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정 (1420~1488) : 조선 전기 문신. 호는 사가정

손을 들고도 어찌하여

바둑을 두지 않는 가 ?

이 산중에 한가한 정취를

내기로 걸었든가 ?

도끼자루 썩은 사람, 그 누구던가 ?

세월이 한 일이요,

사람이 한 일이 아니다.

With your hand up,

why not place the stone ?

Have you bet on a leisurely mood in the mountain ?

Whose axe helve has rotted ?

It's time's doing, not man's.

한국 바둑 시인 3명을 꼽으라 하면, 김시습, 서거정, 이규보 일 것이다. 

조선은 유교를 바탕으로 한 문을 숭배한 나라여서 굳이 금기서화 (琴棋書畵)를 논하지 않더라도 문이 성행한 나라이다.

개인 문집으로만 따진다면 아마 세계최고 일 것이다.

전에 어떤 신문에서 모 교수님 이 말하기를 “한국의 인문학의 역사는 이제 겨우 60년 밖에 안 된다.”고 하셨다.

오천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한글로 기록된 문서를 토대로 한 이야기 일 것이다. 

1910년에 나온 기미독립선언문만 보더라도 이게 과연 우리말 인가 할 정도로 생소하다.

오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면 무엇 하는가 ?  다 한문으로 기록되어 후손들은 다 까막눈이 되 버렸는데 말이다.

그 기록들을 모조리 한글로 번역해서, 디지털로 저장하여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시스템을 시급히 갖추어야 할 것이다.

조상들의 훌륭한 글들을 접할 수 없다면, 우리의 역사도, 국가의 정체성도, 민족의 자존심도 세울 수 없다. 

기껏 200년 좀 더 된 미국의 물질문명에 빠져 허우적대니, 한심한 일이다.

아무리 기계문명이 발전해도 인간의 속성이 변하지는 않는다.

말로만 애국이 아니라, 먹고 마시며 흥청대는데 돈을 쏟아 부을게 아니라, 제대로 된 선조들의 개인문집이라도 한 권 발굴하여 한글로 출판을 할 때, 후손들에게 뜻 깊은 문화유산을 전수해 주는 것이다. 

지금 예산타령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후진국도 자신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전수하는데 예산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경제 15대 대국이다. (몇 년 전만 해도 11대국이었다.) 

인공위성 발사 예산의 만분지일이면 충분할 정도이다.  진정한 보수는 자국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지키고, 전수하는 것이다.

진정한 진보는 자국의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고 국가의 위상을 세우는 것이다. 

그래야 천민자본주의란 말이 쏙 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