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림풍운(棋林風雲)9> 제27회 삼성화재배 - 난도참장(亂刀斬將)
- 32강전 신진서 대 미위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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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는 불꽃을 숨기고 전개됐다.
양웅의 도검이 부딪히고 있었지만 칼 부딪히는 소리는 숨겨져 있었다.
미위팅의 바둑은 온유하면서도 강인하다.
밀고 밀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기초가 단단하고, 버티는 힘이 강하다.
신진서의 바둑은 예리하면서도 신랄하고, 강인하다.
전광석화와 같이 찌르고, 자르고, 베어나간다.
그 변화 속에 영활함이 번뜩이고, 한 수, 한 수마다 깊은 심지가 내재되어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두 기사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고, 상대의 약점을 노리면서 승부를 유장하게 끌어간다.
미위팅은 1996년 생으로 2007년 입단, 2013년 12월 17세 나이로 제1회 몽백합배 우승, 4단에서 단숨에 9단이 된 영재다.
신진서도 뒤지지 않는다.
2000년 생으로 2012년 입단, 2018년 GS칼텍스배에 우승, 19세에 9단이 된다.
2018년 이후는 20022년 10월 현재까지 본격 기전에서 18회를 우승한다. 그중 2회는 메이저 대회로 전적이 매우 화려하다.
만날만한 사람들이 만난 것이다.
세평대로 결승에서 만났어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는 절정의 고수들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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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위팅 흑.
첫수를 우상 소목에 착수한다.
신진서는 우상 화점에 자리를 잡는다.
AI의 승부 예측 확률을 보면서 이 바둑을 따라가 본다.

나는 ‘우리 시대의 흐름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고, 응용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둑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구축된 바둑 시스템’이 바둑 전반을 주도하고 있는 현상이 이를 입증해준다.
AI(인공지능)는 통계학(회귀분석), 선형대수, 벡터, 행렬, 미적분<특히 편미분> 등 다양한 수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바둑의 시작부터 끝까지 다양한 수를 읽어내고, 승부의 결과를 확률로 제시한다.
정확한 운영 시스템은 전공자들이 잘 이해하고 개발, 개선을 해나가고 있겠지만 컴퓨터의 기능이 향상되면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알파고)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19로 바둑판에 내재된 경우의 수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큰 수라고 해도 명확한 한계가 있고, AI는 그것을 다 읽어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AI는 초고속으로 승률을 계산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집의 차이를 알려주며, 나아가 최선의 수를 제시하고, 승패를 확정지어 나가는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AI는 인간 중심의 전통적인 바둑을 초월하여 바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AI로 인해 인간의 두뇌가 갖는 신비, 창의가 어우러진 환상적이고, 마술적인 영역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우쭐대던, 열정과 욕망, 감정과 감성이 풍부했던 낭만의 시대는 가고, AI가 주도하는 사실적이며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확한 계산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에겐 한 판의 바둑이, 한 인간의 감정과 욕망, 이성과 판단력 등 인생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녹아들어 소용돌이치는 광활하며, 엄숙하며, 희로가 넘치는 숭고한 영역일 수도 있겠지만 AI에겐 단순, 명쾌한 계산의 영역에 불과할 뿐이다.
계산은 수치로 나타난다.
승률 몇 %, 그리고 몇 집 차이까지 정확하게 제시된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인간의 적응력이다.
벌써 AI 기반의 바둑 해석, 해설, 이해, 실전 활용에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 해설자도 AI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해설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관전자도 AI의 보조 없이는 바둑의 진행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바둑팬들은 AI를 통해 바둑의 새로운 재미와 즐거움을 찾고 있다.
그 중에서도 AI가 보여주는 ‘블루 스팟(blue spot)’은 해설자와 애기가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바둑의 진행을 선도해나간다.
기사가 ‘블루 스팟(blue spot)’을 얼마나 많이 맞출 수 있는가가 승부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
AI는 기사가 한 수씩 둘 때마다 승률을 계산해서 다음 수의 ‘블루 스팟(blue spot)’을 제시해준다.
AI는 승률이 가장 높은 수를 찾아서 파란색으로, 그 다음 높은 수를 초록색으로, 그리고 그 다음의 수들을 주황색 계열로 보여주는데 이 중에서 파란색 포인트를 ‘블루 스팟’이라고 한다.
색 안에는 승률과 집 차이가 표시된다.
승률의 단위는 퍼센트(%)다.
승률의 수치가 높을수록 당연히 좋은 수가 된다.
여기서 50%는 수의 가치를 나누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불루 스팟 속의 수치가 50% 이하면 설령 불루 스팟을 둔다고 하더라도 형세를 전환시키기엔 부족할 수가 있다.
여기에 더하여 블루 스팟은 집의 차이까지 알려준다.
집의 차이는 소수점까지 기록된다.
0.8집, 2.5집, 7집, 24.5집 등등과 같이 소수 한 자리까지의 숫자로 표시된다.
어어 하는 사이에 이 ‘블루 스팟(blue spot)’이 바둑의 착점, 관전, 해설의 방향을 크게 바꿔버렸다.
