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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청 기림풍운(棋林風雲)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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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림풍운(棋林風雲)13> 제27회 삼성화재배 - 난도참장(亂刀斬將)
2022-12-16 오후 10:31 조회 4766추천 6   프린트|스크랩
기림풍운(棋林風雲)13> 제27회 삼성화재배 - 난도참장(亂刀斬將)
- 8강전 최정 대 양딩신 

 

  1
  신진서의 8강전과 더불어 또 한판의 8강전 바둑이 애기가들의 눈길을 끈다.
  최정 대 양딩신.
  루이나이 웨이가 1992년 제2회 잉씨배 4강 진출한 이후 세계 메이저급 대회에서 8강에 이름을 올린 여류기사가 몇 사람이나 될까?
  2022년 제27회 삼성배에서 최정이 상상할 수도 없이 거센 태풍을 몰고 온다.
  최정의 진군은 질풍노도(疾風怒濤)와 같았다.
  일기당천, 천군만마의 숲을 해치고 적장을 향해 달려나간다.
  최정은 32강전에서는 일본의 사다 아쓰시 7단을 이기고, 16강전에서 일본의 이치키리 료를 이겼다. 
  이치키리 료와의 대전은 흥미진진했다.
  이치키리 료는 당금 일본 최고의 기사다.
  최정은 시종 밀렸으나, 용전분투했다.
  최후의 난전 속에서 초읽기에 시달리며 최정은 침착하게 대응, 활로를 열어나갔다.
  반면 이치키리 료는 얽히고설킨 미로 속에서 당황, 헛발을 내딛고, 헛 손질을 하다가 마치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렸다.
  최정의 신승(辛勝).
  이쯤 되면 최정에게 실력에 더해 천운이 함께 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무서운 것은 바람을 타는 것이다.
  바람은 실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내면의 충만함이다, 자신감이다.
  그리고 당당함이요, 기세다. 
  그 위력은 요원의 불길처럼 거세고, 드세다.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
  최정은 양딩신을 꺾고 4강에 진출, 이어 최종 결승에 진출할지도 모른다.
  많은 팬들이 최정의 상승을 기대하며 응원하고 있었다.
  최정의 진격에는 팬들의 보이지 않는 사랑과 격려, 성원 또한 하나의 동력이 됐을 것이다.
  사랑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고, 황홀하다.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극적인 드라마를 현실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2
  여전사(女戰士) 최정의 진격은 제27기 삼성배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오늘 최정의 도전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기림쾌사로 이야기되고, 또 기록될 것이다.
  최정의 승전보는 남성 우위의 기림 계보, 질서, 서열을 무너뜨리는 쾌거로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지금 최정은 여성이 남성과 대등하게 기림의 최강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림 혁신과 새로운 기림 질서의 단초(端初)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기림(棋林)은 남성이 독식해왔다.
  한때 남성의 전유물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기림사에 이름을 올린 수많은 고수들의 면면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서 많은 여성들이 기림에 진출하였고, 남성 못지 않는 강자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기재(棋才)는 일반인들의 고정관념과 달리 누구에게나 공평했던 것이다.


