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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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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5
2009-04-05 오전 2:26 조회 4683추천 6   프린트스크랩

매섭게 몰아치는 겨울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우뚝하게 버티고 선 백추산을 뒤로하고

그 곳에서 동쪽으로 한맥 길게 뻗어간

가지용의 등을 밟아 내리던 임지관은

이제 인가가 있는 어느 골을 들어서고 있었다



동절기 산중의 짧은 한날이 그렇듯

해 떨어지기 무섭게 어둠은 밀려들고 있었다

어슴프레해진 골 입새를 돌아 든 임지관 앞으로

작은 논밭들이 나타나고 제법 시야를 터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으로 초가지붕들이 군데 군데 보였는데

저녁 한 때 잠잠해진 바람을 틈타 굴뚝 여기저기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는것이 보였다

그렇게 너댓 채씩 무리지어 듬성듬성 늘어선

이십여채의 촌락은 골 상부까지 이어졌다



임지관의 빨라진 걸음은 얼마후 골 상부에 서로 담을 맞댄

댓채의 초가 근처에 이르고 있었다

헛칸에선 늙은 황소 한마리가 김이 나는 죽통에 머리를 쳐박고

자주 두꺼운 혀를 널름거리는 것이 보였다

얼어서 물러터진 호박과 볏짚을 듬뿍 썰어넣고 끓인 쇠죽을

길게 판  통나무죽통에 부어주고 나오던 노인이

금방 인기척이 난 싸리문 쪽으로 굽은 몸을 돌렸다



'험...험... 법수골 도석 나르던 소부리 아베집 맞지요?'



어둑한 마당을 들어서는 검은형체에


노인은 목을 빼는 시늉으로
올려다보았다

쭈글한 눈꺼풀을 들어 상을 살피던 노인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흔들어 뎃다



'그렇긴 헌디... 목소리는 어디서 귀에 익은것도 헌디..

어두버서 그런가.. 눈교?'



걸망을 메고 작대기하나
짚고 선 남자는 

산을 떠도는 심마니의 행색이었다

그러나

상투아래 드러난 다소 장두의 얼굴빛은 속되 보이지 않았다

장두의 남자는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이 당연하다는듯

싱글거렸고 한 번 더 아는체하더니 이내 걸망을 벗어 내렸다



'쇠죽을 끓이시는걸 보니 아직도 광산엘 오르시나 봅니다'



천노인은 못 알아보는 것이 자신의 늙은 노안탓이려니 하며

그의 말에 먼저 대답부터 했다



'뭐..사는게 안 그렇튼교.. 골입새 작은 논밭전지라도 가진 사람들이야

그나마 겨울 한철 구들장지고 있다지만

우리같이 똥통굴려먹기 딱 좋을만한 개간 비탈에 손바닥만한

땅떼기가 고작인 사람들이야

이승에 산 동안은 뭐든 해야습죠...

근데..내집 찿아온 손을 앞에 두고 이런말 자꾸 하기가 미안킨 하지만서도

당췌
모르겠네.. 누궁교?



그제서야 장두의 남자는 웃음을 머금은채 알아 들을 말로 신분을 밝혔다



'한 십년은 훨 넘었겠지요 노스님 한 분 모시고

이댁 저..어..기 소우리 옆에 붙은 소부리방에

들어 보름은 족히 머물다 갔지요'



마당에서 나는 낯선소리에 부엌을 나오던 등이 몹씨 굽은


할멈이 먼저 아는체를 했다



'아이고 메야..이게 누궁교 그때 도사 같던 시님 한 분하고 같이

왔던
젊은 지관나리아인가베?'



그제서야 기억을 해낸 천노인이 임지관의

손을 덮석 잡으며 방문쪽으로 이끌었다



'허이구 그러고 보니..임자가 그래도 나보다 낫네 난 그것두 모르고..허허

자.... 누추하기야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것 없지만 그래도 어여 몸이나

녹이시구려'




문고리잡아 열며 임지관의 등을 떠밀다시피 들어간

천노인은 아랫목을 권했다

그리고

서둘러 호롱에 불을 붙이고 돌아 앉는

그를 임지관이 바라보았다

험한 일을 오래했어인지 십수년이 지난 지금

쉰을 넘겻다고는 하지만 상노인의 몰골을 하고 있었다

임지관은 방안을 둘러보는 시늉을 하며

궁금했다는 듯 먼저 입을 열었다



'소부리 석이는 사시굴에 날품팔러 갔나보군요 어찌
안 보이네요

참 그라고 장개는 갔겠지요?'



'그놈여... 휴 ...'



선뜻 답을 하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는 천씨의 안색에서

한줄기 어두운 그림자를 읽을 수 있었다

괴이하게 여긴 임지관이 다시 물어갔다



'아니...먼 일이라도 있었던
게요?'



'히.. 휴 ...'



한번 더 이어진 천씨의 긴 한숨소리는

임지관에게 그렇다는 대답으로 대신 들리고 있었다

혹시나 하던 어떤 불안감으로 골을 들어서긴 했지만

뜻하지 않는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것 같아 

임지관의 눈빛이 경직되고 있었다

정색을 한 임지관이 한번 더 천씨를 재촉했다



'마실에 먼 일이라도 있었던 게요?'



그제서야 천씨는 몇 개 남지 않은 앞니를

드러내며 어떤 사연을 늘어 놓기 시작했다



'나리네가 그러니까..그해 칠월 장마비가 그치고도

근 보름을 채우다 갔지요'



'그랫습죠 노스님과 함께 이댁에 행랑을 풀고

부근 산을 샅샅이 밟았었지요'



임지관은 자신의 어떤조바심과 달리 느긋한 말투로 시작하는 

천씨의 말을 재빨리 받아 넘겻다



'그렇게 나리네가 떠나고 몇 해 안되서 동지 쯤이던가!

