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2) 잘 살아보세~♬ 새마을 운동에 대한 소고(小考)

현재의 한국사회를 읽는 내 생각의 틀을 밝히는 글을 어제 올렸다가 일부의 집중포화를 받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몇 차례나 내가 쓴 글을 읽어보았다. 이게 정치적인 글인가 숱하게 자문해보았지만 역시 아니었다. 아마도 자신들이 중요하게 혹은 가치 있게 여기는 분야나 그 성역에 있다고 여기는 집단에 대해서 눈에 거슬리는 표현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전혀 그런 계획이 없었지만 이번을 계기로 언제가 그런 집단들의 웃지 못 할 행태를 글로 한 번 써보리라고. 오늘의 주제는 물론 그게 아니다.

또 한 가지는 잡설(雜說)이라는 단어가 눈에 꽤 거슬린 분도 있는 것 같다. 나작방 신고식 때 대충 나의 관심사와 글쓰기 방향에 대해서 미리 말을 했었다. 그 범주 안에 드는 것이 아니면 잡설이다. 아마도 그 분은 나의 글이 정치적이라고 받아드렸고 정치를 매우 중요하게 혹은 성스럽게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잡설 운운한 것에 대해 서운하신 모양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나는 정치를 중요한 것으로 인정은 하지만 성스럽게 생각하지도 않으려니와 나의 주 관심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잡설이라고 할 밖에. 이것저것 떠오르는 생각들을 쓸 수 있는 일이고 거기에 분류기호로 잡설이라 정하는 바이니 그렇게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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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대한민국은 예전부터 서토인(西土人 : 중국인)들이 일컫던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다. 동방문란지국이 된지 이미 오래거니와 이제는 가히 粗道(조도 : 거칠 조 길 도, 음으로 조또라 읽어주시길)공화국의 선두주자에 올라선 듯하다. 粗道공화국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요소야 여러 가지가 있다. 대강 크게 중요한 것부터 열거해서 그들 간의 상관관계를 풀어보고 그 틀(시스템)로서 세상을 읽는 궤설(詭說)과 粗道공화국으로서의 발전과정을 엮어보려 한다.

내가 성장기였던 어린 시절에 사회 곳곳에 있던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이것이 그 유명한 전대미문의 히트곡 New Village Song(새마을 노래)라던가! 그 다음 순위가 민요풍의 장단에 맞추어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자~알 살~아보세♬ 라는 To Be Better Life Song 이었다. 여하튼 학교에서건 파출소 앞에서건 동사무소에 역전에 여기 저기 왜 그렇게 확성기는 많았는지. 또 확성기마다 같은 노래는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눈을 떠서부터 눈을 감을 때까지 계속적으로 좋던 싫던 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들어야만 했다.

라디오, TV, 극장의 대한 뉴스에서는 국토개발의 대장정과 경제성장 및 활약상이 생생하게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나왔다. 다들 잘 살기 위해서 허리띠를 질끈 동여매었다. 나도 그 좋아하던 바둑 때려치우고 진학한 것은 잘 살아 보기 위해서였다. 나의 형님도 역시 잘 살아 보기 위해서 대학 졸업 후 중동 열사의 사막에서 비지땀을 흘렸다. 그 전에 나의 부친은 농사로는 자식들 공부를 시킬 수 없다고 판단하시어 강화에 있던 그 많은 논밭을 다 정리하시고 가족 전체를 인천으로 이주시키셨다. 오직 잘 살아 보기 위한 일념 하나로. 자식들 교육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중노동도 마다 않으셨다. 모친은 행상을 하셨다. 누님은 본인의 진학을 포기하고 동생들 학비 뒷바라지를 위해 기꺼이 공장에 다녔다.

이것이 비단 우리 가족사(家族史)에만 그쳤겠는가? 지방마다 때론 젊은이들만 때론 온가족이 잘살아 보자고 서울로 부산으로 등등 대도시로 몰려들었다. 인천의 경우에는 수출5공단이 있었으므로 지방에서 엄청난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서해안 지역의 호남과 충청권에서 인구 유입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특히 공순이가 많았다. <인천의 성냥공장 아가씨>는 군대 빌보드 차트에 수위를 달렸다던가 어떻다던가. 여하간 그 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잘 살게 되었다. 단군 유사 이래 이렇게 풍족하게 살았던 적이 있었던가! 어느 학자는 여기에 한강의 기적이니 뭐니 하는 수사를 붙였다.

