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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청 기림풍운(棋林風雲)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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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림풍운(棋林風雲)14> 제27회 삼성화재배 - 난도참장(亂刀斬將)
2022-12-26 오전 8:28 조회 3977추천 7   프린트|스크랩

기림풍운(棋林風雲)14> 제27회 삼성화재배 - 난도참장(亂刀斬將)
4강전 신진서 대 김명훈 - 1

 
  1
  김명훈은 신진서에게 난적에 속한다.
  신진서에게 몇몇 까다로운 적수가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김명훈이다.
  신진서와 김명훈이 4강에서 한 판의 승부를 벌인다.
  이제 고지에 가까이 이르렀다.
  김명훈은 자신의 바둑의 크기를 비약적으로 키울 수 있는 크고 멋진 승부처에 이른 것이다.
  큰 것이 걸린 큰 무대에서, 큰 승부를 해야지만, 더욱 크게 성장할 수가 있는 법이다.
  지금부터는 노는 물이 달라지는 것이다.
  김명훈으로서는 늦은 감이 있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었다.
  32강에서 리쉬안하오, 16강에서 탕웨이싱, 8강에서 김지석이라는 대협곡, 큰 강, 큰 산을 넘었다.
  김명훈의 진격은 참으로 당찼다.
  당당히 한중 명장들을 꺾고 4강에 올랐으니 말이다.
  그리고 4강에서 만난 신진서는 당금 세계 바둑 제일인자로 그와는 한 번의 대국 기회를 갖는 것조차 쉽지 않은, 말 그대로 ‘구름 위의 존재’가 아닌가!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삼성배에 출전, 일기당천의 기세로 4강에 진출하면서 마침내 신진서를 만나 한 단계 더 높이 비약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잡은 김명훈의 약진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다 할 것이다.
  인간에겐 인생 반전의 기회, 도약의 기회, 해오(解悟)의 기회, 득도(得道), 해탈(解脫), 각성(覺醒)의 오묘한 기회가 주어진다.
  그 순간, 그 찰나에 그 무엇인 가를 깨우치면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나갈 수가 있다.
  현실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기회를 평생 동안 얻지 못한다.

  
   나는 고3을 마무리하는 열 여덟, 아홉 그 언저리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글자로만 ‘유마경(維摩經)’을 읽어 나가다가 한 번 화들짝, 크게 놀란 적이 있었다.
  책이 거의 끝날 무렵, 그 어느 한 순간, 위에서 아래로 적힌(당시 대부분의 책이 세로로 글자를 배열해서 인쇄했음), 바로 그 ‘유마(維摩)의 일묵(一黙)’이 내 머리 속에서, 예로부터 전해오는 말 그대로 천둥, 번개가, 뇌성벽력(雷聲霹靂)이 터지고, 내려꽂히듯 ‘펑펑펑’ 작렬해버렸던 것이다.
  나는 불교에 무지했다.
  상식선에서 불교개론(한 권은 ‘이기영’님의 불교개론 - 명저로 일독을 권한다) 두 서너 권하고, 경전, 선종 관련 책 대여섯 권을 읽은 것이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유마의 오묘, 심오, 절묘함은 내 무지함과 천성의 우둔함마저 쪼개고, 깨부셔버리고, 통쾌, 상쾌, 명쾌한 ‘무궁궁무(無窮窮無) 통달달통(通達達通)’의 경지를 내게 반짝, 살짝 보여줬던 것이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한참 동안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런데 나는 거기서 단 한 치, 아니 반 치도 더 나아가질 못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뒤도 안 돌아보고 무조건 산 속으로 뛰어들어 가거나, 맨발로 거친 광야를 찾아나서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어디 생각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 나는 나중에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한 번 어설피 온 깨달음의 경지가 다시 오지 않는 것(님(깨달음)의 침묵)에 대한 안타까움, 기다림, 슬픔의 시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었다.
  나는 세속의 욕망이 너무 강하고, 또 세속의 잡다함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술 퍼 마시고, 추리소설과 무협소설에 빠지고, 산행에 넋이 나가서 정도(正道)를 잃어버렸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는 가정을 꾸리고,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발버둥을 쳐댔다.
  그 소중한 ‘유마경’의 말씀만 헛되게 했던 것이다.
  걸린 것이 큰, 이번 승부에서 김명훈이 잘 깨우쳐 한 단계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완벽하게 살리길 바라는 뜻에서 지난날의 췌사(贅辭)를 보탠 것이니 독자 제현께서는 이해하시라.


  김명훈은 신진서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측에 속한다.
  그것은 신진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둘은 세 살 차이로 서로 잘 아는 사이라니까 하는 말이다.
  외부에서 잘 모르는 친분이 있는 것이다.
  신진서도 국후에 김명훈과의 바둑이 매우 어려웠다고 말하고 있다.
  김명훈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원석과도 같은 강자인 것이다.
  둘 사이의 전적이 이 말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신진서가 5승 3패로 앞서 있지만 김명훈도 3승을 거두고 있다.
  실력이 있는 것이다.
  김명훈이 언제가 활짝 피어나 천하에 위명을 떨치길 기대한다.
  신진서와 김명훈의 일국은 ‘김명훈의 개안(開眼)’을 주제로 이야기해 나가고자 한다.
  
