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교육에 관한 얘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공부를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부모의 속을 가장 많이 썩이는게 바로 고놈의 자식교육 아니겠습니까.

여자들이 모이면 돈 못버는 남편 둔 여자, 부자 남편 둔 여자 못 당하고,  부자집 여자, 공부 잘하는 자식 둔 여자 못 당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나깨나 불조심이 아니요 공부타령일 수 밖에요. 그리고 요즘엔 경제력이 공부를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죠. 예전에야 공부 하나로 인생 역전을 바라고 오로지 공부만해서 성공한 사람도 많았지만(물론 지금도 많이 있겠죠), 이젠 누구나 공부에 모든걸 다 걸고 있는듯한(?) 세상인지라 같은 조건이라면 경제적으로 얼마나 뒷받침 되느냐가 승패에 있어서 결정적 요인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젠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그럭저럭 풍요해진지도 벌써 수십년 되다보니 그 부가 교육과 함께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잘살고. 학력도 높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가 또한 공부를 잘 할 기대치가 훨신 높을테니까요. 이제 조금 더 지나면 그야말로 부의 세습과 함께 지적 능력의 세습까지도 이뤄지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합니다. 그리되면 소위 사회적 신분 상승이 지금보다 훨신 더 힘들어지겠지요.

말을 꺼내다 보니 옆길로 샜는데, 제 경험을 조금 얘기해 드리지요. 애가 초등학교 3학년 이 되고나서부터 매 학기 시작할 때 문제집(해법, 동아등)을 국어, 수학, 사회, 과학등 4권 갔다줬죠. 그리고 이유 불문하고 어떤 과목을 하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네장씩만 풀게 시켰죠. 각 과목의 쪽수가 대략 150쪽 안팎이라 총 600쪽, 장수로는 300장, 일주 20장이면 15주면 다 풀 수 있는 양이죠. 따라서 그대로 하면 학교 수업보다 조금 빨리 진행되기 마련이죠. 저나 집사람이 할 일은 일주일에 한번씩 했나 안했나만 검사하고, 틀린것 체크하고 그것만 다시 보게하면 끝. 애들한테 하루 넉장이 많다고요? 사실 보면 30분이면 끝날 분량밖에 안됩니다. 문제도 몇 문제 안되죠. 그리고 종합문제지 한권은 두번의 시험 전에 해당 분량만큼 풀게하죠. 하루 30분 정도면 한 학기에 정확하게 맞춰지는 양이죠.

학원? 과외? 솔직히 저는 돈도 없거니와 있어도 안보낼 겁니다. 특히 학원은 백해무익이라면 좀 심하고 백해 십익이나 될까 의심스럽네요. 생각해 보십시오. 학교에서 조는 애가 학원에서 안졸까요? 학교에서 10시간 동안 가르치는걸 학원에서는 두세 시간 만에 다 가르치는데, 그걸 제대로 알아 들을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세상 없는 선생일지라도 축약 수업을 한다면 수박 겉핥기식이 안될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그걸 배웠다고, 그래서 안다고 착각하는거죠. 피곤도 하겠지만 아는걸 학교에서 또 배우니 졸 수 밖에요. 학원에서는 졸면서 대충 배우고, 학교에서는 다 아는 거라고 졸고... 결과요? 반만 아는거죠. 시험에 나오면 틀리면 되는 것이고요.

왜 부모들은 애들한테 모르는걸 공부할 시간을 안주는 걸까요? 100개의 공부라면 다 모를까요? 잘하는 애는 90개, 못하는 애라도 50개 아는거죠. 그럼 학원에서 겉핥기로 이미 알고 있는 것 포함해서 100개를 반복할게 아니라 모르는 것 10개, 50개를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 훨신 나은 방법 아닐까요? 그런면에서 보면 진짜 공부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과외는 그래도 해 볼만 할 겁니다. 단지 학원은 어찌됐든 시간은 채워주는 것이기에 그만큼 공부했다는 뜻이라 생각하는 부모의 착각만을 만족시켜주는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과는 반대로 갈텐데 말이죠.

얼마전 유명 강사 출신이 그러더군요. 홀로 공부하다보면 몇 달은 성적이 떨어지지만 나중에는 훨신 더 많이 오른다고요. 그 말이 맞을 겁니다. 저는 하는 일 때문에 학부모들을 많이 만나죠. 얘기도 많이 하고요. 솔직히 저희 애들은 과외는 커녕 학원도 안다녔죠. 아니 둘 다 두달씩은 다녔네요. 중학교 졸업하고 고교 들어가기 전 두달간 학원 보냈네요. 12년 동안 두달이니 안보냈다 해도 되지 않겠나요?(그래도 보내긴 보낸거라면 할 말 없는데...) 그래도 모의고사 99%이상, 절대 공부 처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부 어떻게 시키냐고  물어보는 사람 많습니다. 그리고 따라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대부분은 부모가 스스로 불안해서 못하더라구요. 여하튼 이리 저리해서 동네에서 공부좀 하는 애들의 엄마는 대부분 제가 알고 있을 정도죠. 수년간 이동네에서 인서울 4년제 대학에 들어간 애들은 아마 제가 다 아는 애들일 겁니다. 그 애 엄마와 함께.

여기서 글을 보는 분들 대부분 아버지들이겠죠. 마지막으로 제가 딱 한마디만 하죠. 자녀의 성적 누가 좌우할는지 아시는지요. 물론 부모 모두이겠지만, 특히 바로 여러분 아버지랍니다. 엄마가 챙기는 정도로는 안됩니다. 아버지의 카리스마와 함께 관심을 쏟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엄마가 한 시간 동안 애정을 쏟는 것 보다 아버지가 1분간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 훨신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글을 다 쓰고 보니 엄청 쑥스럽고 팔불출 같은 글이 됐지만 그래도 몇몇 분에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냥 올립니다. 이거 영 쑥스럽네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