그런데 여기에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다. 무엇이 잘 사는 것이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지 이런 것에 대한 정의가 빠졌던 것이다. 왜 잘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다시는 보릿고개를 넘어보지 말자는 헝그리극복만을 강조하는 단순도식을 사용한 듯하다. 아마도 박정희라는 양반과 그 일당들은 군인 출신이어서 그랬지 않았나 싶다. 구호는 단순해야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다던가. 나는 그 양반의 정치적 공과에 대해 논하고 싶지 않다. 단지 상황만을 이런 식으로 이해하려는 거다.

결과적으로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게 된 것이다. 경제지상주의다.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돈의 많고 적음이라는 잣대가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돈이 많으면 일단 그는 시대적 조류에 부응한 위대한 민족의 일원으로 자랑스럽게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돈을 버는 과정의 불법이라든가 윤리적인 가치 따위는 한낱 일없는 한사(寒士)의 기우쯤으로 치부하고 다들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되었다. 사기면 어떻고 깡패나 도둑이었으면 어떠랴. 일단 돈을 벌면 다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인데. 여자들도 거침없이 치마를 열어젖혔다. 돈만 벌 수 있다면 그까짓 정절쯤이야 별 대수겠는가(여기에는 외침과 미군의 주둔에 따른 영향도 있으며, 아래에서 논할 예정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돈의 권력 맛을 즐긴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거의 반말을 사용할 줄 모른다. 식당에서도 도우미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자기가 돈을 내는 입장이 되면 거들먹대는 사람들을 종종 발견한다. 큰소리로 주인을 부르고 종업원에게 호통치고 음식 까탈을 부리면서 바꿔오라느니 어쩌라느니 위세가 등등하다. 나 같은 경우는 음식이 입에 안 맞으면 말없이 일어나 계산하고 나간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그 집을 안 간다. 그런데 위세 떠시는 분들은 또 그 집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주인과 친해지고 그러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을 한다. 어느 음식점에서는 자기를 알아준다나 어쩐다나.

단란주점이나 룸싸롱이나 요정을 가도 마찬가지다. 나는 도우미 아가씨에게 반말을 한 적도 없으려니와 그 흔한 피아노 치는 것조차 꺼린다. 성향의 차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나를 풍류조차 즐길 줄 모르는 서생쯤으로 여기지는 마시라. 아마도 같이 놀아보면 만만치 않으리라. 아가씨가 마음에 들면 손 정도는 꼬옥 쥔다. 정 마음에 들면 이차로 모신다. 그런데 돈맛을 들이신 분들은 다르다. 아가씨는 사람도 아니다. 여자로 취급하는 것은 양반이다. 거의 한 마리 고깃덩어리 취급을 한다. 그러니 태국이다 베트남이다 중국이다 필리핀이다 이런데서 어그리 코리안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가. 돈이 권력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즐기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돈의 잣대로 너무 쉽게 세상을 잰다. 아이 앞에서 선생에게 촌지준 이야기를 서슴치 않고 한다. 학생이 자기 선생을 뭐로 볼 것인가! 학부모 모임에 나가 차별받으면 촌지액수가 적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예의범절 따지고 꼬장꼬장하게 구는 사람이 있으면 돈 없는 놈이 참 별 수 없다는 한심한 눈초리로 본다. 뒤에서는 엄청난 욕설과 함께. 심지어 주먹질을 해대면서 좋다! 내 오늘 다 돈으로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친다. 그러니 존경할 일도 없다. 누굴 존경한다는 말인가! 자기보다 돈이 더 많은 사람한테는 배 아픈 것을 참지 못하고 자기가 그렇듯 그 사람도 도둑질쯤 한 것으로 비하한다. 물론 자기한테 돈벌이가 되는 상대라면 사정은 달라지지만.