  2
  김명훈은 첫출발 점에서 만난 리쉬안하오(李軒豪)를 잘 넘었다.
  김명훈이 32강에서 만난 리쉬안하오(李軒豪)는 2022년 9월, 그리고 12월 현재 중국 랭킹 2위의 초강자다.
  2022년 10월 삼성배에서 커제와 리쉬안하오(李軒豪)의 초반 탈락은 중국 바둑에 큰 상처를 줬다.
  중국 바둑의 큰 기대를 받으면서 출전한 기사들이었던 것이다.
  리쉬안하오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특이한 이력을 알면 매우 주의해서 상대해야 할 기사임을 알게 된다.
  리쉬안하오(李軒豪)의 이야기는 앞서 각성(覺性), 개안(開眼)을 주제로 한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특별히 소개한다.
 
  내가 김명훈의 32강을 강조하는 것은 리쉬안하오(李軒豪) 때문이다.
  김명훈이 리쉬안하오를 알고 넘었든, 모르고 넘었든 대단한 강자를 극복한 것이다.
  리쉬안하오는 그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기사다.
  하지만 어느 한 순간에 리쉬안하오(李軒豪)에 대한 모든 것이, 즉 실력, 인식, 평가 등이 손바닥 뒤집듯이 달라져버렸다.
  중국에서는 리쉬안하오(李軒豪)를 신진서의 ‘신공지능(申工知能)’이라는 호칭과 비교해서 얼마 전부터 ‘헌공지혜(軒工智慧), 헌공지능(軒工知能)’이라고 격을 높여서 부르고 있다.
  리쉬안하오를 신진서와 대등한 반열에 올려놓고, 신진서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리쉬안하오에 대한 중국인의 열망은 크다.
  그리고 그것은 허세가 아니라, ‘명확한 실체’가 있다.
  2022년 리쉬안하오는 중국 갑조 리그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둔다.
  신진서에 비견될만한, 아니 신진서를 상회하는 뛰어난 성적을 사람들의 눈 앞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022년 갑조리그에서 그의 성적은 90%에 근접한다.
  중위급 기사가 어느 날 갑자기 최상위급으로 급부상, 중국 랭킹 2위에 랭크 되는 일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리쉬안하오(李軒豪)의 쾌속, 맹렬, 무적의 통쾌무쌍한 돌진은 ‘쾌속굴기(快速崛起-갑자기 솟구쳐올랐다)’, ‘돌연폭발(突然爆發)’, ‘돌연개규(突然開竅-돌연 정신이 번쩍들다.)’, 화산폭발(火山爆發) 등등의 간담이 서늘한 말로 묘사된다.
  2021, 22년 사이에 지극히 평범했던 한 기사가, 상상을 초월하는 비범한 재능을 발휘하며 중국 바둑을 한 순간에 석권해버린 것이다.
  바로 무림의 대가 와룡생의 일대 명작이라할 ‘군협지(群俠誌-중국명 ’옥차맹(玉叉盟))‘에서 주인공 서원평이 혜공대사에게 하룻밤 동안 무공을 구두로 전수받고 무림의 초일류고수가 되어 무림을 주도하게 된 것과 매우 유사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참으로 상쾌하고, 통쾌하지 않은가!
  그리고 궁금하지 않은가!
  더하여 왜 나한테는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가를 묻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불과 몇 년, 몇 개월 사이에 리쉬안하오(李軒豪)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리쉬안하오(李軒豪)의 케이스는 참으로 황홀하고, 휘황찬란해서 언젠가, 어떻게든 우리 기사들과 팬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오로에 ‘기림풍운’을 쓰다가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개인 사정으로 중단을 해서 퍽 아쉬웠는데, 2022년 삼성배를 관전하면서 ‘마음의 빚’을 털어내자는 생각으로 무겁고, 고단한 몸으로 짚신을 꿰어 신고, 지팡이 들고 나서게 되었다.
  더불어 사이버 오로의 커뮤니티 ‘나도 작가 게시판’에 뛰어난 작가들이 뭉개구름처럼 몰려들고, 기림의 영재와 이인기인(異人奇人)들로 넘쳤던 그 시절이 그리워 ‘꽃잎 한 조각이라도 흐르는 냇물에 던지고 보자는 마음’으로 나서게 되었다.
  바람에 날리는 꽃 잎 한 장이, 물을 따라 대해로 흘러가는 그 꽃잎 한 장이 ‘거대한 풍운(風雲)의 단초(端初)’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 느긋이 기다리면서, 천천히 가볼 생각이다.
  오늘, 중국의 대중들은 ‘木秀於林 風必摧之(숲 속의 나무가 빼어나면 바람이 필히 꺽으려 든다.)’라는 말을 내걸고 리쉬안하오(李軒豪)를 각별히 보호를 하면서 어마어마한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일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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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song |  2022-12-26 오전 10:53:2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 사연 자못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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