의미다.
그리고 2022년 갑조리그에서 리쉬안하오는 이런 경지에 오른 듯 엄청난, 가히 폭발적인 성적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놀라운 비약, 감동적인 약진 뒤엔 어둡고, 암울한 그림자가 낮고,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맨처음 공식적으로 그 그림자를 밟은 사람은 바로 중국의 일인자 커제(柯洁) 9단이었다.
커제는 리시안하오의 위험한 실체를 감각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리시안하오와의 바둑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그래서 입으로는 꼬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난맥, 암류, 암벽이 있어서 넘기가 쉽지 않았다.
커제는 고수라 그것을 살갗에 돋는 소름으로 '다가 오는 위험의 실체'를 거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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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기림풍운(棋林風雲)15> 제27회 삼성화재배 - 난도참장(亂刀斬將)
4강전 신진서 대 김명훈 - 3
- 커제의 의혹 제기와 중국기원, 중국인의 반응, 그리고 양딩신의 폭발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