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말했습니다. " 내가 너를 낳는 것이니 내가 먼저다." 그러자 달걀이 대꾸합니다. "내가 깨어나서 자라면 닭이 되는 것이니 내가 먼저다. 진짜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몰라도 그래도 먼저인게 있긴 하겠죠.

제가 사는 곳은 서울 외곽의 시 중에서, 동도 읍도 아닌 면소재지이죠. 한마디로 저는 서울 근교에서는 보기 힘든 면민이죠. 사실 제가 사는 곳은 10년전 아파트를 지어서 형성된  6,000여 가구의 동네인데, 이곳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하나씩 있죠. 각 가정 마다 초등학교야 그렇다치고 대학 진학이 걱정인지라 중학교 올라 갈 때쯤 되면  서울 쪽으로 이사들을 많이 가죠. 그러니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죠. 여긴 애들 과외 시킬만한 대학생을 찾기도 어렵고, 변변한 학원도 없걸랑요. 물론 학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위 대형 명문(?) 학원은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여기서 서울에 있는 학원으로 통학하는 아이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학교 성적이 10%내에 드는 상위권 학생들은 거의 예외 없이 서울쪽 학원에 다닌다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겁니다. 사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 북부쪽에서 세 살던 분들이 셋돈에 조금 보태서 집을 사서 이사온 분들이지요. 요즘은 옛날과 달리 경제력과 성적이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지만 그래도 초등학교 중학교 애들 공부하는 걸 보면 강북쪽과 비교해 그리 많이 처지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고등학교야 주위 시에서 공부에 문제가 많은 애들이 몰려와 그 수준이 전국 최하 수준이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이동네에 사는 애들로만 채워져 있기에 별 문제가 없는 것이죠.

마침 친구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데 큰 아이가 그래도 학교에서 소위 등수에 드는 성적이었죠. 그러니 그 애 엄마도 당연히 애들 공부에 관심과 함께 욕심이 생겨 서울에 있는 명문 학원에 보냈답니다. 그 학원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학원인데, 시험을 쳐서 반편성을 한다는군요. 처음 시험을 쳐서 10개반중 3번째 반으로 배정 받아 학원엘 다니기 시작했죠. 그런데 매달 시험을 치고 새로 반편성을 하고 하는데, 그 애는 줄곳 3반이더란 겁니다. 애 엄마가 생각해보니 자기애는 그래도 상당히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데도 맨날 그 타령이니, 생각다 못해 학원에  면담을 신청했죠. "우리애는 그래도 열심히 하는데 왜 맨날 3반이죠?" 학원 면담 선생이 묻더랍니다. "애가 여기 학원 말고 또 다른 학원이나 과외 교습을 받습니까?" "아니요." 하고 엄마가 대답을 하자 그 면담 선생 曰 "그러니 그렇죠." "과외 안받고 여기서 반을 유지하면 그래도 잘하는 겁니다."

이 동네에서 1등-10등까지 학생이 다 그 학원에 다니는데, 과연 그 학원을 다녀서 공부를 잘하는  걸까요, 아니면 공부를 이미 잘하고 있는 애들이 그 학원에 다니는 걸까요? 학원 성적 올리려고 과외를 받아야 할까요?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