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입원(1)

잊혀지지가 않습니다.도대체가....

날짜만 해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4월 19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1960년도의 아아~그 4,19는 아닙니다.2008년의 4,19입니다.우리 현대사의 중대한 변곡점이 된 혁명의 날과 제 개인적인 신상의 변화가 우연찮은 날짜의 일치을 보인 것입니다.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욱 잊혀지지 않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그렇지만 확실히 그날의 사건은 제 개인사적(個人史的)으로도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할 듯도 싶습니다.물론입니다.그러나 또 모르는 것입니다.전혀 영향력이 없을 수도 있지요.그것은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그렇지 않습니까?

잊혀지지가 않습니다.도대체가....

그날,2008년 4월 19일입니다.
그런데 무슨 요일이였죠?
에에에~또~
각설하고,
소주를 좀 마셨네요.
소주만.....?
아닙니다.막걸리도 좀 마셨네요.
막걸리랑 소주만....?
아닙니다.막걸리랑 소주랑 맥주를 마셨습니다.
아니? 그래 막걸리랑 소주랑 맥주만.....?
아닙니다.막걸리랑 소주랑 맥주에 위스키~~~으으~그 독한 위스키~으으~그 위스키도 마셨네요.
고~것만?
네에~!
정말?
아닙니다.거짓말입니다.ㅠㅠ~
아무튼지 술을 엄청 많이 마셨습니다.

잊혀지지가 않습니다.도대체가....

그런데 있잖아요.
그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거의 자정 무렵에 가까워졌을 때입니다.
제가요.술에 취해서 몸을 왼쪽으로 방바닥에 누이고,왼팔로 머리만 떠받친 비몽사몽한 상태에서도
우와아~우스꽝이닷~~!!!
우와아~오제자닷~~!!!
우와아~헤레보라수닷~~!!!
우와아~푸른별바다닷~~!!!
우와아~두점깔아닷~!!!
우와아~영고수닷~!!!
우와아~無限大닷~!!!
우와아~애실리닷~!!!
아무튼 우와아~우와아~우와아~하고 마음속으로는 힘찬 함성을 내지르며 <바둑사이트 오로>의 초절정고수들인 7단★의 대국을 천지사방으로 뛰어다니며 관전하고 있었거든요.물론 위에 거론한 초절정고수들은 단순한 예시에 불과합니다.그날 자정 무렵에 실제적으로 대국을 하였는지 안하였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기보나 자료를 뒤적여보아야 알겠습니다만 지금도 확실한 기억은 제가 바둑을,그것도 <바둑사이트 오로>의 초절정고수들인 7단★의 대국을 관전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잊혀지지가 않습니다.도대체가....

그런데 무엇인가 거무틱틱한 정체불명의 물체가 제 방안에 아주 재빠르고도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뛰쳐 들어오는 느낌이 들더군요.저도 사람이 참으로 무심하고 태평스런 인간입니다.이런 경우 보통은 눈길이라도 한번 흘낏 돌려볼 일이겠는데 바둑의 관전에만 몰두를 해서 제 방에 타인이 침입하였다는 상황 판단을 전혀 못하고 있었습니다.계속 컴퓨터 모니터상의 바둑판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햐아~!하고 탄성을 내지르거나 허 거참~!하고 탄식을 한다거나 하고 있었지요.ㅋㅋㅋ~.이래 놓으니 모처럼 타인의 방안에 느닷없이 불쑥 침입을 단행한 불청객들도 어처구니도 없고 맥심도 좀 풀려버린 듯합니다.
결국 불청객들 중의 하나가 참지를 못하고 부드러우나 어딘지 거친 사내 목소리로 
바둑 구경하시나 보죠?
하고 묻더군요.
네에~.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이 때 비로소 저는 눈길과 머리를 위쪽으로 느릿느릿 돌렸습니다.참으로 황당하더군요.손가락이 보이는 검은 장갑을 끼고,노랑 바탕의 셔츠에 감청색 조끼를 받쳐 입은 사내 둘이 제 머리와 다리 쪽에 서서 저를 물끄럼히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병원에서 나왔습니다.같이 좀 가셔야겠는데요.
묻지도 않았는데 사내들이 방문한 용건을 밝히더군요. 
아~,그러세요.....?

잊혀지지가 않습니다.도대체가....

물론 제가 말입니다.
으라라라라랏~차차차아아~~~.
청천벽력 같은 괴성과 함께 발 쪽에 서 있는 사내의 정강이를 발길질로 후리고 그 탄력을 이용하여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워 머리 쪽의 사내를 박치기로 한 방에 날려 버린 다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천천히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이며  
따석들이 꺼불엉~!
하고 아주 써늘한 미소,아주 아주 겁나는 냉소를 흘리는 광경을 순간적으로 그려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저도 사내 대장부입니다.
그런데 사내들의 체격이 둘 다 상당히 건장하여 만만치가 않아 보이는데다가 문 입구에는 인상부터가 좀 별로인 또 다른 사내가 어깨를 떡 벌리고 으르딱딱한 표정으로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건 암만 생각해도 세불리더군요.제가 무림의 초절정고수로 재야에 뭍혀 은둔하여 지내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아무리 발버둥치고 몸부림 친다 하더라도 결국은 별무 소득일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완력으로 세명의 사내들을 제압하여 이 묘한 상황의 돌파구를 찾는다는 것은 어렵겠고,할 수 없다.조용히 끌려 가자. 
그렇게 체념을 하였습니다.

잊혀지지가 않습니다.도대체가....

아니? 그렇다고 해서 제가
아이고오~그러셨군요.(굽신굽신~) 병원에서 나오셨군요.(굽신굽신~)그럼 가시죠.(굽신굽신~)
이러기야 했겠습니까만은 그래도 우선 정황만은 파악해야 될 것 같아서 
병원에서 저에게 무슨 일로~~~? 
하고 물었습니다.물으니 대답을 하더군요.
네,선생님의 부모님들께서 선생님께서 술을 너무 많이 드시고 식사를 전혀 안하시는 관계로 몸이 너무 쇠약해지셔서 요양을 좀 시켜야겠다는 신고서가 접수 되었습니다.네,그래서 선생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아~,그랬군요.알았습니다.그랬군요....
저는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그리고 그럼 갑시다하는 말 대신에 담배 한 개비를 꺼내물고 그들을 따라 나섰습니다.앞에서 하나 뒤에서 둘,그렇게 호위를 하더군요.문득 가슴이 허망하여 고개를 위로 치켜드니 하늘이 무척 흐리더군요.

잊혀지지가 않습니다.도대체가....

환자 후송차에 타고가면서 알코올 기운이 기승을 부리며 머리속을 띠요용~거리며 뛰어다니는 와중으로 술 마시던 도중에 어머님과 나누었던 대화만 끊임없이 되풀이 되풀이 반복적으로 계속해서 떠오르더군요.
얘,일곱아 술을 마시더라도 밥 좀 먹어가며 마시거라.그렇게 나무젓가락 모냥으로 뼉다구만 남아서 앞으로 어찌 살아갈려고 그러느냐.제발 밥 좀 먹어라.그렇지 않으면 병원에 보낼테니 알아서 혀어~했던지~~~
에휴우~,밥을 먹으면 술이 안들어가유우~.

                                                          <계속>

***어찌 전개 될런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꽤 긴 글이 될 거 같습니다.저의 정신 이력이나 성장배경 등을 중심으로 바둑 이야기도 들어가는 자전적 글이지만 많이 가공이 될 것입니다.주 2회 정도의 페이스로 올립니다.그럼 기우님들 무더운 여름 건강하십시요.꾸우벅~(배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