  전설상의 여고수(女高手)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오기도 한다.
  우선 무림에서 군협지 속의 자의 소녀, 천용팔부의 왕어언, 소오강호의 성고 임영영, 백발마녀의 연예상, 오월춘추 속의 월녀(越女), 여사랑 등등은 무협지라는 허구 속의 여성들이지만 남성을 능가하는 총명과 지혜로 무림 지존의 위상을 갖춘 절대 고수로 표현된다.
  이것은 무협 작가들이 여성들의 능력과 자질을 남성들과 동등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인정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기림에도 여성 절대 고수가 등장한다.
  위기십결(圍碁十訣)로 유명한 ‘망우청락집(忘憂淸樂集)’의 저자인 왕적신(王積薪)이 피난 중  경험했다는 바둑 여성 고수인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바둑 최고의 경지에 오른 무명의 절정 고수로 보아도 될 것이다.
  고부(姑婦)가 잠자리에 들어 맹기(盲棋 - 눈을 감고 말로 두는 바둑)로 한 판의 바둑을 두고, 웃으면서 그 결과를 논하고 있으니, 생각할수록 놀라울 뿐이다.
  이 이야기들은 여성이 남성에 뒤지지 않는, 아니 그 이상의 기재(棋才)가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러한 능력은 숨겨져 있거나, 개발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둑과 관련된 여성의 재화(才華)는 남성 우위의 불평등 사회에서 그동안 천대, 소외, 방치되어왔음이 분명하다.
  이제 최정이 그 벽을 허물어버리고, 힘찬 날개를 펄럭이며 창공으로 비상하고자 한다.
  최정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진군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 문이 열리면 그 문은 더욱 넓어질 것이고, 길은 더욱더 평탄해질 것이다.
  최정의 뒤를 따라가 보자.

  3
  양딩신은 1998년 10월 중국 허난성 출신으로 2008년(9세 9개월, 세계최연소기록?) 입단했다.
  2012년 제12회 리코배 우승으로 중국 프로대회 사상 최연소 우승자가 된다.
  2019년 2월 14일 제23회 LG배 세계바둑왕전에서 우승했다.
  양딩신은 다섯 살에 바둑을 배웠다.
  그리고 불과 4년 뒤 입단한다. 재능이 대단했다.
  양딩신은 자신을 ‘바둑을 배운다고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고, 조용한 사람으로 태어났다.
  - “学棋并没有改变我的性格,我生来是比较安静的人。”’고 했다.
  양딩신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지만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양딩신이 기재가 넘치고, 차분하고 조용하며, 신중한 성격의 기사라고 생각하면 무방할 것이다.
  양딩신은 2022년 9월 현재 중국 랭킹 5위, 세계 랭킹은 10월 현재 11위에 올라있다.
  당금, 세계 기림의 초절정 고수로 인정받는 기사인 것이다.
  최정의 한국 랭킹은 10월 현재 30위, 세계 랭킹은 11월 현재 65위다.
  자국내 랭킹 및 세계 랭킹의 차이는 크다. 
  최정은 8강전에서 절정의 대단한 기사를 만났다.