이골에서 못 듣던 행여 소리가 각중에 나는지라

삽지껄에 서서  골 입새를 내다보니

어디서 왔는지 모를 꽃상여가

골을 올라오고 있더구만여'



거기까지 듣던 임지관은 느릿한 천씨의

말을 앞서가서 물었다



'혹시 영양땅에 산다는 남씨가 탄 상여가 아니었나요?'



'허... 그걸 어떻게...맞심니더

그렇게 들어온 상여는 그때 노스님이 말씀하시던

저짝..오두산꼭두배기로 가습죠'




원하던 답을 들은 임지관은 순간 맥이 풀리며

눈앞이 어질해져 옴을 느꼇다



다음날 식전 첫닭이 울기 무섭게 임지관은 산을 올랐다

단숨에 걸어 올라간 그곳은 남씨의
묘지 앞이었다

천노인의 말데로 가묘이던 그곳엔 떡하니 비석돌이

오두혈을 누르고 서 있었다 진묘가
든 것이다

순간 스승의 노기띤 얼굴이 떠올랐다



스승이시영의 예언데로 오두혈의 지기가 눌리던

그 이듬해부터 마을에는 크고 작은 액운이 닥치기 시작했다

천씨의 아들 석이가 백토광산에서 스물이 채 안된 나이에

변을 당했고 사시굴에 날품팔던 쓰라잡이 우씨는

디딜방아 땅두덩에 손을 넣고 찧어 반병신이 되었다고 했다


청송백자를 만들어내는 법수골 사시굴의 흙 찧는 디딜방아는

일반마을에 쓰는 것보다는 거의
두배 가까이컷다

그런 느릿한 방아메두에 손을 찧는다는것은

무엇에 홀리지 않는 다음에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천 노인이 혀를 찻었다

그리고 마을의 액운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해마다 광산과 사시굴에서 날품을 팔던 이마을 점꾼들이

한 둘씩 크고 작은 봉변을 당했고 작년에는 논물을 대려고

막아둔 살보에서도 아낙 하나가 빠져 죽었다

오두혈이 눌리고 그것이 벌써 열번째 되는 죽음이기도 했다



임지관은 스승과의 약조는 까맣게 잊고 어느순간 자신도 모르게

명망을 쫓아 산을 헤멘 10년의 세월이 아련히 지나갔다

그 세월의 바깓 어딘가에서, 짧게나마 친 아재비처럼 자신을 따랏던

석이가 자신이 망각한 스승과의 약조때문에 액을 맞은거라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십삼년전 그날>

이미 깊은산중에는 장마비가 시작되었다

피할 거처를 구해 산을 내려온 이시영과 임형수에게

소맷자락을 끌다시피 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석이는 자신의 방을 선뜻 권했었다

그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방을 드나들며

임형수에게 바깥세상이야기 듣는걸 좋아했다

어떤날은 스승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밤이 깊도록 두사람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다

임지관의 물기어린 눈에선 당시 순하게 웃던

열여섯 석이의 얼굴이 그려졌다


'아재요..지는요 죽어도 아부지처럼 점놈 소리는 듣고
못 삽니더'



'점놈? 점놈이라니?'



'사람들이 다 안 카능교 사기 굽는 일이나 내다파는 사람이나

모두 점놈 점놈 카면서 천대한다 아인교

오죽하면 한마실에 살면서 논떼기 조금 가지고 있다고

그집 코흘리개까지 울 아부지 보고 점놈이라 안캄니까'



'음.. 그렇다고 어야겠노'



'그래서 돌아오는 영천오일장에는 사기데러 나가는

점주따라 지도 한번 따라나서 볼라 캅니더

영천엔 땅도 넓고 사람도 많다는데 지 한 몸

앞가림 할데가 없겠심니까'



그때 듣고 있던 임형수가 무거워 지려는 분위기를

돌려볼 심산으로 말을 바꿧었다





'근데..석아... 왜 니를 보고 사람들이

다들  쇠부리라고 부르더냐?'



다소 감정이 격해 있던 석이는 그제야 순박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게... 히히... 그러니깐..어릴 때 이웃에 희(형)가

지 보고 그러데여

소는 부랄만 만져주면 집채같은 범도 이긴다고

그래서 한 날은 풀뜯는 소 뒤로 몰래가서

소부랄을 만졋다 아입니까'



'그래서?'



'히히... 소 뒷발에 채여 몇달을 이렇게...웅크리고 다녓다 아인교

그래서 그때부터 울 아부지나 어메 마실 사람들까지

저보고 소부랄, 소부리 뭐 그렇게 부릅니더 '



'하하하'

'히히히'











┃꼬릿글 쓰기
고기뀐지 |  2009-04-05 오전 6:22:4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휴~ 뒤 마려운거 참고 보느라구 죽을 뻔했소. 언능가야지..애고  
youngpan |  2009-04-05 오전 7:44: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풍수를 잘못 쓰면 재앙이 인다~~ 실재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팔공선달 |  2009-04-05 오전 11:42:2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구수한 사투리가 감칠맛을 내고 (누궁교... 쓰라잡이...)

담뱃대 물고 화롯불 뒤척이며 지난날 야그를 들려주는 할아버지 옆에 앉아
눈은 군밤 나오기를 고구마 익기를 귀는 할아버지 야그를...
그러다 잠이 들었던 어린 시절이 굴뚝에 연기 오르듯 아련합니다 ^^=  
팔공선달 북한산 모임에서 뵐수 있을런지...
달선공팔 |  2009-04-05 오후 12:24: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읽엇습니다. (__)  
당근돼지 |  2009-04-09 오전 7:17:4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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