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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청 기림풍운(棋林風雲)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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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림풍운(棋林風雲)4> 신진서와 흡성대법(吸聖大法) - 2
2020-03-09 오전 7:32 조회 6159추천 6   프린트|스크랩

기림풍운(棋林風雲)4> 신진서와 흡성대법(吸聖大法) - 2

-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


<사진 pixbay>

  3


  전술한
2020.02.29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의 기사에는 우리가 다루는 주제와 연결된 실증적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홍렬기자는 날카롭게 요점을 묻고 있고, 신진서의 대답은 매우 적절하다.


  ―
입단 직전 충암도장서 보낸 5개월을 빼면 사실상 독학(獨學)으로 세계 정상 정복까지 이룬 셈인데, 바둑계에선 굉장히 드문 사례라고들 얘기합니다.


  “
인터넷 덕이 컸지요. 요즘과 달리 그때(2012년 무렵)는 막강한 중국 강자들도 대국 신청을 거의 다 받아 주었거든요. 입단 1년 전 무렵부터 세 살 위 커제와 온라인으로 자주 맞붙었죠. 지금까지 대략 200판쯤 두었습니다. 커제는 이미 프로 기사였기 때문에 초기엔 제가 좀 뒤졌지만 그때도 일방적으로 몰리진 않았어요. 또 미위팅, 판팅위, 천야오예, 당이페이 등 최고 스타로 발돋움 중이던 강자들과 원 없이 실전 스파링하며 성장했습니다.”


  실전을 통한 신진서의 흡인력은 대단했다
.

  그를 성장시킨 스파링 상대 중 한 사람이 바로 커제였다.

  신진서는 커제와 200여 판을 싸우면서 배우고, 싸우면서 깨우쳐 최정상의 실력을 갖춘 것이다.

  이홍렬기자의 ‘독학(獨學)’이라는 말엔 깊은 울림이 있다.

  소년 무사는 혈혈단신 수많은 적들과 칼을 겨루면서 베이고, 베고, 찔리고 찌르면서 성장을 해온 것이다.

  이 이야기는 멸문지화를 당한, 무예의 무자도 모르는 총명하고, 극한의 인내심을 가진 한 소년이 살아남기 위해 운명적으로 싸움터를 누비며 대소 수천 번에 이르는 치열한 전투를 통해 스스로 익히고, 단련한 무예로 무림의 최고수가 되어 부모의 원수를 갚고 마침내 일대종사로 군림하는, 조금은 진부하지만 우리가 밤새워 읽었던 옛 무협소설의 서사구조, 그 통쾌한 영웅담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현실에선 멸문지화도, 구양진경(의천도룡기), 규화보전(소오강호), 달마역근경과 같은 비급도, 속명단과 같은 단약도 없지만 인터넷(대국)이 있고, 국가대표가 있고, 인공지능(AI)이 있고,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이 있다.

  신진서의 단련 과정과 연단의 시스템은 무림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무협작가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창의력이 넘친다.

  무협의 세계는 이 아이디어로 구성한 가상의 세계다.

  비현실적인 허구의 세계지만 현실에서 응용, 실용이 가능한 ‘실현가능성’으로 충만하다.

  김용의 흡성대법(吸聖大法)은 남의 내공을 뺏거나, 소멸시키는 채기법(採氣法,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의 기를 흡취하는 방법)이지만, 근본 아이디어는 상대와 적극적인 접촉을 통해 상대의 진기를 자기 체내로 끌어들여 자기화(육화, 내면화)하는 것이다.

  내공이란 용어 대신에 기예, 기법, 비법, 수법 등을 대입하면 그 뜻이 더욱 명확해진다.

  이홍렬기자의 인터뷰기사는 신진서의 오늘이 있기까지 단련 과정과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 대국인 것이다.


  -
주위에 적수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인터넷 대국실이 그의 활동 공간이 됐다. 어린 시절엔 하루 10판은 기본이었다. 만 9세 때 시작해 지금까지 신진서가 인터넷에서 소화한 판 수는 2만 판이 넉넉하게 넘는다.

  여러 일정으로 바쁜 요즘에도 그는 인터넷에 매일 들어가 평균 2판씩은 꼭 소화한다.