  기림의 승부는 실력으로 판가름이 난다.
  실력이 있는 자는 이기고, 없는 자는 진다.
  기림은 과장과 허식이 통하지 않는 냉정하고, 공정하며, 치열한 세상인 것이다.
  하지만 승부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을 알 수가 있다.
  칼이 길다고 승부에서 무조건 이기는 것은 아니다. 승부에는 칼의 크기나 실력 이상의 무엇인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승부가 실력 대 실력의 정면충돌이라고 할지라도 인간들이 하는 것이라 인간적인 것들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기사의 정신상태, 심리적인 요인, 컨디션(몸의 상태), 기분, 현장 분위기 등등이 어우러지는 것이다.
  승부 속에 다양한 변수가 상존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주변의 바램과 기원, 격려와 기대도 승부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승부가 극점에 이르고, 열기가 뜨거워지면 기사의 정신력, 마음가짐에 더해 승부의 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게 된다.
  최정은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상승기류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힘이 된다.
  최정은 8강에 이르면서 이런저런 제약에서 훨훨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최정은 이미 많은 것을, 그리고 매우 큰 것을 이루었다.
  이제 아무런 부담 없이, 말 그대로 바둑을 즐기면서, 재미있게 승부에 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양딩신에게 한 수 배우는 것이고, 미처 몰랐던 바둑의 새로운 경지를 체험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열어놓으면 승부가 마음의 짐이 아니라, 뭉게구름을 타는 것처럼 부드럽고 가벼워진다.
  손오공의 근두운(筋斗雲)을 빌려 타고 천공을 비행하면서 ‘광활한 기림의 별천지’를 구경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이 최정의 기세를 더해준다.
  집착하면 불안, 초조해지고, 심신이 위축되어 지니고 있던 실력마저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다 털어내고, 다 벗어버리면 심신이 활달해져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되고, 이르지 못하던 곳까지 이룰 수 있게 된다.
  오늘 최정이 이겨야 한다는 욕심만 버리면 더 큰 것을 이룰 수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최정의 ‘팬님’들의 ‘팬심’이 더해진다.
  삼성배 출전 기사 중 그 누구보다도 많은 바둑 팬들의 관심과 사랑과 기대를 받고 있는 기사가 바로 최정이다.
  2022 삼성배 32강전에 여성기사 최정, 권효진, 오유진, 위즈잉, 스미레가 참가, 16강전에 최정, 스미레가 오른다. 그리고 최정만이 8강에 진출한다.
  32강전 사다 아쓰시(일본) 7단, 16강전 이치리키료(일본) 9단을 넘어, 8강전 양딩신(중국) 9단에 이르면서 분위가 고조된다.
  이제 양딩신이라는 이름의 강철 관문을 돌파하면 1992년 제2회 잉씨배에서 루이나이 웨이가 4강에 진출한 기록과 견줄 수 있는 대단한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팬들의 기대와 응원이 그곳을 향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양딩신은 극복하기 어려운 철벽이다.
  프로기사의 실력 차이는 극미하다.
  그 극미함은 더욱더 미세하게 세분되어 있고, 한 등급, 한 눈금의 차이가 철옹성처럼 견고하다.
  특히 세계 랭킹 10위 안의 기사, 그 중에서도 5위 안에 드는 기사의 벽은 두텁고도, 높다.
  최정은 지금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싸워서 무조건 이기길 바랄 뿐이다.


  4
  양딩신의 입장에서 최정은 ‘바둑을 잘 두는 한국의 여류기사’였을 것이다.
  문제는 양딩신이 생각한 ‘바둑을 잘 두는’ 수준이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다.
  최정 흑, 양딩신 백으로 시작된 바둑은 균형을 유지하며 진행되다가 흑75 이후 최정 쪽으로 기울어 큰 변화 없이 마무리된다.
  최정은 미리 많은 집을 챙기고, 백집을 잠식하면서 승부를 결정지어 나간다.
  양딩신에게 거의 기회를 주지 않고, 안전하게 마무리 짓는 솜씨가 일류 수준이다.
  
  최정이 구사하는 검법은 화려하지도, 난해하지도 않다. 
  단순, 간결, 명쾌하다.
  목표물을 향해 정확하게 찌르고, 솔직하게 베어나간다.
  양딩신은 고수답게 가볍게 막고, 안전하게 지키면서 승부의 균형을 유지해나간다.
  허수, 허초로 상대의 눈과 손을 현혹한 다음, 살초를 운용, 적의 급소를 가격하는 게 검술의 기본적인 진행이다.
  이 바둑엔 그런 가수(假手), 허수(虛手), 암수(暗手), 속임수(詐欺手), 허초(虛招)가 거의 없다.
  비중이 큰 승부지만 두 기사가 사용하는 검초는 가볍고, 정직했다.
  승부가 끝나기 전까지 마수(魔重), 귀수(鬼手), 비수(秘手) 등의 중수법은 보기가 어려웠다.
  한 쪽이 경적(輕賊)을 하거나, 한 쪽이 승부를 포기한 경우가 아니면 보기 힘든 평온한 승부가 펼쳐졌던 것이다.

