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海에서 쓰는 편지.

지난해 농사를 망쳤다는 소식을 들었답니다. 바닷길이 멀고 육지 길 또한 머니 고향집 걱정이 수레가 다섯이라 해도 끌고 갈 수 없고 기별 전할 길 없으니 형님, 이 아우는 에오라지 마음으로 근심할 뿐 다른 방도가 없기에 안타까울 뿐입니다.

섬(제주도)나라의 사정은 본국 보다 더하면 더 했지 조금도 낮지 않습니다. 몇일전 새벽 별이 좋기에 골목길을 잠시 걸었는데 어느 초막앞에 아이들이 나와 무엇인가를 잃은듯 황망하게 앉아 있더군요. 방안에는 이미 죽은 어미의 시체가 놓여있고, 아이들 얼굴에는 눈물을 흘린 자국이 가득 했는데 아우는 불현듯 놀랍고 의아 하여 만가지 생각이 나고 오장이 떨리고 사지가 무력해 지며 입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또 다른 아이는 손에 반짝이는 바둑돌 하나를 꼭 들고 있는데 혹시 무엇인가 한입 먹을것과 바꿀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던것은 아닌지요.

아, 우리 조선은 어찌해야 하는지요. 나라는 짐승같은 무리들의 핍박을 받고 조정은 의견이 갈기 갈기 ��겨 한 마음을 모으기 힘든데 나라의 근간인 백성들은 처지는 저러 하니...  선비가 책 읽는 도리를 일 삼을 수 없고 백정이 소 잡는 일에만 몰두 할 수 없는 없음이 이 때문인가 합니다.

형님,

아우가 바다를 거넌(귀양)지 벌써 여러번 입니다. 누가 일을 삼아 바다를 건널까요. 나라의 사세가 그러 하고 스승의 가르침이 인도 하기에 부자에게 유친 하지 못하고 형제에게 가정사를 모두 떠 맡긴것 아닌지요.

형님, 바다를 건너기 전 장성에서 하루를 쉬었는데 마침 그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 50량을 변통 하여 여비로 사용 했습니다. 훗날이라도 그 사람이 찾아 오면 이 아우를 보듯 대접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형님, 영조(면암의 장자)가 논어를 읽는다기에 논어의 어느 구절을 읽고 있을까. 글귀를 잘못 읽는 병통은 없을까. 미진한 영조의 학문을 생각 하는 것으로 하루의 낙을 삼기도 한답니다. 왜 이리 소식이 없으신지요.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것인지요. 식솔중에 아픈 사람이라도 있는 것인지요. 시경에 하루가 3년같다더니 형님 소식 못들은지 10년은 된듯 하니 참으로 궁금 합니다. 요즘에는 꿈에도 잘 나타 나지 않으시니 이 아우가 집을 생각 하는 마음이 부족한 때문인지요.

형님, 이 서찰 받으시오면 다른 말 다 필요 없고 평안(平安)이라는 단 두 글자 만이라도 적어 보내 주시면 아우는 외해에서 그저 따뜻 하겠습니다.

(면암선생 고택)

(이글은 면암 최익현이 1878년 년말 그의 나이 46세 때에 제주도 유배지에서 포천 형님댁에 보낸 서찰이다. 번역본이 없는 면암 문집 전체가 원문 그대로 영인본이 나왔기에 일독을 하다 자못 감동이 있어 소개를 합니다. 어려운 나라사정은 백년전이나 지금이나 마찮가지 그러나 면암같은 의인은 어디있습니까?

우리는 면암선생의 생가에서 사진 한장 찍은적도 있습니다. 용마,태평,당근, 만석 형님들 그리고 문우님들 망년회(수원)에서 만나겠군요. 기원에서 바둑대회 한번 하고 여관방에서 약주 한잔 하면 겨울밤도 잠깐이겠지요. 文質彬彬이 실감나는 오로광장 나작 공간,  모든 님들도 송구영신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