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 (1435~1493) : 조선 전기 은둔학자. 호는 매월당

인생 백년이 한 판의 바둑 같고

모든 기약이 눈 깜작 할 사이로다

두 귀가 빨개지도록

크게 한 번 취해 보는 게 어떨까

산골 아이가 일찍 가자고 하내

내가 돌아가면 응당 조용하겠지

A hundred years of life is like a game of Baduk ;

All pledges have flowed away at the blinking of eyes.

How about reddening our ears

in an enormous drinking spree ?

The mountain boy urges me to go home.

If I'm back home, calm will return again.

김시습은 금호신화를 쓴 한국 최초의 한문 소설가이며, 한민족 최고의 시인이다.

예술가가 불행하게 살아야 한다면, 전형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기득권의 외면, 아니 본인의 자존심으로 떠돌이 땡 중으로 평생을 살다 갔으니 후세 사람은 생육신이라며 추존한다.

그의 시에서 따온 “인생 백년이 한 판의 바둑 같고”는 세계최초 바둑영시집의 타이틀이 된다.

난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했다. 후학으로서의 의무감, 열정, 패기 뭐 이런 수식어를 갖다 붙이기도 쑥스럽지만 그러나 마지막 순간 포기하려고 했다. 

단독 몇 백 만원이면 낼 수 있는 책이지만, 내 돈 내고 책 낸다는 것은 자존심상  허용하지 않는다. 

출판사에 있으면서 업적 쌓으려고 자기 돈 들여 책 출판하는 사람 숱하게 보아서 일까 ?

거의 포기하려고 할 때, 조창삼 사장이 전화를 했다.

책 내기로 했다며, 제목은 “인생 백년이 한 판의 바둑 같고” 가 어떠냐고 한다.  나로선 대찬성이었다.

역시 출판사 사장으로서 감각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책이 나온 다음날, 전주에서 바둑대회가 있다고 하며 같이 가는 게 어떠냐고 해서 같이 차를 타고 내려갔다.

저자와 출판사 사장을 떠나 그냥 친구처럼 수많은 대화를 했다. 사실 조사장과 난 갑장이다.

새로 친구를 얻은 기분이었다.  서로의 얘기에 빠져 톨게이트를 세 번이나 지나치면서 겨우 전주에 도착했다.

어쨌거나 직원의 실수로 사은품을 안가지고 가서, 가지고 간 바둑 영시집 90권으로 대신 나누어 주었다.

지금 와서 계산해보면  천권 찍고, 선인세로 책 200권 받고, 1년간 300권도 못 팔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이 한국 인문학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