- 진전격적세(進前擊賊勢)
  

  최정은 발도(拔刀) 후, 지검대적세(持劍對敵勢)에서 금계독립세(金鷄獨立勢)로 전환한 다음 후일격세(後一擊勢)로 공격을 가한다. 
  이제 진전격적세(進前擊賊勢)에 이어 맹호은림세(猛虎隱林歲)로 검법이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이 검법은 평범하다 못해 너무 초보적이라 헛웃음을 나오게 한다.
  이런 큰 승부에서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최정이 구사하는 본국검법은 무예도보통지에 기록된 한국의 정통, 기본 검법이다.
  검법을 배우는 초보 단계의 검법으로 ‘진전격적세(進前擊賊勢)’는 검을 머리 위로 치켜올렸다가 한 발짝 내디딤과 동시에 상대를 내려치는 것으로 가장 기본적인 공격 자세에 속한다.
  일본 사츠마(薩摩)의 지겐류(示現流)와 유사하다.
  최정이 지금 출수하는 수들은 검법으로 치면 무예도보통지의 본국검법을 응용하여 자신에게 맞는 형태로 변환하여 상황에 맞게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기본 기술은 단순해도 응용에 따라 천 갈래, 만 갈래로 발전되어 나가는 것이 검법이고, 검술이다.
  그리고 검사(劍士), 전사(戰士)의 재능과 예기(銳氣)에 따라 그 위세가 달라진다.
  내려치기, 손목베기, 허리치기, 찌르기 등의 기본 기술이 수천, 수만 가지의 기술로 바뀌면서 상대에게 펼쳐지는 것이다.
  바둑도 마찬가지다.
  기사의 재능에 따라 수의 위력이 결정된다.

  양딩신은 최정의 우직한 공격에 맞서 청송파의 청풍검법을 빌려와서 응대한다.
  청풍검풍은 가볍고 ,경쾌하며 변화가 많다.
  한 수 한 수 마다 기수(奇手), 묘수(妙手)를 숨기고 있어 상대하기에 매우 까다롭다.
  최정은 흔들림 없이, 예측한 그대로 본국검법 중 맹호은림세로 맞선다.
  본국검법은 동작이 단순하고, 간단, 명료하지만 실전적인 응용력이 높은 검법이다.
  실전에서는 조금이라도 복잡하면 도검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가 없다.


  바둑이 진행되면서 양딩신은 청풍검법을 접고 ‘천하무적의 독고구패(獨孤求敗)의 검법’을 구사하고자 한다.
  독고구패(獨孤求敗)의 검법은 무림 최고의 검법이 분명하지만 배우기가 어렵고(기연(奇緣)이 있어야 한다.), 거대한 내공을 필요로 하는 까닭에 실전에서는 결정적인 상황이 아니면 쉽게 사용할 수가 없다.
  독고구검의 난해함(치명적인 약점일 수도 있다)은 기(技)와 술(術)을 어마어마한 내력(內力), 심후한 내공(內功)이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양딩신이 그러한 조건을 갖추고 독고구검을 시전한다면 최정은 단 일검에 쓰러지고 말 것이다.
  나는 당금 기림에서 무림의 독고구검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기사가 많지 않을 것으로 단정한다.
  독고구검(獨孤九劍)은 오직 진격뿐인 아홉 수에 불과하지만 그 응용법이 너무 섬세하고, 예민하고, 광대무변해서 자칫하면 사용하다가 잊어버리는 수가 허다하다.
  초절정 검법을 구사하다가 잊어버리면 개판, 난장판이 되어버리기 십상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최정이 구사하는 본국검법(本國劍法)은 조선 시대 육군 총사령관으로부터 단위 부대의 대장, 중견 간부, 소대장, 그리고 졸병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사용하는 기본 검법으로 동작이 명확하고, 간단하며, 실전적이라 언제라도 잊어먹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가 있었다.