그러니 가정주부가 남편이 돈을 못 벌면 사람 취급도 안하고 자기가 돈을 좀 벌어서 경제적으로 능력이 생기면 남편 갈아치울 생각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도대체가 IMF고 금융위기이고 간에, 돈 때문에, 남편의 실직 때문에 이혼했다는 그런 가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의 가방끈이 짧으면 그거 긴 양반한테는 게거품을 문다. 배운 놈이 죄인 되는 세상인 것이다. 돈이 없으면 어디 가서 자기주장도 쉽게 하지 못한다. 배운 거 되게 티내네 하는 비아냥거리는 소리에. 물론 돈이 있으면 약간 달라진다.

돈은 벌었는데 불행하게도 쓸 줄을 모른다. 돈 쓰는 방법을 안 배웠기 때문이다. 당연히 도박판이 흥성되게 마련이다. 놀아도 돈으로 놀아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하룻밤에 수백만 원을 잃어도 안 아까운 사람이 적십자회비 내라고 하면 망설인다. 강도행각을 벌리고 혹은 로또 맞은 돈을 다 써버리고 도둑질한 그런 사람들이 돈을 어디에 썼는가? 다 유흥비로 탕진했다는 것이다. 유흥비라는 것은 결국 주색잡기에 들어간 돈 아닌가? 기껏 주색잡기하자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말인가. 인간이란 그런 정도 밖에 안 되는 모양이다. 권력을 취하는 것도 결국은 색다른 주색잡기를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단순도식화시켜도 될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여러 차례 외침의 역사를 겪었다. 가깝게는 일제에 의해 35년 동안 강점당해 왔다. 그러니 그들의 식민통치에 반항하는 것은 당연하다. 왜정시대 때는 마마나 호환보다 더 무서운 것이 순경이었다고 하던가! 오장(伍長)은 더 악랄했다고 하는데 그러니 그들의 공권력에 저항하고 그들을 속이고 그들을 골탕 먹이는 일은 당연히 영웅담이 되었다. 일제가 정한 법률을 성실하게 지킨다는 것은 결국 침입자에게 순응한다는 것이 아닌가.

또한 그 권력의 나부랭이에게 빌붙어 자신의 잇속을 차리던 친일파도 자연히 생겨났다. 친일파에 대한 조롱과 그들을 외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해방이 되고 그 친일파들은 반공분자로 변신했다. 아울러 해방정국에서 5.16까지 정부의 무능과 부패와 함께 그들도 부패의 일선 전사로 변신했다. 선량한 국민을 상대로 뒷주머니를 부풀렸다. 백성들은 싫었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혹은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뒷돈을 찔러주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든지 그 공권력에 선을 댈려고 노력했다. 빽이 있으면 그 얼마나 편하던가.

그러다 군인정권이 들어섰다. 오래 고인 물은 썩는다던가. 또 권력의 획득과정에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권력은 공포정치가 주를 이룬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인가보다. 폭압과 부패에 대한 염증은 기존 권력이나 공권력이나 법치에 대한 심각한 불신의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전두환은 거기다 대놓고 돈을 수탈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린 작자였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라는 사람이 돈에 그렇게 열을 냈으니 쓸 때야 배포있게 썼는지 모를 일이나 그것을 쳐다보는 국민들은 한심스러웠다. 이른 바 나라의 어른이라는 개념이 철저하게 사라진 것이다. 거기다 그 권력의 획득과정도 학살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통해서 이루어졌으니 그 민초들의 고통이야 말할 것이 없을 것이며, 나라의 어른은커녕 불구대천지 원수가 된 것이다. 지역차별은 본격화되고 복수의 칼날은 더욱 예리해져갔다.

물태우 시대는 넘어가고 고귀하게 민주화를 위해서 평생을 바쳐 오신 분들의 정권이 이어졌다. 말이 좋아 문민이요 국민이요 참여지 권력잡고 휘둘러 보니 도낀 개낀인 것이다. 무대장치와 대상과 방법만 달랐지 군인들의 수탈과정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번에는 주로 아드님들이 뭔 일을 벌렸다나? 썩기는 마찬가지고 오죽해 티코론까지 등장한 코메디이랴. 그러니 일부는 숭앙을 하는지 어쩐지 모르나 나 같은 소시민이 보기에는 다 그게 그거요, 어릴 때 민주투사로 숭상하던 분의 말로를 보니 어른이고 나발이고 다 웃기는 개소리가 된 것이다. 그러니 만연되는 말이 너나 잘하세요. 넌 뭔데. 네가 그럴 자격이 있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이 땅에 정의는 사라진 것이다. 최소한 정치판에서는.

