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을 하던 동업자와 정말이지 처절하게 싸웠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언성을 높이고 결국엔 등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있는 상태가 며칠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계속 지나고 나니 전화를 한 번 해 볼까 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슬그머니 전화를 해 보니 선선한 말투로 응대를 해 옵니다. 조곤조곤 그 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니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합니다. 둘은 만나서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하고 다시 손을 맞잡았습니다.

 일과 문제 사안을 두고 논의를 함에 있어서 감정이 개입되고 답답함을 스스로 이기지 못하여 극단으로 치닫는 일은 참으로 끔찍합니다. 소통의 부재는 미련함이며 정보가 흐르지 못하게 하여 발전을 가로막고 결국 후회만을 낳습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 정규 교육을 받을 때 토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에 어쩔 수 없이 많이 다투고 답답해 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특히 부부 관계나 가족 사이에서도 소통의 기술이 부족하여 서로 상처를 주는 말을 하거나 대화가 단절되는 일도 많습니다.

 언젠가 길을 걷다가 여학생들이 하는 대화를 듣게 된 적이 있습니다.

“SK 텔레콤 광고 진짜 웃기지 않냐? 아름아. 같이 가. 아름아. 같이 가.” “맞아. 맞아. 거기서 남자 애들 머리가 다 바가지 머리인 거 기억나?”

 그 때 여학생들 중의 다른 하나가 곧바로 대화에 참여했는데, 그 순간 이상하게도 대화가 끊어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하하. KTF의 나만의 쇼가 더 재밌어. 애기가 목욕하면서 내일은 무슨 쇼를 할까? 할 때 표정 기억나니?”

 일견 세 번째로 발언을 한 여학생도 앞의 두 여학생이 시작한 대화에 참여한 듯합니다. 요즘 장안에서 이슈가 된 코믹한 CF에 대한 이야기에 동참한 듯합니다. 하지만 세 번째 여학생은 상대방이 꺼낸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고 상대방이 재밌게 생각하는 대상에 대해 일단 집중한 게 아니었습니다. 곧바로 자기 생각과 자신의 감흥을 내놓으려 했습니다. 한두 마디 정도는 상대방이 소재로 삼은 이미지와 단어들에 대해 대꾸를 해주고 추임새를 넣어주고 후렴구를 붙여주고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정말로 공대에서는 여학생이 여왕 대접 받나봐?’ ‘아름아 같이가 2탄이 나올까?’ 와 같은 대꾸는 참으로 소중한 대화법입니다.

 세 번째 여학생은 대화를 하는 데에 있어서 다만 기술이 부족할 따름입니다. 친구들에 대한 믿음과 취향과 수준 등에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사회는 위와 같은 세 번 째 여학생과 같은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리고 가끔 ‘그 사람은 편안하고 좋아.’ 하는 이미지를 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러한 사람은 대개 위의 세 번 째 여학생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소통을 할 줄 아는 기술을 지닌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에... 지난 두 주 간 개인적으로 쓸 데 없는 다툼을 벌이느라 글을 못 썼네요. 조만간 다시 페이스를 찾아서 연재를 재개토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참에 잠시 저의 글에 대해 언급을 하자면... ‘프로 1급’이라는 제목을 바탕으로 ‘아마추어 고수’를 주인공으로 삼아 바둑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애기가들에게 가장 가까운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주인공이 프로들까지 꺾게 되는 그야말로 영화 같고 소설 같은 줄거리로 흘러가는 게 가장 쉽고 재밌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바탕을 만들어 주기 위해 BC 카드배와 같은 오픈 대회를 설정하였지요. 현실에서는 아마추어가 본선에서 살아남지 못했지만 이야기 세계에서는 당연히 우승까지 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바둑 이야기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바둑 내용은 절대로 자세하게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바둑을 모르건 조금만 알 건 잘 알 건 누구나 재밌게 이야기에 빠져 들 수 있을 테니까요. ‘고스트 바둑왕’이라는 만화는 그러한 딜레마를 ‘유령’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극복하였고 바둑 기보 보다는 바둑을 두는 사람들의 심리 묘사만을 통해 바둑 이야기의 재미를 충분히 이끌어 내었지요.

 ‘프로 1급’ 이라는 바둑 이야기를 기획하면서 위의 딜레마를 해결할 방안부터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마추어 여러 명이 팀을 짜서 의논을 하면서 프로와 상대한다는 설정을 이끌어 내었지요. 그러한 설정이라면 바둑 기보를 거의 언급 하지 않으면서 프로와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고 끝내 승리에까지 도달하는 묘사가 가능할 것이며, 또한 우리 모든 애기가들의 분신인 주인공이 프로를 꺾는 일에 있어서 개연성이 생기리라 여겼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 열심히 작업 분량을 감당하여야 할 인물들의 심리 묘사 완성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찬돌, 주리, 지호 세 잠재력 있는 아마추어가 세계 챔피언들을 무찌르고 결국엔 인공지능 컴퓨터로부터 인류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이야기. 해볼 만한 이야기 아닐까요? 모쪼록 집중력을 놓지 않고 끝까지 잘 마무리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에... 이상은 ‘다툼’이라는 단상과, ‘프로 1급’ 의 연재 평크에 대한 변명과 예고편이었습니다.

^^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