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두던 사람들 지금은 어디 갔을까 ?

서산대사 (1520~1604)

녹음방초 향기로운 삼월의 봄날에

진인을 찾아서 호계를 찾아왔다

산들산들 미풍에 꽃잎은 마르고

고요한 산속에 새들만 지저귄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항상 거문고를 연주하듯

높고 낮은 산봉우리 칼끝처럼 뾰족뾰족

구름 깊은 곳에 스님은 참선에 들어갔고

노송 가지위에는 학이 둥지를 옮긴다.

바둑 두던 사람들(원효, 의상) 지금은 어디 갔을까 ?

길에는 이끼가 덮혀 있어 찾을 수 없어라.

깊은 밤 맑은 꿈에서 깨어보니

하얀 달만 창문에 나직이 걸려있다.

In spring's third month when grasses are green and fragrant

I came to Ho Steam in search of a true man.

Flowers petals dry in the soft fresh wind.

In the mountain silence only birds chirp.

The flowing stream sounds like a gumungo

in perpetual performance.

Mountain peaks, high and low, are sharp as knife blades.

In deep clouds a monk begins his meditation ;

the crane moves its nest to the branch of the old pine.

Where have the two Baduk players gone ?

Moss covers the road ; there's no trace of the road.

Late in the night I waken from my crystal dream ;

the white moon hangs low on the window.

서산대사의 시는 참으로 그윽하고 차분하다.

기교가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주위의 풍경을 그림처럼 그리고 있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생생하다.  고수의 품격을 느낀다.

바둑 한시를 번역하면서 가장 곤욕스러운 것이 시에 고사성어를 찢어 붙인 듯한 시들이다.

자신의 현학을 자랑하듯 하여 못내 껄끄럽다. 

본인만이 아는 고사성어를 인용하여 어줍잖게 이어 붙인 시를 만나면 정말 번역하기 싫어진다.

번역도 제2의 창작이다.

글에서 품격이 느껴지고 자연스럽고도 매끄러운 전개는 번역하는 사람도 신이 난다.

우리나라가 국력 면으로 볼 때, 벌써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와야 하는데,

바로 최초의 문제가 번역된 작품이라고 한다.

우리의 문학 작품을 세계인들에게 소개하는 첨병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번역가이다.

훌륭한 작가 못지않게 훌륭한 번역가도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출판문화는

그런 면에서 멀어도 한참 멀었다.

번역가를 천대하는 그런 출판문화 속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결코 나올 수 없다. 

저질 싸구려, 말단 신경을 자극하는 신파조만 무성한 책들이 서점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한...

돈 되는 외국 작가들에게 로열티를 싸들고 다니며 구걸하는 출판사 사장들이 판치는 한...

작가들이 사상과 이념에 억매여 자신의 능력을 사장시키고  이리저리 눈치 보며 글을 쓰는 한 ....

노벨문학상은 멀고도 험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