해방을 우리의 힘으로 이루지 못하여 강대국이 강점하고 급기야 남과 북이 갈라진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민족상잔의 비극까지 일어났다. 그러면서 우리의 안보상황과 관련하여 미군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권력이 되었다. 그들이 주로 밀집해 있던 곳이 서울의 이태원(異胎院)이다. 이름의 유래는 여러 기록이 있으나 효종 때 배나무가 많아 이태원(梨泰院)이라고 불리워졌다는데, 구한말 청나라 군대가 주둔했었고, 해방 후에는 줄곧 미군이 주둔했었다. 풍수지리학자들은 그 이름이 한자로 이태원(異胎院)이 맞는다고 주장한다. 즉 외국 군인들이 판을 치면서 그들의 씨를 뿌려대는 통에 조선의 여인들이 외국인들의 씨받이가 된다는 동네라는 뜻이란다. 풍수지리학까지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은 주장한다. 선현들이 동네 이름을 함부로 지었겠느냐. 해방되기 전에 이런 말이 참언으로 떠돌았다고 한다. 조선아 조심해라. 소련에 속지마라. 미국 놈 믿지 마라. 일본이 일어난다. 믿자니 그렇고 안 믿자니 딱 들어맞는 듯도 하고.

여하튼 세계최고의 자유국가인 미국의 영향이 급속도로 이 사회에 만연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농담으로 그 나라를 아무러케나 공화국이라고 한다. 아메리카라는 말을 가지고 희롱화한 것이다. 모든 것에서 미제라면 다 통했다. 심지어 미제 똥은 약으로도 쓰인다고 했고 애들끼리 욕을 해댈 때 그래 네 똥은 미제 똥이다 라고 퍼붓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랬다. 미군은 권력이고 돈이었다. 거기에 줄을 대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력했던가. 그들의 부대에서 물건을 빼 돌려 돈을 번 사람은 얼마이던가. 그들에게 치마를 걷어 올려가며 그 돈으로 부모 봉양과 동생 뒷바라지에 우리의 조선 처녀들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단 말인가. 나중에는 즐겼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팝송을 모르면 바보였고, 미제 볼펜이 없으면 가난하고 빽없는 자손이었다. 청바지에 장발에 미니스커트에 개인주의에 여하튼 미국의 문화와 물산은 다 훌륭한 것이었고 다 본받아야 마땅한 것이었다.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처녀 건들기를 과수원에 참외서리 해먹듯 해 치웠고, 처녀들은 여성해방이니 뭐니 떠들어 대면서 낡은 유교관습으로부터 벗어나야 된다고 안 들쳐도 될 치마를 마구 들쳐대었다. 처녀막은 수치의 상징인 양 여대생 사이에서는 누가 먼저 피 볼 것이냐 경쟁이 벌어졌다나?

나는 나고 너는 너고, 너의 아버지도 너고, 선생도 너고, 지나가는 개도 너고, 버스 전철에 서있는 노인네도 너고 다 세상이 나와 너로 되었다. 아무러케나 공화국의 언어습관과 사고방식이 유입되었다. 미국식 교육제도를 채택했으니 미국식 사고야 당연한 것이다. 그것을 오히려 개인의 인격이니 개성이니 주권이니 떠받들면서 조장 내지 권장하는 사회가 되었다. 왜 그렇게 미국을 못가서 난리인지 미국 가서 박사학위 받은 분은 부모를 못 모셔도 어른을 무시해도 다 용서가 되었다. 미국 박사인데 당연한 것 아닌가.

