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아침 일찍 차례를 마치고 아들과  성묘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공직생활을 시작 하면서 부모님을 춘천으로 모셨기에 춘천에서 두 분 다 돌아가셔서 산소를 춘천에 썼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어언 31년이 되었건만 난 아직도 공동묘지에 모신 아버지 산소에 비석 하나를 세우지 못했다. 해마다 추석 성묘를 가면 (아버지 내년에는 꼭 비석을 세우겠습니다.) 하고 마음속으로 약속을 하였다. 그러나 생활에 쪼달린다는 핑계로 성묘가 끝나면 으례히 잊어버리고 그 다음 추석이 되어서야 기억을 하는 바보 같은 놈이 되었다.

  난 참으로 불효자다. 삼십년동안 일년에 십만원씩 저축을 하였어도 비석은 몇개를 세웠으리라. 올해 추석에도 산소에 성묘를 가서 또 그런 거짓 맹세를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8월 마주막 주에 벌초를 하러 가서 아버지 산소를 보면서 가슴이 탁 막혀왔다. 삼십년이나 약속을 어긴 내가 과연 사람인가 하는 자괴감에서였다. 벌초를 끝내고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소주 한잔을 올리고 나서 나는 아들에게 마치 유언처럼 말했다.

  "아들아. 이 아버지가 죽거든 화장을 해서 거진 앞바다에 훌훌 뿌려다오."

  이 말을 하면서 나는 울컥 눈물이 솟았다. 아버지에게 약속도 지키지 못한 불효자인 내가 아들에게 사후의 일을 말하는 것이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아버지, 아버지는 아직도 앞날이 창창하신데...무슨 그런 말씀을...."

  아들이 내 눈치를 보면서 한 마디 하였으나  내 기분은 아주 비참하였다. 불효자 죄인이였기에......

  어버지 산소에 성묘를 마치고 사진기를 꺼내서 사진 한장을 찍었다.  그리고는 성당묘지에 안장한 어머니 산소에 성묘를 갔다. 어머니가 가신지 어언 9년 어머니는 그래도 성당묘지에 모시고 산소도 제법 돈을 들여 꾸몄다. 어머니 임종때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를 그나마 산소라도 가꾸어서 면하려 하는 얄팍한 마음으로 ....

  우리 어머니는 내 아버지에게 재가를 하셔서 내위의 누님과 나를 낳으셨다. 전실 자식이 셋인데 한 뱃속에서 나온 형제들이라 다들 잘하고 산다. 나도 형님 두 분과 누님 두분을 둔 복 많은 놈이 되었다.

    우리 아버지 산소............

    우리 어머니 산소......아버지 산소는 너무 초라하다.........

    추석차례상...으음 떡벌어지게 한상 차렸다......

    어찌 되었거나 부모님 살아계실때 효도 못한 나는 돌아가신 뒤에도 불효자로 산다. 내년에는 정말로 비석을 해세우고 아버지에게 체면이라도 세워야 사후에 면목이 설것 같다.

   아들에게 부끄러운 애비 노릇이 언제까지나 가려는지..에혀~~~여엉 대세 판단이 안되는 하수 바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