  2
만 판에 이르는 대국은 아마추어처럼 하루에 수십 판씩 두지 않고, 1일 평균 2판을 기준으로 보면 20,000(판) ÷ 2(판) ÷ 365(일) = 27,39(년)이 걸린다.

  2만 판은 무진장 많이 둔 것이다.

  한 판 한 판 두면서 승패가 갈리고, 결과에 따라 승인과 패인이 분석되고, 본인이 저지른 실수와 약점, 그리고 장점과 강점이 정리된다.

  그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기예가 숙련, 상승되는 것이다.

  다만 인터넷 대국에서 상대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임하느냐 하는 문제는 미지수로 남긴다.


<사진 pixbay>

  여담인데 고수든, 하수든 상대가 그 누구든 바둑은 두어야 한다.

  바둑은 둬야 의미를 갖는다.

  바둑을 두지 않으면 바둑은 사라진다.

  그리고 바둑은 보아야 한다,

  바둑을 보지 않으면 바둑은 사라진다.

  바둑은 이야기 되어야 한다.

  바둑을 이야기 하지 않으면 바둑은 사라진다.

  나는 여기서 특별히, 만약 당신이 진정한 프로기사라면 아마추어와 1일 1판 서비스하시길 강력히 권고한다.

  당신이 둔 진심어린 한 판의 바둑이, 우리 바둑을 융성하게 하는 초석이 될 것이니 말이다.

  - 필자는 오로에서 현재 1만 3천 5백판을 두고 있다.


  4


  신진서는 열심히 공부한다
.

  공부를 열심히 해도 효과가 있으려면 효율적인 지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바둑에선 초일류 고수와의 실전과 복기가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초일류 고수와 바둑을 두는 것은 쉽지가 않다.

  초일류 레벨과 만나는 데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무림에서도 절정의 고수는 위용을 잘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이 장벽을 허문 것이 바로 한국기원이 운영하는 ‘국가대표의 선발과 훈련’이다.

이홍렬기자의 기사를 인용한다.


  -
신진서는 매일 한국기원에 나와 국내외 주요 기보를 놓아보며 공부한다. 그는 “입단 후 1년쯤 뒤 출범한 국대(국가대표) 훈련이 성장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어린 유망주들만 참가하는 리그였으나 최철한 · 김지석 · 박정환 등 초일류들이 가세했고, 그들로부터 복기(復棋)를 받으면서 한 단계 더 도약했다고 했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바둑은 영광의 시대를 넘어 중국의 도약으로 조금씩 위축되고 있다
.

  사실 바둑은 개인 중심의 승부라 인해전술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확률은 작용한다.

  절정의 고수도 실수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으로 이어지는 최강자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중국과 싸울 수가 없다.

  강력한 후진 양성이 시급한 문제로 대두된다.

  국가대표훈련에 최철한 · 김지석 · 박정환 등 초일류들이 가세한 것이 매우 주효했다.

  그들은 승부 현장에 있었지만 흡성대법(吸聖大法)에 구애받지 않았다.

  흡성대법(吸聖大法)의 진정한 요체가 상대에게 아낌없이 당해주는 데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있었다.

  대범하다.

  훌륭하다.

  최철한 · 김지석 · 박정환 등 초일류들의 헌신은 무한한 감동을 준다.


“
띠잉 띠이잉 띠잉”


  기림 호한의 심금을 울린다
.

  여기서 마음을 열고 생각해보면 바둑은 한 개인, 한 국가, 한 민족의 독점물이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진서는 ‘독학(獨學)’을 했지만, 국가와 민족을 초월해서 뛰어난 선배들의 정수를 다양한 방법으로 전수받았다.

  커제, 미위팅, 판팅위, 천야오예, 당이페이 등 중국의 초일류도 흡성대법(吸聖大法)의 진수를 체득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진기가 흘러나가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신진서와의 대국에 응했다.

  한 사람의 초고수가 탄생하는 과정에는 인지로 헤아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세계 바둑이 열린 자세로 신진서라는 바둑 영걸을 키워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세계 어느 곳에서나 바둑 준걸이 출현할 수 있는 대개방의 시대가 되었다.

  ‘인공지능(AI)’의 출현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사진 pix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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