온통 미국 타령이니 머릿속은 미국인이 되었는데 몸까지 미국인 같이 되지 못한 것이 한이었다. 그래서 우선 손쉽게 머리부터 물들이기 시작했다. 노랑머리, 흰머리, 갈색머리, 빨강머리에 그것도 모자라 총천연색 머리까지 별별 짓을 다하고 다닌다. 그것도 성이 안차니까 이번에는 콘택즈 렌즈를 푸른 색, 갈색, 회색 등 별별 색으로 물들여 눈동자 색깔마저 바꾸더니 낮은 코가 뭐 그리 억울하던지 코를 째서 높이고 눈을 찢어 패이게 하고, 신체발부수지부모야 불감훼손은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고 코웃음 치면서 보란 듯이 귀에 코에 혓바닥에 젖꼭지에 배꼽에 심지어 음부의 돌출부까지 피어싱인지 뭔지를 해야 직정이 풀리는 것이다.

아무러케나 공화국의 못된 풍조는 왜 그렇게 빨리 퍼지고 나이가 어릴수록 좋아하던지 금방 따라 배운다. 길이고 전철이고 버스고 간에 사람이 보던 말던 남녀가 부둥켜안고 뽀뽀에 더듬고 갖은 육갑을 다 떤다. 보다 못한 어른이라는 작자가 한 마디 했더니 너는 뭔데 눈을 흘긴다. 움찔해서 눈길을 피한다. 선생님이 뭐라고 야단을 치니 너나 잘하세요. 단 한방에 끝이다. 보다 못한 부모가 한소리 하니까 엄마 아빠가 내 인생 대신 살 겁니까? 아니지. 그렇지. 네 인생은 네가 살아야지. 자기 인생 자기가 산다고 자식 내팽개치고 떠나는 부모나 내 인생 내가 살겠다고 집나가는 자식이나 별반 다를 일이 없다. 그런데 그것을 개인의 독립이니 자의식의 발로니 행복추구권이니 뭐니 하는 요상한 수사로 덧칠을 해댄다.

세상이 개판으로 변해간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어느 때인가부터 갑자기 개를 키우는 게 유행이 되었다. 자고로 터럭 난 짐승은 마루 위로 올리지 않는 법이거늘 마루는 고사하고 이불 속에 끼고 산다. 개와 입 맞추는 것은 다반사고 개가 사람 먹는 밥상에까지 코를 들이민다. 개를 자기 자식이란다. 개한테 이 엄마가, 이 아빠가, 이 형이, 이 누나가 이렇게 호칭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데야 뭐라 할 것인가. 그런데 칭호를 보니 개하고 동격이 아닌가? 사람이 사람과 친해야지 개하고 더 친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래서 부모는 굶어죽는지 어쩐지 모르나 개는 굶어 죽을까봐 휴가철에도 챙겨 떠난다. 부모가 죽은 것에 대해 제사를 지내느니 마느니 형제끼리 싸움을 하면서 개가 죽으면 장사까지 치러주고 (아주 극소수 일부이긴 하나) 기일도 챙겨준다나? 후일 기회가 닿으면 개(犬)문명론은 잡설차원에 별도로 다룰 생각이다(배꼽 빠질만한 것들이 많으니 기대해도 좋을 듯). 미국에서도 개를 거의 사람 수준으로 대우하는 모양이다.

황금만능주의, 권위의 상실, 미국문화유입이라는 이 세 가지 요인을 설명했다. 이제 마지막이다. 어쩌면 엄청난 돌멩이 세례를 받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 되겠다. 어제 일로 열을 받고 글을 쓴 목적이 이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만적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있다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대 과학 문명이 증명해준다. 소위 유전자라는 DNA가 발견되고 이 학문과 기술이 발전되어가면서 점차 규명되어 가고 있다. 왕후장상은 권력을 가진 자다. 따라서 여자를 얻어도 예쁜 여자를 얻는다. 예쁘기만 할 뿐 아니라 학식과 지혜도 갖춘 이른 바 재색을 겸비한 여자를 얻는다. 훌륭한 어머니는 훌륭한 자식을 낳고 기른다. 이것에 대해서는 이미 역사가 증명하지 않는가. 훌륭한 인물 뒤에서는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다고. 왕후장상까지 거론하면 너무 복잡하므로 가볍게 이분법으로 구분해보자. 반상(班常)이 그것이다.

