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城 그 땅에 (둘째 날)

선비만석

  밤늦게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그 다음날 새벽 두시는 넘은 것 같다. 더 이야기를 나눈다는 이들을 뒤로 한 채 난 그대그시절 형님을 모시고 우리 집으로 왔다.  이유는 쫓겨난 것이다. 그대그시절 형님도 풍채가 좋으시고 나 또한 복부비만이니 코고는 것은 미리 발표하였다가 매몰차게 쫓겨났다. 두고 보자 내 기필코 살과의 전쟁을 시작하여 80kg으로 내려가리라......(분명 쉽지 않을 것이지만)

  그대그시절 형님과 집에 도착하여 사워를 하고 침대에 눕자마자 정신없이 떨어져 잤으니 두 사람 중에 누가 코를 골았는지 도저히 증명할 길이 없다.

  71세의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고성 땅에 오신 그대그시절 형님, 미국에서 사신지 16년이라시며 아무래도 고국으로 돌아와야 하겠다고 하신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퍼뜩 정리하고 조국으로 돌아오시라고 압력(?)을 넣었다.

  “형님이 오셔야 제가 일년에 한번이라도 형님을 뵐게 아니겠습니까?!”

  이 한마디 압력에 굴복하신 그대그시절 형님, 올해 안으로 다 정리하고 귀국하시겠다니 정말 조국이 고향이 그리우셨던 것 같다. 

  아침에 잠을 깨니 아직 여섯시가 안 되었다. 손님들에게 무엇으로 아침을 드시게 할지는 어제 저녁에 이미 정하였다. 오징어 두 두름(40마리)을 사서 물 회를 해 달라고 횟집에 부탁을 하였으니 아침 여덟시에 회를 가지러 가기만 하면 된다. 다시 잠을 청한다. 몹시 피곤하다. 여느 때 같으면 해안도로를 4km 걷기를 하였을 텐데 그대그시절 형님을 놔두고 걷기를 하기에는 좀 그래서 또 잠을 청했다. 한데 잠이 안 온다. 업치락 뒤치락거리다가 개꿈을 꾸었다.  아니 개꿈은 봄에만 꾸는 것인데.................

  눈을 떠보니 여덟시가 다 되었다. 그대그시절 형님을 차에 태우고 당근돼지 형님 형수님이 계시는 모텔로 형수님을 모시러 갔다. 돼지 형님은 어제 펜션에서 주무셨으니 객지에 오셔서 독수공방이다. 아침 식사를 하러 가시자니 아침을 원래 안 드신다면서 극구 사양이다. 

  결국 물 회만 가지고 다시 우리의 동지들이? 주무시는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쌀을 씻어서 아침밥을 전기밥솥에 안치고는 물 회는 냉장고에 우선 넣었다.

  모두들 잘 자는가? 나의 점검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고라 떨어진 두 남자를 발견하였다. 아래 사진을 좀 보시라 그 두 분이 누구이신지..........세상에나 .......밖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데도 잠에 떨어진 두 남자........ 밤늦도록 벌어진 토론의 끝은 결국 인기척도 모르는 잠으로 보상을 받는가 보다. 내가 부산을 떨고 다니는 바람에 도리123아우와 영바모(시인 곽 정)가 잠에서 깨어났다.

  이층에서 주무시던  이 도윤 기자도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오자 영바모는 지도 대국을 청한다. 헉 겁도 없이 왕별에게 ..........

  여섯 점정도 접어야 할 텐데 넉 점으로 기세 좋게 덤빈다. 내가 지도대국을 두고 싶었는데 내 찬스를 빼앗다니.........(녀석 혼 좀 나봐라.......ㅋㅋㅋㅋ) 다들 일어나기를 기다리면서 지도 대국이 진행되는데.......주눅이 잔뜩 든 영바모의 운석이 소극 일변도다. 오로왕별인 이 도윤 기자는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영바모의 운석 하나하나에 신중히 바둑을 두어 나간다.

결과는 보나마나다...........패국을 선언한 영바모.......그대그시절 형님은 이 도윤 기자에게 지도대국을 받고 싶으시긴 한데.......자기는 상대가 안 된다며 포기하신다.

   “그럼 제가 두어드리지요.”

   “그러시오........그럼 몇 점을 접어야 하나”   

   “오로에서 몇 단 이세요?”

   “4단에서 5단을 왔다 갔다 해요.....”

   “그럼 두 점은 놓으셔야.........”

  소라 아우가 두 점을 접으셔야 한다고 하니 두 점을 반상위에 놓으신다. 접바둑을 두어본지가 한참이나 오래된 것 같다. 하지만 속기에 완력에 정신없이 몰아치면서 엄청나게 큰 대마를 그물에 가두었다. 헉.....헌데 그대그시절 형님이 요리저리 수를 내어 살아가 버리신다.

