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곳이 남양주, 그 중에서도 의정부에 접해 있는 마을이라 의정부가 원조인 부대찌개집의 진짜 원조집을 찾아가 본 적이 있죠.

의정부 시장에서 양주 군청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골목길이 있고, 그 골목 입구엔 부대찌개 골목임을 알리는 커다란 간판이 달려 있고 골목을 들어 서면 양쪽으로 죽 부대찌개집이 나열해 있죠. 신축 건물도 있고요 - 그런데 모두 다 원조집 간판이 붙어있죠 - 그중에 진짜 원조집은 오뎅집이라 하더군요.(부대찌개 원조집의 간판이 오뎅이라니 좀 우습고 이상하긴 하지만) 건물 자체도 가장 낡은 집이고, 보기에도 오래된 집 같죠.

뭐 사실 부대찌개가 별겁니까. 햄, 소세지, 다진 돼지고기 조금 넣고 끓인 김치찌개죠 뭐. 그런데 다른 집의 것은 안먹어 보았지만 확실히 맞은 있습니다. 가격도 나름대로 괜찮고요. 라면 사리도 넣을 수 있죠.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를 맛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부대찌개의 원 맛을 볼 수 있고 또 그리 낮설지 않은 보통의 찌개, 진짜 부대찌개가 이런거구나 하는 것은 알 수 있죠. 누구에게나 한끼 식사로 푸짐하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이죠.

일부러 이 집을 찾게 된 이유는, 그 전에 대전에서 친구 한명이 와 구리에서 만났는데, 의정부 근처에 왔으니 부대찌개를 먹자는 겁니다. 잘하는 곳 모르냐고 묻는데, 사실 직장 다닐 때야 지방 다니며 외식이 잦았지만, 장사하면서 부터는 외식할 여유도 시간도 없으니 아는 식당이 없었죠. 그래서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부대찌개로 한 끼 때우긴 했지만 좀 미안하더라구요.

그래서 친구 보낸 후 일요일날 일부러 식구들 데리고 의정부엘 갔죠. 원조집 찾아서... 결론은 나름대로 괜찮았구요.

곰탕으로 유명한 곳이 있는데 (아마 길 가다가 많이 보셨을 듯) 현풍 할매 곰탕집이란 곳이 있죠. 현풍이란 곳은 대구에서 창녕쪽으로 구마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보면 있는데 왼편으로 두 개의 원조집이 있죠.

하나는 말한대로 ‘원조 현풍 할매 곰탕집’ 또 하나는 ‘원조 박소선 현풍 할매 곰탕집’이죠. 두 집이 나란히 있는데 가보면 박소선 할매집에 사람이 훨신 많죠. 누가 찐짜냐구요? 사실 두 집 모두라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굳이 하나만 꼽는다면 박소선 할매집이라 해야 할 겁니다. 원래는 이웃의 두 할머니가 곰탕집을 각각 운영했는데, 그래도 시작은 박소선 할매집이 몇 년 먼저였답니다.

그 두 집은 뭐 원조집이니 뭐니 내세우지 않고 각기 그냥 장사를 잘 해 왔는데, 그 중 한집이 2세로 넘어가며 사정이 바뀌었죠. 늦게 시작한 집이었는데 그만 ‘원조 현풍 할매 곰탕’집이란 걸 상표 등록해 버린겁니다. 그리곤 어쩌면 진짜 원조집이라 할 이웃집에 ‘현풍 할매 곰탕’이란 간판을 사용 못하게 한거죠.

당연히 소송이 걸리고, 결과는 진짜 원조집이 진거죠. 원래 특허란 먼저 등록하는게 임자이니...할 수 없이 중간에 할머니 성함인 ‘박소선’이란 이름을 끼워 넣어 새로운 상표로 등록 할 수 밖에요. 그래서 비슷한 이름의 곰탕집 상호가 생긴거죠.

언제 어디서나 그 놈의 욕심이 문제인듯 합니다. 그러나 그 동네에서 오래 사신 분들은 다 알죠.  진짜 원조가 박소선집이란 것을... 그리고 아는 사람은 꼭 맛이 어때서 그렇다기보다, 뭐 좀 그렇잖습니까, 그래서 박소선 할매 집으로 많이 가죠. 사실 맛도 더 좋다고 합니다.(벌써 십수년 전 얘기라 아직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니 영업 면에선 프랜차이즈점은 어떨지 몰라도 원조집 간의 대결은 박소선집의 완승은 몰라도 판정승 정도는 될 겁니다.