조선왕조 오백년을 굳건하게 받쳐오던 반상의 차별은 대략 갑오경장 즈음에 철폐된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요즈음은 개혁이란 말을 좋아하는 분이 많으니 갑오개혁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양반은 뭐고 상민은 무엇인가? 양반(兩班)이란 문반(文班)과 무반(武班)을 총칭하는 말이다. 쉽게 말해 문관과 무관의 관직에 종사하는 계급을 지칭하는 말인데 후일 신분세습제로 고착화 된다. 상민(常民)이란 양민으로 농업과 수공업 내지 상업에 종사하는 신분이다. 원칙적으로 벼슬길에 나간다든가 하는 것에 제한은 없었으나 현실적으로는 힘들었던 모양이고 결국 천한 신분인 노비(종) 등과 대충 뭉뚱그려 쌍놈이라고 총칭했던 모양이다.

아무튼 갑오개혁으로 양반과 쌍놈의 신분이 철폐되었다. 그러나 유습이라는 것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문화이기 때문이다. 또한 집안에 가풍(家風)이라는 것이 있다. 지금이야 2세대가 사는 것이 보통이지만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3대가 함께 사는 것은 흔한 일이었고, 그 이전에는 4대, 5대가 함께 사는 집안도 꽤 되는 듯 했다. 조상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유습은 그 자손대로 이어져가면서 전통을 고수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한 것은 묻지 않아도 될 만큼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것은 누대에 걸쳐 유전자에 각인되어 후손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이들의 생활상은 얼마나 달랐을까? 행동을 통해 그 생각을 유추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제 글을 읽으시느라 눈도 피곤해졌을 터이니 그림감상 시간을 가져보자.

일반 상민의 집안에서는 일에 바쁘고 하다 보니 애들 교육에 그렇게 열성적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아무렇게나 욕해대며 욱박지르고, 매도 격식 있게 치지 않고 되는 대로 주먹질에 발길질에 그랬을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때부터 그래왔고 아버지 어머니 때도 그랬으니 되는대로 상말을 내쏟는 것과 아무렇게나 자식을 화풀이 겸 두둘겨 패는 경우가 되겠다. 어릴 때 동네에서 많이 목격했다. 그렇게 매를 맞은 아이는 분이 나니까 씨근거리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부모한테서 배운 대로 욕설을 내뱉을 것이다. 내가 양반과 쌍놈의 후손인가 아닌가를 판별하는 첫 번째 기준은 그의 언사에 있다.

두 번째는 예의범절에 관한 것이다. 아무렇게나 웃통 벗어젖히는 것을 조상 대대로 배워왔으니 그 의복의 단정함에도 별반 신경을 쓰지 않을뿐더러, 해본 것이라고는 일과 먹고 노는 것 밖에 모르니 자리의 중요성이라든가 거기서 어떤 예법을 갖추어야 하는지 모른다. 따라서 지나치게 까탈스러운 자리를 불편하게 여기고 편하게 지내고자 한다. 요즘 식으로는 자유분방하다느니 소탈하다느니 하는 말로 분칠을 한다.

세 번째는 그 즐기는 것이다. 주로 먹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도박하기를 즐겨한다. 때와 장소를 안 가린다. 계곡에서 웃통 까고 수박에 술에 마셔가며 고스톱 치시는 분들의 선조는 안봐도 비디오다. 거기에 음악에 맞추어 남녀가 끼고 돌아가는 모습에서야 무엇을 더 말하리요.

