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상 圖書 일기(7월 17일) - 應氏碁規論文集 - 잉창치씨를 떠올리며
09시 45분.
15분 전에 잠에서 깨어났다.
밤새 빗소리는 안녕하신지?
빗소리가 귀에 들린다, 듣는다는 것은 행복의 기초를 이룬다.
예전엔 빗소리가 안 들렸다.
얼마 전엔 방음된 창(窓)을 통해 나무가 흔들리는 것을 봤다. 소리는 어디로 갔을까. 있었던 걸까. 창은 그 때 알려주었다. 달이 어디에 잠기는지를. 이것도 mapping의 논리일까.
09시 50분.
어느 책을 시작할까 잠시 생각했다.
應氏碁規論文集 잉창치 님의 바둑 규칙에 대한 논문집.
다음 사진이 그 책이다.
모두 3권의 책이다.
제1권에만 76개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
2권 3권은 어디에 두었더라? 찾지 말자.
1974년에 처음으로 개혁안이 나왔다. 그 후 1994년까지 끊임없이 규칙을 수정하고 수정했다. 참으로 감탄할 만한 노력.
잉창치 씨가 재력가라서 가능하다?
그럴 리가!
잉창치 룰은 매우 독특한 규칙인데, 그 규칙의 타당성 여부는 떠나서 책만을 두고 본다면 사실 쓸 데 없는 논문도 없지 않다.
당시 기보
1976년 나는 조대현 강만우 두 1년 후배와 함께 한국 고교생 대표로 대만에 갔다. 일본은 참여하지 않고 한국과 대만만이 가진 고교생 대회. 난 2승 1패.
기억 나는 건 다음 그림 하나. 내가 백이었는데 흑1에 백2로 받아 한심했다. 단장이셨던 김수영 사범께 혼쭐 나게 질책 받았던 그 수. 나약한 수. 기백이 없는 수. 귀국 후 시간이 지난 후에 지적해 주셨다. 감사!
그 때 잉창치 룰로 바둑을 두었다. 맛있는 망고 쥬스가 더욱 기억에 남지만 말이다. 과일로서의 망고는 맛이 없는 축에 속한다.
잉창치 씨는 그 때에도 열심이었다. 규칙을 설명하는 시간을 따로 몇 번이나 가지면서 규칙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감탄하고 감탄했다.
나는 잉창치 룰을 약간 밖에 모른다. 곤란하다. 오는 8월 16일에 1주일 예정으로 세계 청소년 바둑대회에 한국측 단장으로 2명의 연구생을 데리고 캐나다 벤쿠버에 다녀와야 하는데…. 잉창치 기금에서 후원하는 것이라 응씨룰로 바둑을 둔다.
음…, 좀 연구를 해 두어야겠군. 참가하는 연구생들에게 가르쳐주려면.
하긴 도착하면 또 설명회를 갖겠지. 그 때 알아도 되리. 하!
다행히 1976년 그 때 그런 복잡한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잉창치 씨가 물었다. 어찌 생각하느냐고?
나의 답은 이랬다. 다른 건 다 좋은데, 동형 반복 금지의 원칙은 찬성할 수 없다고.
응씨 룰-1
그래도 다음 착상은 신선하고 지금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흑1을 둘 수 있다! 백은 돌을 들어내고 가일수 해야만 산다.
흑에게 패감이 하나 생기는 것이다.
가만 지금도 그렇게 두어도 되나? 행여 그 규칙이 바뀌지나 않았나?
모르겠다. 넘어가자.
1976년 8월 한중 고교생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책을 두 권 사왔다.
삼국연의.
삼국지.
三國志는 晉나라의 진수(陳壽)가 편찬한 위 촉 오 3국의 正史이다.
내가 사온 책에는 漢書藝文志도 부록으로 붙여져 있었다.
난 놀랐다.
그 三國志 위나라의 역사 부분을 보니까 우리가 국민학교 때 배우는 우리의 역사 중 하나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魏志 東夷傳)이 실려 있었다. 불과 한 장! 한 장의 반!
뭐 쇼크까지는 아니지만, 약간 돌아볼 수 있었다. 우리의 역사와 중국의 역사.
난 이리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보자.
폼 잡고 여론에 영합해서 떠들어봤자 다 맹랑한 얘기가 된다. 논리적으로 검토해서 논리적으로 이론적으로 논쟁하지 않으면 다 쓰잘 데 없는 맹랑한 기만이 된다.
누구를 기만하나? 우리를 기만한다. 한국을 벗어난 세상에서는 웃지도 않는다.
역사를 내 잘 모르지만, 그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약간 들은 바 있다.
우리네 학자들은 좀더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내 알기로 우리 대학의 역사학과라고 해서 우리네 대학의 허수룩한 수준을 벗어나 있지는 않다.
제발 공부 좀 해라!
