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큰 부자가 살고 있었지요. 그가 하는 일이라곤 편안히 대청 마루에 앉아 하인들을 부리는 것 뿐이었죠. 워낙 부자였고 하는 일마다 잘되니 그야말로 근심 걱정 하나 없는, 세상에서 가장 팔자 좋은 사람이라고 온 마을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늘 수심 어린 얼굴에  이마엔 주름을 깊게 한채 지내고 있었죠. 모든 사람이 그에겐 그 어느 걱정도 없는 팔자 좋은 사내라 생각했지만, 실은 그에게 커다란 시름이 있었죠.

그런데 그 부잣집의 한 하인은 하루 종일 힘겹게 일하면서도 힘들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도 않으며 늘 입가에 웃음이 가시질 않았지요. 마을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내는 늘 인상을 찌푸리고 있고, 또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일하는 사내는 늘 웃음을 띠고 있으니까요.

부자 사내에겐 사실 큰 걱정이 있었는데, 잠을 잘 수가 없다는 것이었죠. 왜냐하면 잠만 들었다하면 그는 갖은 궂은 일을 도맡아 해야하는 어느 부잣집의 종이 되어 온갖 고생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그런 고생을 하지 않으려면 잠을 자지 않아야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그러니 그는 깨어 있으면 세상에서 제일 팔자 좋은 사람이요, 잠만 들면 거꾸로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팔자로 변하니, 그의 이마에 주름이 펴질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가 잠든 세상에서의 주인이 또 다른 누구도 아닌 위의 그 하인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위의 그 하인은 그 부자와 반대였죠. 그는 잠만 들면 부자가 되어 낮에 모시던 주인을 종으로 부리며 떵떵거리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죠. 그래서 그는 한 낮의 힘든 고생도 밤의 그 행복을 생각하니 입가에 웃음을 지을 수 있었던 겁니다. 잠도 편안히 잘 수 있으니 더 좋은 것이구요.

늘 찌푸린 얼굴로 고민을 하던 부자가 밤의 주인인 그 하인을 불렀죠. 그리곤 자기의 고민을 얘기하고 자기의 전재산을 절반으로 나눠 그 하인에게 주었죠. 그리고 밤이 되어 잠이 들자 밤의 그 주인이 또한 자기에게 재산의 절반을 나눠 주는것 아니겠습니까. 하여 그는 그 날부터 밤이나 낮이나 늘 행복하게 되었죠. 그 하인도 마찬가지였고요.

장자의 나비꿈이라고 있죠. <사람인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가, 나비인 내가 사람의 꿈을 꾸는 것인가.> 내가 지금 깨어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것이 또한 꿈이 아니라고, 또 반대로 꿈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 위의 두 사람은 누가 더 행복했을까요. 물리적인 시간으로 계산하면 잠자는 시간 보다 깨어 있는 시간이 두배는 될테니 현실의 부자가 더 행복했을까요? 그러나 꿈은 한번으로 수십년, 평생을 살 수도 있죠. 어쩌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한 평생의 삶이 어쩌면 어느 누구의 짧은 낮잠 속의 한편 드라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