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 위에서 살며 이런 저런 불합리한 것을 많이 느끼지만, 그 중에 가장 나를 열불나게 하는 것이, 경제 사범에 대한 처벌 수위이다. 우리나라는 사회주의 제제가 아닌 자본주의 체제 아닌가. 그러한 나라에서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에 대해 어찌 그리 관대한지. 그러다 보니 정직한 사람이 손해를 보고 부정하고 남에게 못할 짓만 골라하는 사깃꾼들이 잘 사는 나라가 된 것 아닌가. 물론 정직하게 부자가 된 이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체감상, 느끼기엔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 아닌가?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그 범죄가 피해자에게 준 직접적인 효과만을 가지고 정하는 듯한데, 사실 얼마나 그릇된 일인가. 살인, 강도, 강간... 물론 무겁게 처벌해야한다. 가장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그 범죄의 효과를 미쳤으니. 그런데 경제범은? 단순히 돈 문제이기에 그 경중을 따질 때 그것들 보다 못미친다는 것인가?

이제 경제 사범, 그 중에 사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사실 절도는 눈에 보이는 범죄로 위의 그런 범죄와 마찬가지이지만, 사기의 경우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직장에서 배우고 했던 업종을 그 직장을 떠나는 순간 잊기로 했었다. 왜냐면 그 업종은 그 어느 업종보다 어지러운 판이었기 때문이다. 왜 그리 부도가 많은지. 사실 그 판은 판 밖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신 적은 자본으로도 진출 할 수 있는 판이었다. 그리고 잘만 하면 단시일에 큰 돈도 번다. 반대로 한칼에 쪽박도 차는 걸 수 없이 봐왔다.

시작할 땐 집 한칸도 없이, 거적 떼기를 제치고 방(?)으로 들어가던 사람이 십수년 만에 수천억대 부자가 되는 것도 봤다. 반면 떵떵거리던 사람도 어느날 갑자기 부도를 내고, 쇠고랑을 차는 것도 너무나 많이 봤다. 쥐뿔도 없이 사업을 시작해 몇 년 만에 부도를 냈으나, 뒤로는 수십억을 챙겨 놨다는둥 하는 소릴 너무 많이 들었다.

부도를 내서 아무 것도 없이 쪽박을 찼다면, 오히려 이런 말 안한다. 그런데 부도를 내 놓고, 뒤로는 떵떵거리는 자들이 많으니 문제 아닌가. 그리고 영창을 간다. 그런데 가면 뭐하나. 기껏해야 6개월인데. 갔다 오면 하는 말, “나 몸으로 때웠어.” 그런 자들로 인해 받은 피해자의 돈은? 그런 사람들이 그가 몸으로 때웠다고, 뭐가 나오나? 그런자가 잡혀 가면 그의 재산은 아무것도 없다. 다 마누라, 자식, 동생, 처남, 매부등에게 돌려놨으니.

상가를 분양한다. 정말 그럴듯하다. 이런저런 서약서까지 그야말로 꼼꼼히 챙겨준다. 서류상 아무리 완벽하면 뭐하나. 그 서류가 돈이 안되는데. 이미 사업주는 분양대금 가지고 공사 대금도 안주고 사라졌는데. 그리고 또 잡아서 털어봐야 아무것도 없고 또 그가 살아 봐야 얼마나 사나.

전 재산을 털어 노후용으로 상가 하나 장만했는데, 남편 몰래 내조 9단이 되겠다고 친정집 오빠 돈까지 끌어다가 한 칸 장만했는데. 여기 저기서 딱지가 날아들고, 왠지 내가 죄인이 된 느낌이다.

사기 당하면 어찌 되는지 상상이나 해 보셨는가. 형제간 집안간 불화는 일도 아니다. 이혼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요, 자살하는 사람도 생긴다. 있는 사람들이야 그깟 돈 몇 천, 몇 억 때문에 할 지 몰라도, 서민들은 그것이 전 재산이요, 삶의 밑천인 것이다.

아마 그런 사기를 당한 사람이라면 벌건 대낮에 길가는 사람 줘 패고 있는 돈 다 뺏아가 버리는 날 강도는 범죄 축에도 못 낀다고 할 것이다.

강도는 사람의 몸을 상하게 하지만, 사기는 사람의 정신을 피폐시키고, 결국엔 몸까지 망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도는 당한 그 한사람만의 문제이지만( 물론 가족도 고통스럽겠지만) 사기는 그 사람 뿐 아니라 가족 전체를 멍들게 한다. 강도는 힘없어서 당한 것이니 그래도 불쌍하다고 위로해 주지만, 사기는 당하고도 멍청하다느니, 모자라다니, 욕심 때문이라느니 등등 각종 비난을 함께 받게 되니, 더더욱 당한 사람은 고통스러운 것이다.

사기를 당해 사람이 자살했다면, 사깃꾼은 결국 사람을 죽게 만든 것 아닌가. 이혼했다면, 또 형제간에 싸웠다면, 그 사깃꾼은 그렇게 만든 범죄자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 법은 하도 잘 만들어져, 그들에겐 6개월이다. 아무리 길어도 몇 년을 넘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몰라도, 또 천사 같은 판사들은 어떻게 판결할 지 몰라도, 적어도 난 이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범죄가 사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강절도는 물론 방화 살인 보다도 더 나쁜 범죄라 생각한다. 적어도 동물과 다른 사람의 가치를 사람의 이성에 있다고 생각해 보라.

따라서 난 사깃꾼들에겐 그 돈 다 갚을 때까지 그 기간이 100년이 되더라도 영창 살려야 한다고 믿는다. 사기 당한 돈은 일단 국가에서 먼저 물어주고, 대신 국가는 사깃꾼을 영창에서 강제 노역이라도 시켜 하루 5만원 받았다면 5만원, 7만원 받았다면 7만원... 마지막 한푼까지 다 받아 낼 때까지 노역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되면 정말 억울한 뒤로 빼돌리는 돈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온 가족이 하루 빨리 빼내기 위해 돈을 모을 것이다.

사실 정말 열심히 하다가 안 돼 부도를 낸 사람들은 당한 사람이 다 안다. 그런 사람에 대한 구제는 또 별개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