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은 요즘 보기 힘든 면소재지이죠. 그리고 고교 비평준화 지역입니다. 그렇다 보니 자기에 맞는 학교를 찾아 멀리 통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자식 둘을 모두 집에서 3분 거리의 학교를 놔 두고, 멀리 통학 시켰죠.

큰 애는 이미 대학생이 되었고, 이제 둘째가 고3인데, 이 동네에서 5명이 멀리 있는 같은 학교로 갔죠. 그 중 한 명은 기숙사엘 들어 갔고, 저의 애도 기숙사 들어가면 여러 가지로 좋으련만 통제 받는 생활을 매우 싫어 하는지라 아무리 꾀도 기숙사 안 들어 가겠다네요. 그러니 우짭니까.  교통편이 그리 좋지 못한지라, 네 학생의 학부모들이 모여서 카풀로 통학 시켜주기로 했죠. 그러다 1학년 마칠 때쯤 그 중 또 한 아이 집이 학교 근처로 이사를 하는 바람이 남은 셋이서 지금까지 카풀을 하고 있습니다.(세월 빠르네요, 벌써 끝날 날이 머지 않았으니) 이번 주는 제 차례인데 한 아이가 연락도 안 되고 안 나와 할 수 없이 문자만 남기고 둘 만 데려다 줬죠. 

오늘 안 나온 애는 일주일에 한번만 약속된 시간을 제대로 지키면 그 주 성적이 좋다 할 정도로 늘 지각이었죠. 나머지 한 애는 성격이 털털해서 야단을 쳐도 그리 기분 나쁘지 않게 들을 아이 이기에 대신 야단을 쳤죠. 시간 약속에 대하여. 그리고 마침 시간에 대해 써 볼까 하던 참이었는데 오늘 그에 대한 글을 좀 써 볼까 합니다.

여러분은 사람의 평생이 몇 시간이나 된다고 생각 하십니까?  기껏해야  연수로는100년일 거고, 일수로는 36,500일 일 것이고, 시간으론 876,000 시간이죠. 초로 따지면 30억초 남짓입니다. 사실 길다면 긴 시간이죠.

그리고 사람을 포함 모든 생명체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살아있다> 라는 그 사실 아닐까요? 그렇다면 모든 생명체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살아 있는 그 시간이겠죠. 즉 생명체에서는 시간보다 소중한 것은 없을 거란 소리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남의 시간을 빼앗는 것을 별로 크게 생각하질 않지요. <뭐 그럴 수 있는 것 아냐?> 그러나 저는 <남의 시간을 빼앗는 것은 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작가는 잊었지만 제목이 아마 <황금 머리를 가진 사나이> 일겁니다. 그 얘기를 보면 황금 머리를 가진 사내가 자기 머리의 금을 파내서 흥청망청 거리다가 그 금이 무한정이 아니란 사실을 나중에 깨닫고 비참 해지는 이야기인데, 우리의 삶이 그런게 아닐까요? 보통 이런 말 많이 하죠. <월급은 그냥 주는 줄 아냐?> 사실 따져보면 다 자기 골 파먹고 사는것 아닌가요? 똑 같이 바꿔 말하면 자기 시간 팔아 먹고 살고 있는 것 아닌가요? 사실 모든 댓가는 시간의 포기에서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죠. 그런데 무슨 권리로 아무런 댓가 없이 남의 시간을 축나게 합니까? 그거 범죄 아닌가요? 저는 범죄를 이렇게 정의 합니다. <사람에게 또는 사회에 대하여 유형이든 무형이든, 위해를 끼쳤거나, 끼치고 있거나, 끼칠 행위>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시간 약속을 어긴 것이 두 번이었는데 모두 같은 상대였지요. 합해서 30분 정도 된 듯 하네요. 그래도 상대가 남이 아닌 가까운 친척이었고, 또 제가 댓가 없이 도와 주는 일이어서, 또 늦은게 별로 일에 영향을 준게 아니라 다행이었죠.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약속 시간 장소에 나갈 땐, <평상시 걸리는 시간 + 차가 한번 고장 나서 갈아 타는 시간 + 5분>, 즉 평상시 거리는 시간에 15분 정도를 더 생각하고 집을 나서죠. 참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엔 버스 타고 가다 보면 곧잘 고장이 나서 다음 차 올 때 까지 기다린 적 많잖습니까. 그래서 전 항상 그걸 감안하죠. 그러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경우 15분은 일찍 도착하게 되죠.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지, 남이야 어찌됐든 간에 저의 애들에게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 하나만은 확실하게 지키게하죠. 그 어느 때 보다 애들이 시간 약속이 있는데 꾸물대는 것을 보면 참지 못하고 불호령을 치죠.

얼마 전에 인터넷 비상이었죠. DDOS 문제로요.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운 컴퓨터 바이러스가 나온다고 하죠. 왜 그럴까요? 저는 초기의 대처가 잘못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합니다. 초창기 때, 우리나라에서도 무슨 바이러스가 만들어 져 퍼졌고, 문제가 심각했었는데, 다행히 그 범인을 잡았죠. 그런데 문제는 그 때 발생 한 것이죠. 처벌은 그야말로 솜방망이였죠.(실형이 1년이었나??) 그런데 체포 되자 마자 어떤 회사에서 나오면 특채할 거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해 버렸죠. 사실 그 해커는 무직이었는데, 못된 짓하고, 부상으로 취직까지 된 거죠.

만약 컴퓨터 바이러스 때문에 100만 명이 각각 받은 정신적 고통은 별개로 하고 복구하는데 한시간씩 걸렸다 하면, 그게 무얼 뜻하는 것일까요? 총 100만 시간을 빼앗은 것 아닙니까? 500만명이 10시간이라면, 그리고 복구하는데 각각 1만원이 소요되었다면, 수십만개의 기계가 몇 시간 동안 돌지 못했다면, 국가 전산망이 마비가 됐다면... 그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트린 사람은 사람들에게 수천만, 수억 시간을 빼앗은 것이고, 그것은 결국 사람을 수십 수백인지 수천인지를 죽인 것과 같으며, 경제적으로도 수백억이 될지 수천억이 될지 모르는 해악을 끼친 셈이 되는게 아닌가요? 그런데 처벌은 겨우 그 정도? 더구나 부상까지 수여하네요. 정말 히이유~~~

시간이 돈이라 하는 것은 많이 하는 말이죠. 그러나 저는 거기에 시간은 생명이란 말도 덧 붙이고 싶네요. 그리고 사람의 생명이 무한이 아니고 유한인 한, 그 누구도 남의 시간을 빼앗을 권리는 없겠지요.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그러나 실제로는) 그것은 곧 살인 행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