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의 한맺힌 영어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정말 영어는 저에게 있어 지난 수십년간 저의 길을 막은 결정적인 요소였죠. 학교 성적은 물론 대입에 취업까지... 그 후 승진 시험, 기타 모든 분야에 있어서 저에게 거의 유일한 걸림돌 역할을 해왔죠. 지금 그 영어가 저에게 한을 맺히게한 얘기를 몇가지 해보죠.

요즘엔 영어를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지만 우리땐 중학교 입학하면서 였다는 것은 다 아는것이테고, 문제는 그 영어를 중학교 입학 후 첫 대면이냐, 아니면 미리 좀 배우고 중학교엘 간 것이냐 하는거에 따라 차이가 나더라 이말입니다. 저야 물론 중학교 입학전엔 알파벳조차 몰랐죠. 저의집의 가장 고학력자가 큰형님의 중졸이었는데, 그 형님조차 직장일로 야근을 밥먹듯 하던 당시 절 가르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더더구나 과외는 꿈도 못꿀 시기...

그러나 사실 당시에 저 같은 애들이 전체의 3-4할은 되었을 겁니다. 그러니 그것이 영어를 못하게된 이유라고 하기엔 사실 말이 좀 안되죠. 그러나 결정적으로 선생을 잘못 만난겁니다.(핑겟 거리지만요) 먼저 말한대로 알파벳 모르는 애들이 엄청 많은 시절에, 영어를 처음 가르치는 영어 선생이 알파벳 인쇄체, 필기체의 대,소문자를 가르치는데 한 시간도 안되는 시간을 할애 하더군요.

제가 처음 배운 영어 책이 컴페니언과 뉴스터디였는데(주교재가 컴페니언) 컴페니언 책을 보면 처음에 알파벳이 나오고 바로 good morning/good afternoon... 하는게 서문 식으로 나오고, 다음이 lesson 1. This is a pen. 내용으로 a pen  This is a pen. / a book That is a book./ / / 계속 desk, chair 까지 계속되죠. 그 아래에 그 페이지의 단어와 발음 기호가 나오고요.

그런데 영어 선생은 첫 날 그런식으로 알파벳을 건너 뛰고,  good morning 하는 부분 부터 한번 읽더니, 읽을 사람 손들어 하더니 good morning 부분을 읽히더라구요. 제기럴 뭘 알아야 읽던 말던하죠. 그야말로 영어였죠. 그 다음부터 매주 한 단원씩.. 읽고, 해석하고(선생이 학생에게 시키는데 늘 하던 애들만 하죠)  단어 시험보고. 물론 내용이야 얼마 안되고, 그리고 아는 사람이야 문제가 안되지만 모르는 사람이야 어떻게 읽는지, 왜 그렇게 읽어야 하는지...

(히유 여담이지만 고교 때 양주동 박사의 수필이 생각나네요. 영어를 배우는데 I 다음엔 am, you 다음엔 are,  he,she, it 다음엔 is,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서, 한문을 배울 때 모르면 100번을 써보라했으니 그것을 100번 썼는데 그래도 모르겠더라. 고민을 하던 차에 어찌해서 문법 책을 보니 1인칭은 am, 2인칭은 are, 3인칭은 is 라... 인칭이란 걸 알고 나서 모든 것을 깨우쳤다. 이 수필을 보는 순간 왜 저의 영어가 그리도 생각이 나던지)

그래서 생각했죠. 왜 디스라 읽느냐. t(ㄷ), h(ㅣ), i(ㅅ), s(ㅡ). 문제는 다음 단어 두번째 스펠에서 바로 걸리더군요...영어는 스펠과 달리 발음 기호가 따로 있고 그것이 음가라는 것을 5과를 지나고 나서야 알았죠. 알파벳도 그 때쯤 해서 다 알았구요... 진도는 계속 나가고... 그런데 정작 큰 일은 그 때 발생했죠.

수업 시간에 제 짝이 제게 장난을 치다가 걸렸는데, 둘이 함께 거의 죽기 직전까지 맞았죠. 사실 그 때 까지, 아니 그 후에도 그 선생한테 한번에 세 대 이상 맞고 버틴 애가 없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매였는데, 무려 24대를 맞았죠. 안 쓰러지고 버티니까 계속 때린거였죠. 제 짝도 마찬가지로. 봉걸레 자루 굵기의 길이 50센티미터 쯤하는 박달 나무 몽둥이었는데, 나이 서른도 안된 젊은 선생이 후려치니 이제 갓 중학생이 몇 대나 맞을수 있겠습니까. 한두 대면 그냥 쓰러지죠. 그런데 전 맞고 쓰러지는게 자존심(?) 상해서 버텼죠. 물론 제 짝은 키는 저와 같이 작아도 교내 최고의 체력을 자랑하는 친구였지만 - 그 친구는 제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의 소유자로 제가 부러워하는 친구이죠 - 저야 약골중의 약골인데... 그런데 그게 한편으론 약이 된 면도 있죠. 요즘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힘있는 애들이 약한 애들 괴롭히고 그런게 많았는데, 그 일 이후 제가 독종중의 독종이라 소문이 나는 바람에 괴롭히는 애들이 없더라구요.

