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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넓이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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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산책 - 사까다와 3三 - 속도와의 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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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6월 26일)
포석의 산책 - 사까다와 3三 - 속도와의 융화
밤 9시 19분.
장마라고 한다.
빗줄기, 굵어서
좋다.
등불을 끄고 글을 쓸까, 아니면 빗소리에 글을 그치고 말까.
사까다 坂田는 특이한 존재다.
바둑의 역사에서 특이한 존재다.
소위 20세기 승부 바둑의 대명사가 될 만하다.
왜?
개성이 강하다는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그가 활동했던 그 시기가 현대 바둑의 특이한 시점이라서 그러하다.
타이틀 시대의 개막과 그의 영광.
그의 재주가 만난 시기적인 운도 그의 반상 운영과 잘 들어맞는다.
개성이 강한 기사의 범주에는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다.
스스로 그리 될 수 있다.
그러나 시대적으로 그런 운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오청원의 시대가 끝날 때, 바로 그 때 그가 등장했다는 점이 가벼운 일이 아니다.
하나의 우주관, 그 상징이 시대적 사명을 다하고 물러나는 시간대에,
사까다가 등장했다.
그의 포석관, 포석의 세계에서 특별한 것은 없다.
바둑관에도 특이한 것은 없다. 승부 바둑을 치열하게 둔 것뿐이다.
그렇다면,
왜?
왜 그를 하나의 의미로 나는 남겨두고자 하는가?
그것은 1980년대 다께미야(武宮)와 마찬가지로 기타니와 오청원이 발견했던 바둑의 세계관을 재완성한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다께미야가 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바둑의 질서를 신포석 시대로부터 40년이 흐른 다음에 다시 한 번 재강조했다면,
사까다는 신포석의 시대로부터 20년이 흐른 1950년대부터 속도를 제대로 발흥시킨 인물이다. 시간의 선후, 그리고 취향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신포석의 세계관과 그 이전 구포석의 세계관이 하나로 통합된 것이 1940년대.
그것이 오늘까지 유지되고 있지만,
그 어느 하나의 방식을 그 두 기사만큼 뚜렷이 보여준 기사는 없었다.
다른 기사는 없었느냐?
왜 없겠나.
1990년대에는 조훈현이 누구보다도 사까다와 닮았다.
그러나 사까다가 먼저 태어났고 먼저 활동했다.
사까다를 말해보자.
포석의 산책로를 따라가 볼 때
그는 3三을 완성한 인물이다.
실리와 속도를 조화시킨 인물이다.
잘 알다시피
신포석의 시대에서
실리와 속도는 함께 하지 않았다.
속도는 화점과 함께 했다.
그러나 사까다는 속도와 3三을 함께 했다.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포석의 산책로에서 사까다를 찾아봐야만 하는 이유다.
그의 이름이 산책로에 한 번은 올라야 하는 이유다.
사실 3三을 제일 먼저 둔 기사는 오청원이 아니었다.
그 이전에 3三을 둔 기사가 있었으며 대국보도 몇 개 남아있다.
그러나 권위에의 의식에 대해서
의식의 권위에 대해서
오청원 만큼 큰 도전을 명시적으로 던진 기사는 없었다.
이론적인 힘과 명성, 그 두 가지가 앞선 기사들에게는 부족했던 것이다.
다시 사까다로 돌아가자.
실로 3三과 속도를 사까다만큼 잘 조화시킨 기사는 드물다.
속도라고 한다면, 1990년대 2연성과 속도가 한국과 일본에서 재발견되었고 큰 유행을 얻었지만, 그것은 1940년대 50년대의 착상과 별다른 것이 아니었다.
3三과 속도의 결합은 사까다의 것이다.
역시 오청원의 착상이 제대로 잘 들어맞은 예라고 하겠다.
귀를 한 수로 점거한다는 점에서 3三과 화점은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3三은 변으로의 발전성에 있어서 쉽게 속도와 융화될 수 있는 착점은 아니다.
실로 오청원도 3三을 거의 두지 않았다. 발전성의 아이디어에 강한 의식감을 지닌 기사로써, 그는 속도를 반상에서 발현시키기 위해 화점을 중시했던 것이다. 뒷날 1990년대 조훈현이 그 전형적인 예로 남고 있는 바로 그 착상.
속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1) 귀의 점거를 한 수로 끝내는 것으로 제한하느냐?
2) 포석의 요처를 발 빠르게 선점함으로써
(i)덤이 있을 경우엔 흑의 입장에서,
(ii)덤이 없을 경우엔 백의 입장에서 취해야 할 반상의 안목을 속도라는 개념으로 인식하고 규정하느냐?
3) 두텁다는 개념의 대응 개념으로 인식하느냐?
요즘은 누구나 앞의 세 경우를 구별 없이 사용한다.
누구나 속도를 그리 의식하고 착점의 근거로 삼는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덤.
덤이 4집반에서 머물 때,
3三은 화점에 비해서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 속도의 가치에 있어서.
덤이 5집반, 6집반일 때,
3三은 부족하다. 화점에 비해서 부족하다. 변으로의 전개에 있어서 그렇게 마땅한 포석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변으로의 전개란 것은 귀와 귀 사이의 적절한 조화를 꾀하는 조건을 말하는 것이다.
다음 (기보-1)은 사까다가 자랑했던 포석.
(기보-2)도 마찬가지의 착상.
(기보-2)에서는 상변으로 흑이 머리를 향하고, (기보-1)은 우변 백을 압박하고 있다.
기보-1
기보-2
3三을 속도의 개념과 함께 사용했다는 것은
흑을 잡았을 때 3三을 애용했지, 백을 쥐었을 때에는 거의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드물게 백으로 두는 경우도 있긴 있었지만.
물론 때로는 사까다의 라이벌이었던 후지사와도 3三을 사용했다. 그것이 제2기 명인전 제7국에서 사까다에게 타이틀을 내주는 대국이 되기도 했었지만 말이다.
(기보-3)은 사까다와 임해봉의 제4기 명인전 도전 제2국이었는데, 흑을 잡은 사까다의 또 다른 3三 포진 布陣이다. 이 포진도 드물지 않다.
수순 중 백20은 이리 두었어야 했다는 국후감이 있었던 것. 좋다. 실전에서는 백20을 A에 두었다. 세력이 중복된 것이다.
기보-3
의문이 없지 않다.
3三은 사까다 以後 未知의 영역으로 남고 있는가?
아닐 것이다.
3三을 두지 않는 까닭은
3三이 덤이 6집반이라는 큰 시대에서, 그에 걸맞는 균형 잡힌 - 3三을 잘 활용하는 - 포석이 발견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3三을 두지 않는 까닭은
3三에 대해서 이미 많은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좀더 정확하게는 반상의 19줄이 펼쳐내는 한계를 3三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으로 현재 인정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다고 3三의 역할을, 한 때의 시대적 사명을 다한 후 끝났다고 봐서는 아니 될 것이다.
나중에 중국식 포석을 다룰 때 이야기하겠지만,
3三은 변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가 - 정말 여간해서는 - 매우 힘든 변방에 놓인 착점이다. 3三은 그런 자리에 있다.
그러나 아직 단정은 이르다.
최근 3三은 가끔 시도되고 있다.
3三의 가치에 대해서는 중국식 포석이 많이 일러줄 것이니, 그 때 다시 만나도록 하자.
밤 1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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