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피난교회, 모세기념교회 그리고 고고학박물관

 점심을 먹고 찾아간 곳이 올드 카이로의 ‘예수피난교회’다. 찾아가는 길부터가 도시 뒷골목의 슬럼가처럼 보인다. 마치 옛 모습 그대로 버려져 있는 영락없는 도시 뒷골목이다.

 재개발보다는 신시가지 위주로 도시를 개발한 탓이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이 교회는 예루살렘의 헤롯 왕이 선지자가 태어났다하여 두 살된 아이들을 모두 죽이라 했을 때 애굽으로 피난 온 예수 일가가 숨어 지냈던 그 동굴 위에 지었다고 하는데, 그 때는 4세기 초(AD303년)였으나, 지금의 건물은 11세기경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12제자를 의미하는 12개의 기둥이 인상적이었고, 예수를 팔았다는 유다의 기둥은 다른 기둥과 달리 검붉은 데다, 기둥 꼭대기에 장식도 없었으며, 교회의 천정은 노아의 방주를 의미하는 배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다. 사실을 남겨 후대에 전하려는 의지가 보여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 그 옆에는 ‘모세 기념교회’가 있다. 이 교회 역시 10계명을 의미하는 10개의 기둥으로 밭쳐지고 있고, 모세가 파피루스(종이 만드는 풀(草)로 우리나라 왕골과 비슷하며, paper라는 단어가 여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상자에 쌓인 채 떠내려 오다 이곳에서 건져 올려졌다하여 그곳에 교회를 지었다고 한다.

 BC 1,300년경 당시 애굽(이집트)의 파라오(왕)가 신탁에 의해 갓 태어난 남아들을 모두 죽이라 했고, 모세의 어머니는 모세를 파피루스 상자에 넣어 나일강에 띄어 보낸다. 떠내려 오던 모세는 기구하게도 애굽의 공주에게 발견되어 궁에서 길러졌다.

 결국 모세는 이교도의 보호 아래, 왕자 아닌 왕자로 자라나 하나님의 선지자가 된다. ‘마샤’란 말은 고대 이집트어로 ‘물에서 건져낸 자’란 뜻이라고 한다. 어쩜 모세의 이름은 바로 이 마샤에서 유래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모세의 일화에서는 지워진 운명도 개척해 간다는 인간의 무서운 의지보다는, 그 의지를 우습게 보는, 운명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을 더 크게 느끼게도 한다.

 어쨌거나 이들 교회는 하나같이 한쪽 구석의 먼지처럼 버려져 있는 모습이다.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배타성 강한 무슬림 숲에서 7%밖에 안 되는 기독교인이 공존하기란 지극히 어렵겠지만, 그래도 유일신을 자랑하는 세계기독교인들의 성지라 생각하니, 알수는 없으나 뭔가 좀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모세 기념교회는 유대교인들의 회관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말 귀한 신앙의 역사요, 현장이다.

 여기에서는, 삶이란 무엇이고 신앙은 또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흥망성쇠는 자연의 섭리이나 인류를 구원하러 온 구원자의 안식처가 이렇게 버려져 있는듯하여 마음이 더 무겁다. 상상조차 안 되는 질곡의 역사와 그 아픔들이 핏빛으로 묻어나는 이들 교회 위에, 안락한 역사로 크고 화려하게 지어진 으리으리한 우리들의 교회가 겹쳐지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씁쓸한 기분을 뒤로하고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찾았다.

 왕과 왕비들의 석상과 석관, 황금침대, 옥좌와 금관, 그리고 미라 등 수 천년의 역사를 가진 유물 10만점이 전시되고 있다는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박물관이라고 한다. 

 이 박물관은 당시 이집트 정부의 고고국장(考古局長)으로 재직하고 있던 한 프랑스인의 건의로 1863년에 설립되었으나, 1902년에 현재의 건물로 이사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세계 최초로 탄생한 문명이라 유물 또한 현란하지만, 그러나 한마디로 죽음의 미학을 보게 하는 유물들이요, 무덤의 문화만을 소장한 박물관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런지 무덤과 관(황금 관과 석관)과 미라가 역시 백미다. 이들에겐 내생의 문화가 있었고 그것을 또 믿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무덤에 집착했고 7대 불가사의라고 하는 피라밋을 만들기도 했으며, 영혼이 돌아올 집으로 인식한 미라를 만든 이유이기도 했다.

 삶과 죽음이 무엇이길래 왕이 되면서 그 많은 일 제쳐두고, 자신의 무덤부터 만들기 시작했는가? 인생이란 덧없고 괴로운 것이라 하여 선각자들은 이승의 삶 자체를 초개같이 여겼다. 그런데도 영생을 위해 애쓴 이들의 흔적은 또 무엇인가? 고해(苦海)라는 인간의 삶이 그래도 죽음보다는 낫다는 것인가? 그런데도 하나같이 죽음을 통해서 영생을 바란 것은 또 무엇이던가? 

 이렇게 탐방 첫날은 삶과 죽음의 상념에 쌓인 채 나일 강에 띄워놓은 유람선에서 이집트의 전통 민속춤을 보면서 즐긴 저녁식사를 끝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일찍 휴식에 들어갔다. 잠이 부족했던 날이라, 선상에서 무희들에게 끌려 나가 함께 춘 전통 민속춤의 생소한 체험을 상기해가면서 모처럼 여유 있게 휴식을 맛본, 조금은 달콤했던 그런 날이기도 했다.

     ( 2일째 탐방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