네 번째는 눈치 보기와 교활함이다. 상전의 기색을 잘 살펴 대처해야 하니 남의 안색을 살피는 데는 이력이 나 있다. 거기에 적당한 아첨을 섞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불호령이나 볼기가 날라들지 모를 뿐만 아니라 자칫 다음 해 소작 붙여먹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자들은 약자에 대해서는 잔혹하기 그지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섯째는 거짓말을 밥 먹듯 해대는 자들이다. 대체적으로 자기 일이 아닌 남의 일을 하다 보니 눈가리고 아옹하는 처사가 일반적이다. 그러다 들키기라도 하면 둘러대기 바쁘다. 거짓말하는 유전자가 자자손손 내려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양반의 후손과 쌍놈의 후손을 판별하는 기준이다. 이제 와서 양반 쌍놈 따지면 무얼 하겠는가! 그런데 따져야 한다. 독립된 인격으로서 성숙한 시민의 일원으로서 자의식을 가지고 이 사회를 당당하게 살아가야 하는데 꼭 어떤 인물에 매달린다. 노비근성이다. 그것은 유전적이라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데 아마도 주인이 누구인지 또 어디에다 충성을 해야 하는지 미리미리 파악하는 습성이 유전적으로 또한 후천적 교육으로 자자손손 이어져 오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문제는 이러한 쌍놈문화가 현대 한국사회에서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여러 가지 요소가 많이 있을 수 있겠으나 나는 대략 이 네 가지 요소를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상호복합작용을 하면서 상승효과를 불러와 대한민국을 위대한 粗道공화국으로 재탄생시켰으니 지금도 날로 발전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남산을 예전 조선시대에는 목멱산이라 했고 그 산세가 잠두형이라 하여 누에는 뽕잎을 좋아하므로 지금의 강남벌에 뽕나무를 많이 심고 양잠을 장려했다고 한다. 요즈음 풍수지리학자들은 지금 강남이 아파트촌의 밀집된 것을 가지고 그 생김생김이 누에가 자라는 집과 같이 생겨서 잠실이라 한다고 주장도 한다. 그런데 사대문 안에서 보면 그 남산이 여성의 음부와도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터널을 3개나 뚫고 밤낮을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니 서울에 사는 여자들이 바람이 안 날 수 있냐는 웃지 못 할 주장도 곁들인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걸쭉한 육두문자 좀 써야 되겠다.

粗道공화국이 날로 발전해가면서 공해로 인하여 변종 동식물이 많이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어류로는 박어(拍魚)라는 물고기와 조류로는 보지냄새라는 새가 있다는 것이다. 또 粗道공화국의 오토바이는 「부랄털털 부랄털털」이런 소리를 내며 달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공화국의 남자들은 늘 부랄을 털털거리며 어디 뭐 박을 게 없나 그렇게 부풀어 오른 육봉(肉捧)을 쥐고 눈이 벌겋게 찾는다고 한다. 또 이 보지냄새라는 새는 낮이고 밤이고 산이고 들이고 거리고 간에 가리지 않고 날라 다니면서 묘한 냄새를 풍긴다고 한다. 그 냄새를 맡은 박어는 얼른 따라간다나? 아침마다 다함께 하는 粗道공화국 국민체조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고 한다. ♬아침이다. 일어나자. 나도 박고 너도 박고 다 같이 박자♬  박어가 많다 보니 빨어, 핥어라는 변종 물고기도 출현했다는 전설이 있다. 홍어좆이라는 어류는 이 종류와 무관하다고 한다. 물론 짭새, 십새라는 새도 출현했다고 한다.

粗道공화국은 지금 아무러케나 공화국의 언어를 배우기에 가히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꽤 많은 아무러케나 공화국의 젊은이들이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입국한 모양이다. 공화국 처녀들은 영어만 열심히 배우면 되는 데 다른 것도 열심이라고 한다. 예전의 조선의 처녀들은 부모 봉양과 동생 학업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참아냈지만, 요새의 공화국 처녀들은 그 육중한 육봉을 맛보며 즐기며 영어도 동시에 배운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새 공화국 여자들은 말 보다는 주로 단말마의 비명을 즐겨 지른다고 한다.

자 이제 잠시 옆길로 빠졌던 길을 결말 겸 제자리로 돌려보자. 만담조로 떠들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황금만능주의, 권위의 상실, 미국문화의 유입, 저질 쌍놈 문화의 계승발전으로 사회공동체 꼴이 말이 아니다. 이것은 이 사이버 상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개인에 대한 지나친 추앙과 비난, 욕설 등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무엇의 잔재인가? 조상 욕 좀 적당히 먹게 했으면 좋겠다.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자각 좀 했으면 좋겠다. 나머지는 읽는 자의 몫으로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