멀리 보고 크게 안고.
집안에서 끼리끼리 떠들어봤자 다 소심증만 키운다.
삼국연의 - 그러니까 우리가 읽는 소설을 보면, 제1장 첫머리에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分久必合 合久必分
몇 장인지는 몰라도, 제일 마지막 장의 첫머리는 合久必分 分久必合이었다.
마지막 글은 이거든가.
後人聘弔空賴搔
뒷 사람들이 조문을 핑계해서 떠들썩할 뿐이다.
삼국지의 큰 주제를 나는 다음으로 이해한다.
역사란 무엇인가.
고우영 씨께는 실례가 될지 몰라도
만화나 시시한 평전 하나로 삼국지를 볼 것이 아니다.
우린 한참 아래다.
유비는 뛰어난 사람이었다.
백제성에서 죽음을 앞두고 아들을 불러
작은 일이어도 착한 일은 게을리 말라.
누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亂邦不居 危邦不入
삼국연의엔 그 말도 유비가 한 것으로 나온다.
그 한 마디로 알 수가 있다.
궁금하면 논어를 읽을 일이다.
조조가 유비를 매실이 열린 후원으로 불러 일종의 홍문의 연회를 열었을 때
천하의 영웅론을 얘기하던 중 유비를 지목하자 유비가 놀라 젓가락을 떨어뜨렸다.
마침 천둥이 쳤다.
유비 曰
성현도 迅雷風烈 必變한다 했으니
어찌 제가…
궁금하면 역시 논어를 읽을 일이다.
유비를 위해 한 마디 더 할까.
작은 일이어도 착한 일은 게을리 말라.
어디에서 그 뜻을 배웠을까.
易經 坤卦 文言에
積善之家必有餘慶
不積善之家必有餘殃
臣弑其君 子弑其父 非一朝一夕之故 其所由來者漸矣 由辯之不早辯也
그 사상에서 왔다.
유비는 뛰어난 인물이었다.
積善之家必有餘慶
착한 일을 쌓는 집에 반드시 경사가 있다.
말이 옆으로 왔다.
바둑이라고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반상 위의 풍운 云云은 거창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어디냐. 그 정도로 웃고 살아야 유쾌하다 할 수 있지 않겠나.
10시 42분.
아!
應氏碁規論文集
저 정도의 노력이 뒤에 숨어 있다는 것을 우리가 바둑 둘 때 잊지를 말자.
내용은 언젠가 찬찬히 살펴볼 때가 있으리.
두꺼운 책 3권을 편찬할 정도의 노력.
우리의 바탕에는 그런 땀이 배어있다.
대만의 잉창치 씨가 기울인 그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프면 볼 책이다.
중요한 것은 논문 몇 편이면 끝나리.
바둑계에도 저런 노력이 존재한다.
본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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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모두 3권의 책이다.
제1권에만 76개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
2권 3권은 어디에 두었더라? 찾지 말자.
1974년에 처음으로 개혁안이 나왔다. 그 후 1994년까지 끊임없이 규칙을 수정하고 수정했다. 참으로 감탄할 만한 노력.
잉창치 씨가 재력가라서 가능하다?
그럴 리가!
잉창치 룰은 매우 독특한 규칙인데, 그 규칙의 타당성 여부는 떠나서 책만을 두고 본다면 사실 쓸 데 없는 논문도 없지 않다.
당시 기보
1976년 나는 조대현 강만우 두 1년 후배와 함께 한국 고교생 대표로 대만에 갔다. 일본은 참여하지 않고 한국과 대만만이 가진 고교생 대회. 난 2승 1패.
기억 나는 건 다음 그림 하나. 내가 백이었는데 흑1에 백2로 받아 한심했다. 단장이셨던 김수영 사범께 혼쭐 나게 질책 받았던 그 수. 나약한 수. 기백이 없는 수. 귀국 후 시간이 지난 후에 지적해 주셨다. 감사!
그 때 잉창치 룰로 바둑을 두었다. 맛있는 망고 쥬스가 더욱 기억에 남지만 말이다. 과일로서의 망고는 맛이 없는 축에 속한다.
잉창치 씨는 그 때에도 열심이었다. 규칙을 설명하는 시간을 따로 몇 번이나 가지면서 규칙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감탄하고 감탄했다.
나는 잉창치 룰을 약간 밖에 모른다. 곤란하다. 오는 8월 16일에 1주일 예정으로 세계 청소년 바둑대회에 한국측 단장으로 2명의 연구생을 데리고 캐나다 벤쿠버에 다녀와야 하는데…. 잉창치 기금에서 후원하는 것이라 응씨룰로 바둑을 둔다.
음…, 좀 연구를 해 두어야겠군. 참가하는 연구생들에게 가르쳐주려면.
하긴 도착하면 또 설명회를 갖겠지. 그 때 알아도 되리. 하!