AI가 제시하는 블루 스팟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AI로 훈련하고, 잘 적응한 프로기사는 60% 이상의 적중률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때론 70% 대에 이르기도 한다,
얼마전 중국의 '리쉬안하오'라는 프로기사가 90%가 넘는 적중률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이와 관련된 사연은 다음 기회에 상세히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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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AI가 보여주는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바둑의 유불리, 승부의 진행,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사와 팬들이 느끼는 긴박감, 기사가 갖는 감정의 진폭(고저장단), 승부의 요처, 요점 등을 문장화해서 독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필자가 구성한 ‘AI 중심 스토리 라인(각본, plot)’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둑과 관련된 평론, 컬럼, 시론, 수필 등등의 영역에서는 새롭게 선보이는 시도일 수도 있다.
바둑 중계, 해설 등의 영상매체에서는 이미 다수의 진행자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방송을 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법(plot)을 사용하는 것은 AI의 관점에서 승부의 부분, 부분을 확대하고, 그 부분들과 승부의 전체적인 흐름을 종합해서 한판의 바둑을 재미있고, 깊이 있게 재해석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도표화 하면 아래와 같다.
1> 승부 진행 개관 2> AI 승률표 분석 3> 실전 요점 해설 AI 승률표를 중심으로 유불리 및 승패의 변곡점이 되는 결정적인 착수 분석 긍정 착수 – 승률 상승, 집 차이 + 승착, 호착, 정착(정수), 호수, 묘착 부정 착수 – 승률 하강, 집차이 - 패착, 완착, 실착, 문제의 수, 악수 4> 블루 스팟 적중률과 승패의 관계 5>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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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승부 진행 개관
개관에서는 승률의 변화에 따른 승부의 흐름을 분석해서 승부가 전환되는 포인트(핵심 부분)를 확인하고, 나아가 승부를 결정짓는 요인을 중심으로 승패의 변화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초반 백 30까지는 흑백 승률이 50%로 엇비슷하다. 백 30으로 급소를 들여다보자 흑은 31수로 백18을 씌워간다. 이로부터 접전이 시작된다. 흑 31부터 흑 77까지 흑의 승률이 거의 40%대를 오르내리며 고정된다. 그런데 미위팅이 흑79를 놓자 흑의 승률이 28.9%로 급락한다. 흑 79는 문제의 착수였다. 하지만 흑79 이후 흑127까지 20%대에 머물던 승률이 흑131에서 46.7%까지 회복, 백 134에서 59.7%로 역전된다. 신진서의 백 134가 완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흑은 불과 10여 수 뒤 흑 143으로 실기한다. 그 수가 두어지자 승률이 20.6%로 곤두박질 친다. 미위팅의 흑 143은 패착에 해당한다. 이후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고 승률이 1.3%대까지 떨어지게 된다. 미위팅은 신진서의 백 180을 보고 돌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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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와 미위팅의 바둑이 상기한 과정을 거쳐 승부가 결정되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2> AI 승률표 분석
‘AI 승률표 분석’은 실제적인 승률변화도와 기보를 보면서 눈으로 직접 승부의 흐름과 승부 결정 과정을 확인해보는 과정이다.
승부처와 문제수, 완착, 실착, 패착, 정착(정수), 호착, 묘착 등을 점검, 검토하면서 승부의 과정을 이해하고, 승인과 패인을 분석, 구명해볼 수 있다.
오로바둑 기보감상에서는 AI의 승부예측(승률표) 도표가 자료로 제공되고 있다.
아래 도표는 이 바둑의 흑백 간 승률 변화 전체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도표에서 상하 간격은 구체적인 집 차이를 포함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부연하는데 집 차이가 0.5집이라고 하더라도 승률이 100%일 수 있는 경우가 있고, 집 차이가 7집이라고 하더라도 승률이 51%로 낮을 수가 있다.
이 그래프는 상기한 문자 해설과 흐름이 일치하는데, 미위팅의 흑 79 문제수 이후의 승률 하락과, 신진서 백 134의 완착, 그리고 미위팅의 143 패착의 결과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표로 보면 전체적으로 미위팅이 신진서에게 밀렸음을 알 수 있다.
신진서의 완착으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왔지만 미위팅은 제대로 살리질 못했다.
사람의 바둑이라 승률 90% 이상을 밀렸다가도 한 두 번의 기회가 오가는 게 재미있다.
그런데 상대가 AI라면 사정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계산상 단 한 번, 조금이라도 밀리게 되면 회복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인간 대 인간의 바둑과 인간 대 AI의 바둑은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아마 AI 대 AI는 연산의 속도와 적용 수학이론의 차이 등 개발자의 창의성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다.
인간의 바둑은 실력 외에도 승부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요소가 있어 예측이 불가능하다.
불안, 초조, 긴장 등 심리적인 요소에다 환경적, 상황적 요소 등 다양한 외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인간의 승부는 언제라도 뒤집힐 수가 있다.
하지만 AI는 다를 것이다.
다음회 ‘3> 실전 요점 해설’에서 실전보를 통해 AI가 제시하는 문제수, 약수, 실착, 완착, 패착과 그에 대응되는 보통의 수, 강수, 승착, 호수, 정수(블루 스팟) 등을 도면으로 분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