  운용기법이나, 기법의 오묘함으로는 본국검법이 청풍검법, 독고구패의 검법, 양의검법, 태청검법, 멸절검법, 난피풍검법, 무상겁법, 천풍검법 등등의 유명한 검법을 도저히 따라 갈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을 베어내고, 심장을 찌르고, 머리를 잘라내는 데는 그 어떤 검법보다 효율적이다.
  그 이유가 참으로 명백하다. 
  동작 하나하나가 명료하고, 단순하면서 쉬운 것이다.
  최정은 ‘하합’ 하는 맑은 기합 소리와 함께 기러기가 부리를 내밀듯 안자세(雁姿勢)로 찔러가다가 급히 직부송서세(直符送書歲)로 변화시키더니 다시 발초심사세(撥艸尋蛇勢)로 보법을 변환한다.
  칼을 긋다가 찌르고, 휘두르는 자세가 가볍고, 우아해서 보기에 참 좋다.
  양딩신의 검법은 화려하고 현란해서 상대의 눈을 어지럽히는데, 긴장했던 탓인지 평소와 다르게 강맹함이 다소 부족해서 최정의 직선적인 검법에 맞부딪쳐 가지 못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오직 균형을 유지해나갈 뿐이었다. 
  최정이 보법을 자유자재로 바꾸면서 좌로 돌아 일검을 찌르고, 다시 두 바퀴를 돌아 목을 베어가는데 그 동작이 상큼하고, 시원하면서도 사납고, 날카롭기가 그지없었다.
  다시 최정이 버들잎 허리를 비틀어 돌리며, 반짝이는 은도를 휘둘러 사방으로 밝은 빛을 뿜어내니, 매화 꽃 송이 송이가 허공으로 날리는 듯 하얀 빛의 향연 펄쳐지고 순간적으로 상대가 정신이 어지러워 목표를 잃어버린 채 여기저기다 헛 칼질을 해대며 우왕좌왕, 허둥지둥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이 시점이 바로 양딩신의 백74 부근이다.  
  아래 도표로 승률의 흐름을 살펴보면 양딩신의 백△74 이후 승부가 역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백70 – 56%      흑71 – 44%
   백72 – 57.3%    흑73 – 42.7%
   백74 - 50.7%   흑75 - 56.1%
   백76 – 34.7%    흑77 –66.2%



 

  백74(승률50.7%) 착수 후 최정의 흑75(승률 56.1%) 이후로 양딩신은 한 번도 최정을 앞서지 못한다.
  최정의 방어와 미무리 수준이 매우 탁월함을 보여준다.
  최정이 흑▲113까지 좌하귀를 중심으로 50여 집에 달하는 실리를 확보하고, 좌중앙 말을 무난히 수습해선 승부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최정의 시세를 탄 사나운 기세와 활력이 양딩신의 침착, 평정한 경지를 압도한 일국이었다.
  근두운을 탄 손오공의 초고속 비행을 일류기사라고 해도 저지하기란 쉽지가 않은 것이다.
  최정이 불러일으킨 기림풍운(棋林風雲)이 어느 곳까지 이를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낼지 팬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더하여 나는 최정의 이 강력한 진군이 최정 자신에게 어떤 영향과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내적인 측면에서 심도 깊게 살펴보고자 한다.
  이 관점은 다음 회에 다룰 김명훈과 신진서의 승부에서도 다루게 될 것이다.


  참고> 양딩신은 이 바둑 후 11월 16일 진행된 제24회 LG배 4강전에서 신진서를 이기고 2023년 2월 제23회 LG배 세계바둑왕전 결승전에 진출 딩하오(강동윤에게 승리)와 우승을 다투게 되었다.
  한국 바둑, 세계제일인자 신진서, 그리고 강동윤으로서는 통렬한 일격을 당한 것이다.
  신진서와 강동윤이 운기조식, 내상을 잘 다스리고 기림풍운의 주역으로 활동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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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기림풍운(棋林風雲)14> 제27회 삼성화재배 - 난도참장(亂刀斬將)
         - 4강전 - 신진서 대 김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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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song |  2022-12-19 오전 10:59:0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삽화는 멋있고
글은 더욱 재밋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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