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림풍운(棋林風雲)7> 제 13기 춘란배 – 16강전-1 기림패권(棋林覇權)
- 신진서 대 쉬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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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전엔 중국의 초일류기사 7명(커제, 양딩신, 천야오예, 쉬자양, 판팅위, 탕웨이싱, 렌샤오)이 포진하고 있다.
눈이 부시다. 막강하다.
잠시 12회에 이르는 춘란배 역대 우승자를 살펴보면, 세계 기림의 판도와 관련된 많은 것을 읽어낼 수가 있다.
참고> 춘란배 역대 우승자
회 차 | 연 도 | 우 승 | 전 적 | 준 우 승 | 비 고 |
13 | 2021 | | | | |
12 | 2019 | 박정환 | 2 - 0 | 박영훈 | |
11 | 2017 | 탄샤오 | 2 - 1 | 박영훈 | |
10 | 2015 | 구리 | 2 - 0 | 저우루이양 | |
9 | 2013 | 천야오예 | 2 - 1 | 이세돌 | |
8 | 2011 | 이세돌 | 2 - 1 | 셰허 | |
7 | 2009 | 창하오 | 2 - 0 | 이창호 | |
6 | 2007 | 구리 | 2 - 0 | 창하오 | |
5 | 2005 | 이창호 | 2 - 1 | 저우허양 | |
4 | 2002 | 이창호 | 2 - 0 | 하네 나오키 | |
3 | 2001 | 유창혁 | 2 - 1 | 왕리청 | |
2 | 2000 | 왕리청 | 2 - 1 | 마샤오춘 | |
1 | 1999 | 조훈현 | 2 - 1 | 이창호 | |
이 도표는 20여 년의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세계 기림(棋林)의 주도권이 변화하는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2007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대약진, 한국을 중원에서 밀어내고, 세계 기림의 패권을 차지한다.
비로소 세계 기림의 흐름을 주도하게 된다.
중국은 치욕과 인고의 기나긴 세월을 이겨내고, 부단히 연마해온 실력으로 ‘세계 기림 제패’라는 위업을 달성, 천년 염원을 성취한다.
중국은 바둑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 은인자중하면서 바둑 영재를 길러왔고, 마침내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중국인 특유의 유장한 인내심과 불요불굴의 자세가 마침내 빛을 발한다.
그런데 간난신고 끝에 찾은 패자의 지위가, 그렇게 견고하게 보이던 중국의 지위가 십오 년 여의 세월이 흐른 2019년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요동치기 시작한다.
기림은 원시의 밀림과 같이 단순명쾌한 세계라 최강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
중국은 당금의 세계 기림(棋林)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다시는 패권을 빼앗기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중국은 그럴 만 했다.
인해전술로 불리는 풍부한 인적 자원이 그 믿음의 근원이었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매사가 꼭 확률을 따르지 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교만해지고, 오만해지면 반드시 두 눈에서부터 이상이 오는 법이다.
사물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 것이다.
눈에 끼인 백태를 걷어내야 비로소 실상이 보이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 눈을 떠 보니, 무한히 지속될 줄 알았던 자신들의 지위가 한국의 도전을 받고 순식간에 무너질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으니, 중국으로선 내심 불안하고,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동안 한국과 일본은 할 말이 있어도 입을 벌려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약자에겐 먹을 수 있는 입은 있을지 모르지만, 말을 하는 입은 있을 수 없다는 불문율이 기림에서는 상식화 되어 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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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박정환의 제12기 춘란배 우승이 변화의 한 기점이 된다.
2020년 2월 신진서는 박정환을 상대로 제24기 세계기왕전에서 우승한다.
2021년 2월 신민준은 제 25기 세계패왕전 결승에 진출, 커제를 상대로 승리한다.
신민준의 이 승리는 그 의미가 심중했다.
신민준의 패기와 용맹, 강인한 전투력과 상황 판단력이 커제를 압도했다.
신민준의 세계 바둑 우승, 커제와의 결전을 통한 성장은 한국 바둑의 큰 힘이 된다.
이 승부의 결과 승부사 커제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쉬움과 자책의 눈물이었다고 한다.
당시 한 사이트에서만 57만명의 중국 팬들이 이 승부를 지켜봤다고 한다.
비록 이 결전에서는 졌지만 커제가 훌륭한 것은,
“인공지능으로 복기해보니 확실히 상대가 잘 두었다.
상변에서 실수가 나온 후 이길 기회가 없었다.
나중에 판을 흔들려고 했지만 둘수록 차이가 벌어졌다.
아무래도 내 바둑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
라고 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성찰 할 줄 아는 아는 사람은 성장한다.
커제는 자신의 바둑에 이상이 있음을 감지한다.
이것이 커제가 고수이고, 고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2021년 2월 신진서는 제22회 농심배 최종전 제 13국에서 커제를 이기고 5연승, 한국의 우승을 결정한다.
신진서의 제22회 농심배 승부는 극한의 승부였고, 한 판, 한 판이 장렬무쌍했다.
