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다섯시 십분 핸드폰이 알람을 울린다.  그리고 난 침대에서 밍기적 거리면서 갈등한다.

[에이구 오늘은 피곤한것 같은데 운동을 나가지 말아......집에 가려면 짐도 챙겨야 하고 바쁜데.....]

 갖가지 유혹을 뿌리치고 겨우 몸을 일으켜 아침운동을 나선다.  해안도로를 끼고 빠른 걸음을 걷기 시작한다. 항구에는 아침 일찍 고기잡이를 나가고 들어오는 배들이 분주하다.  아직은 해가 뜨지 않았지만  바다 밑에서 치솟구치는 붉은 기운들은 대지에 기를 불어 넣는다.  야경이 너무도 아름다운 거진1교를 건너면서 가속도를 붙인다. 요즘들어 가벼운 걸음으로 걷기를  하는 내가 참으로 대견하다. 

 반바우라고 불리는 곳 까지 걷는다. 그리고 다시 돌아서 집으로 오는 시간까지 약 한 시간 사십분이 조금 넘게 걸린다. 만보기의  숫자가 팔천을 넘었다. 요즘은 최소한 이만보를 걷기로 작정을 하였지만 그걸 달성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 어제는 거리로 약 14키로를 걸었다. 어찌 되었거나 걷기도 힘들었던 내가 걷는 것은 수월하고 제법 뛰기까지 한다는 것은 내 스스로도 대견하다.  몸무게는 두 자리수로 내려갔다.

  샤워를 하고 아내가 아프니 이곳 시골에서 추석에 쓸 차례상 준비에 필요한 과일이며 제수용품들을 몽땅 사가지고 차에 실고 춘천의 집으로 출발을 한다. 아침으로 사과 하나와 자두 하나를 먹고 출발을 하였다. 인제를 지나고 나니 졸음이 쏟아진다. 결국 38휴게소에 차를 주차 시키고 잠을 청했다. 운동후 피곤한 탓인지 이내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그새  삼십분이나 흘렀다. 다시 차를 몰았다.  집에 도착하니 열시가 아직 안되었다. 아이들을 내려 오라고 하여 지하주차장에서 짐을 나르게 하고는 난 내 옷가지와 카메라를 챙겨서 집으로 올라갔다 공직생활 삼십년만에 겨우 장만한 32평아파트 내 평생에 내 힘으로 마련한 집이다.

  짐을 정리하고 큰 딸애와 아내가 입원한 병원으로 갔다. 아내가 좋아하는 간장게장을 가지고 병원에 들어서서 아내의 병실로 들어가니 아내가 막내 딸 아이와 있다가 반긴다. 오랫만에 보는 남편 얼굴이지만 아내는 그저 엷은 미소만이다. 말이 없어진 아내......괜시리 가슴이 무겁다.

  자두 몇개를 가지고 갔으므로 자두를 먹으랬더니 한개를 깍아서 칼로 한조각 자르더니 나먼저 먹으라고 내민다.

  "당신 먼저 먹어요."    

  "아니, 난 이거 먹으면 돼요."

  "아니야, 난 먹었어......"

  "아이......시어........"

  자두를 한입 입에 넣고 씹던 아내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신것을 잘 먹던 아내가 나이가 들더니 식성이 변한 것일까? 

  "여보, 당신이 좋아하는 게장 사왔으니 한번 볼래요?!"

  "놔두어요....."

  "아니, 그냥 구경만 해요."

  가지고 간 간장 게장을 아내에게 펼쳐보이자 간장게장을 좋아하는 아내의 얼굴에서 미소가 번진다. 오랫만에 아내의 얼굴에서 웃음을 본다.  게장을 담아간 통의 뚜껑을 열어 젖히더니 게 한마리에서 노오란 알을 떼어네 입으로 가져가더니 맛있게 쪽쪽 먹는다.

  "야, 맛있다. 입맛이 확 돌아오네......"

  마치 어린애 처럼 좋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노라니 내가 참 잘했구나 하는 ..........

  교통사고로 아내가 안경을 망가트려서 눈이 안보여 어지럽다고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병원앞에 있는 안경점에 들러서 거금 삼십오만원에 안경을 맞추어서 쓰게 하고는 두 딸애와 추석에 차례상에 놓을 떡과 전을 준비하기 위해서 마트에 들렀다. 이것 저것 사가지고 들어와서 초밥 사온것으로 점심을 때우고는 밤을 까기시작했다.  하지만 왜 집안이 텅 빈것처럼 느껴질까?  딸 아이들은 연신 음식 준비하는 요령을 엄마에게 전화로 지도를 받는다.

  아내 혼자서 병원에서 심심하겠다고 했더니 아이들은 엄마가 요즘 어린애가 되었다며 웃음보를 터트린다. 닌텐도 게임기를 가지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느라 게임을 하는 엄마를 보니 어린애 같단다. 평생 게임이 먼지 모르고 살아온 아내가 병원신세를 지면서 닌텐도 게임에 푹 빠졌다니 불가사의 한 일이다.

  내일 아침은 아내가 없이 추석 차례를 지내야 겠다. 추석 차례상 드시러 오신 조상님께 뭐라고 해야 할려는지 ....아마도 못난 후손을 엄히 꾸짖으실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