생각해 보세요. 영어는 재미없지.(모르니) 더구나 죄도 없이 죽도록 맞았지. 그러니 영어 선생이 보기도 싫고... 영어 공부 할 맛 나겠나요. 그 동안 있던 시험에서 영어는 3-40점을 벗어나지 못했고. 또 영어의 필요성 자체도 알지 못했죠. 영어는 단지 제 평균 성적을 까먹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그러면서 한 학기가 갔죠.

제가 잊지도 못하네요. 1학기 성적 등수. 235/560. 어머니는 당연히 놀라셨죠. 아니 얘가... 그래도 초등학교 때는 반에서(90여명) 10등 정도는 했는데... 더 웃기는 것은 담임 선생님의 가정 방문 때였죠.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얘가 이 정도 하는 것은 얘 머리로 보아선 그래도 잘 하는 겁니다.” 어머니는 한번 더 놀라셨죠. 아니 얘가 그렇게 모자라단 말인가?? 어찌 된거냐 하면 아이큐 검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97 이더란 말이죠. 보세요 아이큐 두자리인데 중간 이상이면 그런대로 잘한거 아닌가요?

사실 아이큐 검사할 때 정확하게 풀어야 하는걸로 생각하고 꼼꼼하게 풀다보니 시간이 모자라 못푼게 많았걸랑요. 전 원래 모르면 모르는거지 찍는 것도 거부하는 성격이고, 시간이 모자라 공배가 남을지언정 확실하게 풀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그리한 건데, 아이큐 검사의 특징을 몰랐던거죠. 어쨌든 어머니는 충격을 좀 받으셨죠.

그 때나 그 후에나 전 공부하는 시간이 매우 적은 편인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학 때 공부를 했죠. 9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또 3시부터 6시까지... 하루 6시간을 거의 매일 혼자 공부했죠. 그런데 문제는 그 때도 영어 공부는 한 자도 안했다는 겁니다. 재미도 없고, 필요성도 모르겠고, 선생에 대한 반감도 있고... 또 제가 대학 가더라도 지리나 역사를 공부 할 건데, 영어를 왜 해야하나라고 생각했죠. 개학 하자마자 시험을 치는데(그 학교는 개학하고 다음날 꼭 시험을 치죠) 47등/560 했죠. 그 때에도 영어는 40점 미만, 다른 과목 거의 만점. 애통한 것은 그 때라도 누가 제게 왜 영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마디만 해 주었으면 제 인생이 바뀔 수도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그 성적 패턴은 그 후 현재까지 계속 되고 있죠. 전 과목 거의 만점, 영어 과락...

영어가 대입 필수 과목이란걸 고1 마칠 무렵에 알았죠. 중학교 때 이미 역사, 지리 과목은 서울대 본고사 문제도 90점을 넘을 정도였고, 고교 때 특히 지리는 제 노트엔 있고 교과서나 참고서엔 없는 것은 있지만, 참고서나 교과서엔 있어도 제 노트에 없는 것은 없었죠. 몇 년간 수많은 참고서에 백과사전까지 뒤져서 요약한 노트였걸랑요. (애지중지 보관 했었는데, 제가 군에 있을 때, 집 다락에 비가 새는 바람에 젖어서 버렸다고 하더군요) 지리 공부의 반 만이라도 영어에 투자하였다면... 고등학교 때 영어의 필요성을 깨 달았을 땐 너무 늦었죠. (어쩌면 그 때도 늦은게 아니었지도 모르죠.) 늦었다는 것보다 흥미를 되찾지 못할 정도로 영어를 싫어했다는게 더 옳을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다른 과목에서 거의 만점을 받을 수 있기에 성적을 어느 정도는 유지 할 수 있었기에 더 영어를 등한시 한 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무엇이 되었건 결과는 영어를 못하게 된거죠. 그리고 그 영향은 제 평생을 지배했고요.

오늘은 이만 신세 타령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