다행히 1976년 그 때 그런 복잡한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잉창치 씨가 물었다. 어찌 생각하느냐고?
나의 답은 이랬다. 다른 건 다 좋은데, 동형 반복 금지의 원칙은 찬성할 수 없다고.
응씨 룰-1
그래도 다음 착상은 신선하고 지금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흑1을 둘 수 있다! 백은 돌을 들어내고 가일수 해야만 산다.
흑에게 패감이 하나 생기는 것이다.
가만 지금도 그렇게 두어도 되나? 행여 그 규칙이 바뀌지나 않았나?
모르겠다. 넘어가자.
1976년 8월 한중 고교생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책을 두 권 사왔다.
삼국연의.
삼국지.
三國志는 晉나라의 진수(陳壽)가 편찬한 위 촉 오 3국의 正史이다.
내가 사온 책에는 漢書藝文志도 부록으로 붙여져 있었다.
난 놀랐다.
그 三國志 위나라의 역사 부분을 보니까 우리가 국민학교 때 배우는 우리의 역사 중 하나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魏志 東夷傳)이 실려 있었다. 불과 한 장! 한 장의 반!
뭐 쇼크까지는 아니지만, 약간 돌아볼 수 있었다. 우리의 역사와 중국의 역사.
난 이리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보자.
폼 잡고 여론에 영합해서 떠들어봤자 다 맹랑한 얘기가 된다. 논리적으로 검토해서 논리적으로 이론적으로 논쟁하지 않으면 다 쓰잘 데 없는 맹랑한 기만이 된다.
누구를 기만하나? 우리를 기만한다. 한국을 벗어난 세상에서는 웃지도 않는다.
역사를 내 잘 모르지만, 그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약간 들은 바 있다.
우리네 학자들은 좀더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내 알기로 우리 대학의 역사학과라고 해서 우리네 대학의 허수룩한 수준을 벗어나 있지는 않다.
제발 공부 좀 해라!
멀리 보고 크게 안고.
집안에서 끼리끼리 떠들어봤자 다 소심증만 키운다.
삼국연의 - 그러니까 우리가 읽는 소설을 보면, 제1장 첫머리에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分久必合 合久必分
몇 장인지는 몰라도, 제일 마지막 장의 첫머리는 合久必分 分久必合이었다.
마지막 글은 이거든가.
後人聘弔空賴搔
뒷 사람들이 조문을 핑계해서 떠들썩할 뿐이다.
삼국지의 큰 주제를 나는 다음으로 이해한다.
역사란 무엇인가.
고우영 씨께는 실례가 될지 몰라도
만화나 시시한 평전 하나로 삼국지를 볼 것이 아니다.
우린 한참 아래다.
유비는 뛰어난 사람이었다.
백제성에서 죽음을 앞두고 아들을 불러
작은 일이어도 착한 일은 게을리 말라.
누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亂邦不居 危邦不入
삼국연의엔 그 말도 유비가 한 것으로 나온다.
그 한 마디로 알 수가 있다.
궁금하면 논어를 읽을 일이다.
조조가 유비를 매실이 열린 후원으로 불러 일종의 홍문의 연회를 열었을 때
천하의 영웅론을 얘기하던 중 유비를 지목하자 유비가 놀라 젓가락을 떨어뜨렸다.
마침 천둥이 쳤다.
유비 曰
성현도 迅雷風烈 必變한다 했으니
어찌 제가…
궁금하면 역시 논어를 읽을 일이다.
유비를 위해 한 마디 더 할까.
작은 일이어도 착한 일은 게을리 말라.
어디에서 그 뜻을 배웠을까.
易經 坤卦 文言에
積善之家必有餘慶
不積善之家必有餘殃
臣弑其君 子弑其父 非一朝一夕之故 其所由來者漸矣 由辯之不早辯也
그 사상에서 왔다.
유비는 뛰어난 인물이었다.
積善之家必有餘慶
착한 일을 쌓는 집에 반드시 경사가 있다.
말이 옆으로 왔다.
바둑이라고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반상 위의 풍운 云云은 거창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어디냐. 그 정도로 웃고 살아야 유쾌하다 할 수 있지 않겠나.
10시 42분.
아!
應氏碁規論文集
저 정도의 노력이 뒤에 숨어 있다는 것을 우리가 바둑 둘 때 잊지를 말자.
내용은 언젠가 찬찬히 살펴볼 때가 있으리.
두꺼운 책 3권을 편찬할 정도의 노력.
우리의 바탕에는 그런 땀이 배어있다.
대만의 잉창치 씨가 기울인 그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프면 볼 책이다.
중요한 것은 논문 몇 편이면 끝나리.
바둑계에도 저런 노력이 존재한다.
본받을 일이다.
eesann
eesann
斯文亂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