그 집의 맛이요? 정말 원조집 다운 듯 합니다. 사실 저는 곰탕은 제 돈 주고 안 사먹습니다. 예전엔 돈을 줘도 먹기 싫은 음식이었죠. 그런데 나이가 들다 보니 토종 음식으로 입맛이 바뀌고 먹다보니 이젠 그런대로 먹습니다. 그래서 딴 집의 곰탕은 어떤지 모르겠는데(당연히 여러곳에서 먹어보지 않았으니) 이 집은 맛이 괜찮죠. 아마 제가 괜찮을 정도라면 대부분 맛이 좋다 인정할 겝니다.(곰탕이 별로인 제게도 괜찮을 정도니) 서울 강남에서 잘 한다고 하는 곳을 가본 적이 있는데 그래도 원조 박소선 집이 더 맛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체로 원조집은 그래도 원조집이라 맛의 수준이 어느 정도는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름 값을 하느라 그런지 같은 품목을 파는 다른집 보다 그리 떨어지지는 않는 듯한데, 불행히도 2세 3세로 건너가면 단지 유명세로 장사하고 이익에 민감한 곳이 많아지는 듯합니다. 그런 집은 오히려 비원조집 보다도 못한 경우가 더 많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가 경험한 것으론 마산의 대표 음식인 마산 아구찜이 그렇죠. 마산 오동도에 가면 아구찜집이 많죠. 그 중에 원조집이라 하는 할매집이 있는데... 제가 지금까지 가보고 먹어본 아구찜 가운데 최악의 맛과 최악의 서비스였죠.

마산에 있을 때 대전에서 친구 몇이 놀러왔죠. 저녁에 마산의 대표 음식인 아구찜을 먹자해서 일부러 진짜 원조집을 찾아 갔죠. 주문을 하니, 종업원이 한없이 느린 걸음으로 다가와 하는 말이 “마산식이예, 서울식이예?” 하는 겁니다. 친구들 왈 마산왔으니 마산식으로 하자는 겁니다. 그래 마산식을 주문 했죠. 웬걸 한참 후에 나온 아구찜이 아꾸찜인지 북어찜인지 모르겠더라구요. 맛은 북어보다도 훨신 못하구요. 도저히 먹을 수 없어 아구가 왜 이러냐고 물으니, 마산식 주문한거 아니냐고 반문 하더군요... 뭐냐구요? 마산식은 마른 아구를 사용하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의 무지를 탓하며 새로 서울식으로 주문했죠. 그런데 진짜 문제는 새로 나온 서울식이란 것이 이른바 우리가 즐겨 먹는 아구찜인 것은 맞는데 그 맛이 원조집이란 타이틀을 무색하게 만드는 최악의 맛이란 것이었죠. 친절 청결등등 손님에 대한 서비스는 실종된지 오래인듯 했구요... 어쩐지 원조집임에도 손님이 별로더라니... 나중에 알고 보니 원조집인 것은 분명한데 2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그렇게 변했답니다. 원래 할머니가 하실 때엔 정말 맛있었고, 따라서 손님 또한 많았었는데, 2세로 넘어오며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이름의 힘만을 믿고 장사를 하다보니, 맛과 서비스가 엉망이 되었다는거죠.

그래서 그 집은 원주민은 물론 마산 창원등 인근에 사는, 한 마디로 그 집을 아는 사람들은 하나도 가질 않고, 단지 원조집을 찾는, 이름만을 보고 들어가는, 모르는 외지인들이나 가는 곳으로 변했답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로 눈앞의 이익만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종여일 하면 좋을텐데, 10년, 20년 후에도 언제나 같은 맛을 내는 진정한 원조집이어야 할텐데...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다 보니 안되나 봅니다. 동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교훈도 모르는 단세포적인 뇌를 가진 덕이겠지요.

이글을 쓰며 오늘의 교훈으로 새겨 보고 싶네요. ‘始終如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