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모임

열 명의 사나이가  팔공산위 한 산장에 모였다.

그들은 그저 바둑 두고, 술 마시고, 노래한다.

입이 호사라 회냉면이고

눈이 호사라 팔공산이며

코가 호사라 허브향이고

몸이 호사라 온천욕이니

우리네 삶 이 보다 더한 호사는 없을 터.

봉황의 세알도 안중에 없으니

그들의 담대한 마음 또한 일품이다.

그저 만나서, 얘기하고, 웃고, 마음속까지

한줌 사심이 없으니

굳이 무릉도원을 찾아 무엇 하며

상산사호를 부러워 할 일 없도다.

그 마음 변치 않는다면

천년 또한 길지 않을 것이다.         - 郭 丁 作 -

봉황의 세 알 : 대구 동화사에 있다. 만지면 소원을 들어 준다고 한다.

사실 팔공산모임엔 묘령의 두 여인과 팔공기우회분들이 옵저버로 참석했다. 

그냥 비하인드 스토리로 남겨두고 싶다.

Gathered in a villa on Mount Palgong

Ten gentlemen have gathered in a villa on Mount Palgong.

They play Baduk, drink wine, sing songs.

The luxury of fish noodles in the mouth,

of Mount Palgong on the eyes,

of herb scent on the nose,

of hot spring on the body !

There cannot be a more luxuriant life.

They do not even touch the three phoenix eggs ;

their bold minds are best.

We meet, talk, and laugh without self interest.

Why should we seek the Peach Paradise ?

Why should we envy the four Taoists of Mount Chang ?

When our hearts do not change,

even a thousand years is not a long time.

                                                      By Gwak, Jeong

이 시는 2008년 3월 15일 팔공산 모임 후기로 지은 시이다.  나의 첫 작품이다. 

그때 한참 바둑 시를 다 영역 한 후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청님이 댓글을 달아 주셨다.  감읍이다.   

알고 보니 은둔거사로 유명하셨고, 지금도 은둔 중이지만, 

댓글로 의견을 교환하니 무한한 기쁨이 솟구쳤다.  만나서 얘기 하고픈 욕구가 솟구쳤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그 동안 먹고 사는데 치여, 하는 일이 또한 그래서,   

주야가 바뀐 생활을 10년 넘게 해오니,  주변에 사람이 남아 있질 않았다.   

부모형제, 친구도 다 이방인 이었다.  이젠 처자식도 예전 같지 않았다.

절대고독이 따로 없었다.

이청님을 보고 싶은 마음에 한달음에 대구로 직행 했다.  그리고 만났다. 소통했다. 그리웠다.

바둑 영시 60편이 완성되어 교정이 끝났는데, 편집디자이너가 한 장 여유가 있다며,  

시 한편 더 추가 하라고 한다.

난감했다.  번역해 놓은 시가 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나작 방에 있는 팔공산 후기시를 추가했다.

그리고 즉시 인쇄소로 넘겼다.  나의 첫 데뷔시가 탄생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