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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넓이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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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산책 - 3연성 - 세력의 모색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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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6월 11일) - 포석의 산책 - 3연성 - 세력의 모색과 성공
새벽 3시 01분
찬물에 세수하면서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다.
세수하고 심호흡을 해봐라. 그 얼마나 상쾌하냐.
난 사실, 아버지와 그리 잘 지내지는 못했다.
안경을 벗고 거울을 본다.
아버지가 나보다 훨씬 밝다. 선량하셨다.
아버지는 연세가 높아졌을 때 비로소 안경을 쓰셨다.
창을 여니, 안개가 자욱하다.
어제 비가 왔었지. 남부에는 비가 많이 왔다고 들었는데.
안개는 이중적이다.
물도 아니고
투명한 공기만도 아니다.
모색.
모색.
되내어본다.
오청원의 1929년 흉내바둑도 하나의 모색이었다.
1933년 기타니의 3연성은 어떨까. 역시 모색이다. 그러나 그 이상이다.
오청원은 문득 두고 싶어서 두었다 한다.
그러나 기타니의 3연성은 - 내 듣기로 매우 신중한 성격 - 꾸준한 실험의 결과였다.
3연성 제1국으로 알려진 다음 대국은 사실은 3연성으로 두어진 포석으로는 세 번째 대국이다. 기타니는 한두 달 앞서 두 국을 실험했는데 두 국 모두 졌다.
3연성 제1국
3연성 제1국(1933): 백: 五段 木谷 實 흑: 五段 長谷川 章
3연성의 첫 실험
3연성의 첫 실험(1933): 백: 五段 前田陳爾 흑: 五段 木谷 實
차이를 느끼실 것이다. 첫 실험에서는 하변 백 모양이 매우 넓다. 우변 백22 침입을 당해서 세력이 약간 중복된 감이 있다.
모색의 동력 動力은 어디에서 왔을까?
몇 가지 생각되는 게 있다.
1) 일본기원이 승단대회를 정식시합으로 만든 것. 매달 2국을 두게 해서 점수를 매긴 것이다. 이는 과거 바쿠후 시대의 관례 - 명인의 인정, 또는 개인의 爭碁나 가문 사이의 담합 등에 의해 단위가 결정되던 것 -를 무너뜨린 것으로, 일본기원이 내린 정책결정 중에서 가장 근대적인 것이라 할 만하다.
2) 일본기원의 원생제도. 기사 양성을 목표로 한 것. 바둑이란 전문가가 할 역할이 있는 세계다. 그것을 사회가 인정한 것.
3) 일본 경제의 성장.
이 정도일까?
아닐 것이다. 그 앞서 존재하는 것이 있었다.
일본기원의 탄생.
나는 일본기원의 탄생이라는, 바로 그 제도적 조건이 가장 큰 동력이라고 본다.
바쿠후제도가 무너지고, 바둑의 4대 가문이 몰락했을 때, 기사는 사회의 주변부 marginal로 밀려났다.
주변부로 밀려난 개인에게, 희망은 없다. 그들만의 세계는 있겠지만.
사회적 질서체계로 편입될 때, 비로소 개인은 존재감을 느낀다. 불안하지 않다. 여건이 불안하지 않을 때야 비로소 내면을 응시할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떻게 일어설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이 주어진다. 희망이 보인다.
요컨대 새로운 질서는 희망을 안겨준다. 희망은 발전할 의지를 길러준다. 발전 의지는 탐색과 노력으로 나타난다.
일본기원의 성립은 몰락했던 바둑의 세계를 다시금 사회의 경계 안으로 이끈 상징이자 현실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가문 家門이 아니라 공적 公的인 단체.
권위에의 의존이 가문보다는 실력에 보다 쏠리는 조건.
분위기는 새로운 기운으로 넘치고 있었으리.
원생의 배출은 젊은 희망에 다름 없었으리.
밝은 마음을 마주한 반상은, 밝게 드러나고 싶어 못 견뎌 했으리.
3연성의 실험은 그런 여건의 발로 發露에 다름 없었으리.
3연성만 있었으랴.
기타니만 있었으랴.
아침 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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