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방법과 기준에 따라 어떤 행위를 하고 안하고를 결정할 것이다. 즉 그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하고 행위할 것이다. 혹자는 그 기준이 고매하고 그에 따라 실천함으로서 존경을 받게되고 혹자는 기준만 고매하고 실천은 반대로하여 위선자로 낙인찍히고, 또 어떤자는 기준 자체가 지극히 이기적이어서 악인이 되고  또 어떤자는 그 기준조차 없어서 막가는 사람, 사회에서 내동갱이 처지는 사람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선해서인지, 아니면 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꾸준한 교육 탓인지는 몰라도 그 기준은 대개 고매한 듯하다. 단지 실천이 문제이지... 그래서 사람이 어떻게 살겠다는 기준을 잘 가지는 것 보다는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일게다. 아니 기준이 대개 그런대로 괜찮다면 실천이 훨신 중요한 것이라고 단정 지어도 별로 이견이 없을 듯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 적어도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것 같다. 하고자 한 것 중 안한 것은 많아도, 안 하려고 한 것은 절대 안했다고. 무의식중에 남에게 해를 끼친 것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알고서 남에게 피해를 준 것은 없다고..

그리고 내가 여기서 한번 얘기해 보려하는 것은 덜 중요하다지만 그래도 밑바탕이 되는 행위의 기준을 어떻게 두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중학교 1학년때 학급 회의의 주제가 바로 그것이었다.(너무 어려운 주제였는지 모르지만) 당시 나는 훈련 중이었다. 무슨 훈련인가 하면 남 앞에서 발표하는 것. 사실 초등학교와 중1 초반까지 단 한번도 남 앞에서 발표해 본 적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봤을 것이다. 어떤 토론을 하고 있을때 그 내용이 지나간 후에 말하고 싶은게 생각 나는 것. 생각은 열심히 했지만 막상 말하려 할 땐 뒤죽박죽 되고, 말하려는 것 다 잊어 버리고... 아마 대부분 경험한 바 아닌가?(나만 그랬나?) 어쨌든 발표를 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를 했다. 처음엔 말할 내용을 거의 다 적었다. 발표라기 보다는 거의 읽는 수준이지. 그 단계가 좀 지나니 간단한 메모로 가능했고, 조금 더 지나니 토론 와중에 생각나는 것을 바로 바로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2학년 때 부터는 발표 공포증이 완치되었었다. 여하튼 그 회의 주제(미리 공고된)를 생각하며 어떻게 살것인가를 결심하게 되었고, 그 후 내 삶 전체의 모토가 되었다. 그 때 생각하며 발표한 내용이 이것이다.

사람은 세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있으나 마나한 사람, 있으면 안될 사람, 꼭 있어야할 사람. 그리고 모든 행위엔 이득과 손실이 따른다. 나의 손익, 상대의 손익, 그리고 사회 전체의 손익. 그 손익을 다합쳐 보면 0인 것 같지만, 사회 정의라는 것을 고려해서 사회적 손익을 합쳐볼땐 +도 -도 나올 수가 있다. 아니 거의 모든 경우에 나온다고 봐야한다. 만약 도적이 나의 물건을 훔친는 것은 나의 손실과 도적의 이익을 합치면 0가 되지만 사회적 규범에 손실이 발생함으로 그것은 마이너스이다. 그러나 그 도적이 장발장처럼 굶어죽기 직전이었다면, 가족이 굶어 죽기 직전 살리기 위한 도적질이었다면? 사회 규범의 손실과 나의 손실을 합친 것 보다 도적의 이익이 훨신 큰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사회에 있어서는 안될 존재는 안되겠다는 것이 내삶의 목표요, 먼저 말한 손익의 합을 따져 행위의 기준으로 삼겠다. 즉 +가 되는 행위를 하도록하겠다. 그러나 나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면 그 기준을 보다 강화해서 적용하겠다.

언제나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움이 많지만, 그래도 생각하고 결정할 때는 대부분 이 기준대로 해왔다. 예를 들어 내가 일하면 1시간 걸리고, 다른 사람이 일하면 그보다 훨신 더 걸리는 일이라면, 그 더 걸림에 따른 손실이 정의(원래는 그 사람이 해야 하는것이므로)의 손실보다 크다고 판단되면 내 손실을 감안하고 내가 해왔다. 

그리고 그러한 생활 신조는 대학 때 게임이론에서 제로썸 이론을 배우며 더 확실히 다졌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얘기하면 누구나 공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우리 애들 가르치느라고 그런 얘길 한 적이 있는데, 대번 반발이다. “누가 그렇게 살아. 그러니 못사는거야. 내 걸 훔친 도둑이면 무조건 잡아야지. 아빠는 그래서 안돼...” 내가 야단치려하자 집 사람이 말한다. “요즘 애들한테 그게 통하냐? 자기나 그렇게 살라고. 애들은 지들이 알아서 살라하고...” 여기서 나는 벽에 부딪혔다. 무엇이 옳은건가? 옳다고 살아온 것이 과연 잘 산건가? 물질이 따르지 않는 도덕은? 그 물질이 어느 정도나 따라줘야 도덕을 얘기할 수 있는걸까?(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는 것인데)

얼마 전 애들을 한번 크게 혼낸 일이 있었다. 그 때 내가 애들한테 “그래 따지고 보면 니 애비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솔직히 아빠는 막노동할 능력은 없다. 그러나 사기꾼이 될 능력은 있다. 우리집 부자되기 위해 아빠가 사깃꾼이 될까? 니들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다. 그러면 아마 지금보다는 좋은집에서 좀 더 풍족하게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나중에 아빠가 영창갈 수는 있겠지만...니들이 결정해라.” 애들이 어떻게 결정했는지는 말 안해도 알 것이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경제적으로 심한 압박을 받고 있지만 어쩌면 아직은 굶어 죽기 직전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도덕을 따지고 수십년 전의 결심을 뇌까리고 있으니.. 그러나 사람은 지 난대로 산다고 어디 바꾸기가 쉽겠는가? 죽이 되나 밥이 되나 이대로 살다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