<저자 주 - 제22회 농심배 - 파천(황)대첩(破天(荒)大捷)에서 이 내용을 상세히 다루고자 한다.>
이 승부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팽배, 기원전 202년 서초패왕이 해하(垓下)에서 벌인 종극의 일전에 비견되는 비장감이 서려있었다.
한국 바둑 청년 영웅 신진서는 일기단창으로 돌진, 중일 5맹장을 참하고, 정상에 승리의 깃발을 꽂는다.
신진서의 용전분투는 천 년을 두고 회자될 것이다.
한국 바둑은 중국의 인해전술에 밀렸지만, 와신상담, 절치부심, 은밀히 은밀히, 신진서, 신민준과 같은 초절정 고수들을 키워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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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기 춘란배 결승을 앞둔 시점에서 살펴 본 상기 도표엔 실지회복, 고지탈환을 통해 패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중국의 강렬한 기대와 소망이 투영되어 있다.
중국기사들이 박정환, 신진서, 신민준 등등의 돌풍을 차단, 세계 기림에서 중국의 위상을 지켜주길 바라는 중국 팬들의 간절함을 쉽게 읽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기림(棋林)은 2인자를 인정하지 않는 세계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냉정한 세계다.
모든 계산이 깔끔하고, 단순명백하다. 비정, 냉혹하지만,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이기는 자가 모든 것을 다 갖고, 패자는 모든 것을 다 잃는다.
이러한 기림에서 생존의 구조가 굳이 복잡할 필요가 없다.
오직 한 가지, 강한 자가 이긴다는 사실만 필요로 할 뿐이다.
복잡다단한 것은 밀림에서 생존하는 방법이요, 경쟁에서 승리하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기림의 전사(戰士)인 기사들은 길고 오랜 승부를 통해 패배의 결과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기에 그들은 이기기 위해서 가용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한다.
승부는 격렬하고, 모질고, 사납고,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제13기 춘란배에서 승리, 기림의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고 싶은 욕망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다.
전의에 불타고 있다.
하지만 한국도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다.
전기 우승자 박정환을 비롯, 불세출의 투사 신진서, 박영훈, 신민준, 변상일, 강동윤을 앞세워 자웅을 겨루고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다.
일본도 권토중래 1960, 70년 대의 영광을 재현, 패권 장악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세계 기림의 각축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신진서는 춘란배를 가슴에 안기 위해 불굴의 용사들과 함께 출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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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신진서가 공개한 목표가 참으로 장렬, 통쾌하다.
신진서의 목표는 ‘세계 기전 전승’이다.
이 부분에 대한 신진서 최근의 견해가 있다.
2021년 9월 15일 춘란배 우승 후 인터뷰다.
기자 - 세계 대회에서 한판도 지지 않겠다는 말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대회 11연승 중이다.
신진서 - “상대가 다 일류 기사였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삼성화재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삼성화재배는 32강
부터 시작하지만 오늘(9/15), 그제(9/13)의 결승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혀 마음을 놓지 않고 있다.”
일류기사가 아니면 목표 자체가 허망할 것이다.
하지만 신지서가 상대하는 기사는 대부분이 초일류 기사들이다.
그래서 신진서는 자신의 목표가 의미가 있다고 판단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 하나만 보더라도 신진서를 ‘희대의 걸물(傑物)’이라 아니 할 수가 없다.
패기가 충만하다. 의욕이 활활 불타오른다.
신진서의 애마 청록비조<靑綠飛鳥 - 저자주 : 사실 상상 속 내 애마다. 갈귀가 청록(靑綠) 빛을 띄는데 달릴 때 모습이 마치 독수리가 나는 것과 같아 명명한 것이다.>가 건장한 앞다리를 허공으로 차 올리며 ‘푸르르’ 뜨거운 숨을 토한다.
어서 출전을 하자고 재촉한다.
신진서가 말 한다.
- 내가 간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신진서 출전의 두 번째 전단(戰端)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
신진서는 자신이 선포한 세계 대회에서의 한 판도 지지 않겠다는 전승의 목표, 바로 ‘모든 기사를 전부 다 이기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출전을 한 것이다.
사나이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목표는 높을수록 좋고,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전승 선언을 달성하기 위한 뜨거운 의지가 솟구친다.
전의가 불타오른다.
애마인 전설의 명마 청록비조(靑綠飛鳥)도 주인의 웅심에 화답한다.
푸릉 푸릉 푸프르릉 푸르응
젊은 전사가 패용한 용천검(龍泉劍)과 추련도<秋蓮刀- 저자주 : 검과 도는 임경업 장군의 명검, 명도로 신진서를 위해 잠시 빌려왔다.>도 검집에서 울부짖는다.
우웅 우웅 우우우웅 우우웅
전장(戰場)은 용사가 그리워하는 꿈의 무대다.
전장엔 내일이 없다.
진정한 용사는 오늘 바로, 혈흔이 낭자한 전장을 누비며, 오직 말 가죽에 쌓여 돌아오길 소망한다.
춘란전에 출전, 최초의 전투에 임하는 신진서의 웅심이 비장하다.
장도에 오른 신진서의 신용이 장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