반면을 두루 살펴보니 선수의 효과를 잘 살리면.......승산이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결국 13집을 남겼다. 끝내기를 선수로 마무리 한 덕분이다. 이궁 져 드릴 것을.............

  아침 식사는 횟집에서 공수한 오징어 물 회와 내가 지은 밥과 김치뿐인 조촐한 식단이지만 어제 한잔 하신 분들에겐 물 회가 최고의 숙취 해소 제라........ 모두들 맛있게 드시니 그나마 감사하다.  오징어 물 회의 맛을 처음 보는 이 도윤 기자님 연신 맛있게 드신다. 이십대 초반의 나이시니........아직 못 드셔본 음식도 많으시겠지....... 우리 막내 딸 보다도 한 서너 살 아래 이니....... 하지만 정 용진 이사님,  주문진 출신 촌 아저씨답게 맛있게 드신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화진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화진포 해수욕장 입구에 커다랗게 걸려있는 환영 플래카드에 [소설가 이청 선생님 나도작가 바둑동호인 여러분의 고성군 방문을 환영합니다.] 라는 문구가 돋보인다. 플래카드 앞에 모두모여서 찍은 사진은 이 도윤 기자님이 곧 올리시리라.......9월호 바둑지에..........합동 사진을 찍은 뒤에 당근돼지 형님 내외분이 먼저 떠나신다고 하신다. 따님이 일본에서 귀국을 하였다니 어쩌랴........형수님이 나를 보자시더니 손에 수표 한 장을 건네신다. 극구 사양했으나 반 강제적으로 손에 쥐어 주시며 점심을 대접해 드려야 하는데 먼저 가야하니 이걸로 점심을 사 드리란다. 결국 못 이기는 척 받았다. 모두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린다. 

  날씨가 흐려 있어서 햇살도 따갑지 않아 수영하기에는 좋은 날씨인데........다들 바닷물에 겁을 먹었는지 안 들어가고 쭈뼛거린다. 나는 용감하게 나의 똥배를 들어내기로 하고 평소 수영장에서 입던 수영복을 입고 과감히 나의 나신을 들어 내였다.  하나 이 사진이 궁금하시더라도 참으셔야 할 것 같다. 이 도윤 기자님이 내 몸매를 찍으신지 아닌지 나도 모르기에....... 다들 바닷가에 앉아서 바다만 멀거니 바라보고 있다.

  이 도윤 기자님더러 바다에 안 들어가시냐고 했더니 수영복을 안 가져 왔단다. 그렇다고 이 먼 화진포 아름다운 화진포에 와서 바닷물에 발도 안 담가보고 돌아가면 얼마나 섭섭하시겠냐고........ 사진기도 이미 가방에 넣고 아무런 방해물이 없던 터이니 나는 이 찬스를 놓치면 영영 이 도윤 기자님에게 원망을 들을 것이라 판단을 하고 이 도윤 기자를 밀쳐서 바닷물에 입수를 시켜 드렸다.......(ㅎㅎㅎㅎ  죄송) 그리고는 바닷물 세례를 퍼부어 결국 옷을 입은 채로 바닷물에서 수영을 하시는 특혜를 드렸다. (으음 .....이 장면에서 혹 이 도윤 기자님의 몸매를 상상하시는 발칙한 분은 정상이다.)  옷 입은 채로도 미인의 몸매는 빛이 나서 함부로 표현하기에는 나의 표현력이 부족할 따름이니.........

  이 청 아우는 내가 바닷물에 밀어 넣을까봐 삼십육계 줄행랑 슬슬 내 눈치만 본다. 도리123 미리 선수를 친다.

  “ 좀 있다 들어 갈 겁니다.”

  “ 거참........바다에 와서 구경만 하시면 용왕님이 싫어하실 텐데.......”

  이웃 자리에 오십대의 아주머니들 몇 분도 앉아서 바다만 멀거니 보시기에 바다에 들어  가시라니 핑계는 모두 한 가지.......(수영복이 없다나..........)

  “형님, 바다에서 자장면 시켜 먹는 것도 별밉니다. 퍼뜩 시켜 보소”

  선달이가 배가 고픈가보다. 자장면 시켜먹자고 떼를 쓴다. 중국집에 전화를 하였더니 배달이 안 된단다.  오~~ 잉 이럴 수가 나를 망신을 시키시네..........홧김에

“배들이 불러 구만 손님이 원하면 어디라도 배달을 해야지”

  하고 싫은 소리를 하였다. 이런 쫌생이 아저씨....그럴 수도 있는 게지........ 해변 가 간이포장식당에 자장면을 한다기에 갔더니 준비가 안 되었단다. 결국 철수하여 식당에서 점심을 하기로 하였다.

  어제 저녁 만찬에 회비 받은 것이 몽땅 들어가서 기실 걱정이 많았으나 당근돼지 형수님이 주신 돈에 일 만원을 더 보태서 고성의 별미인 막국수와 편육을 점심으로 먹었다. 막국수를 처음 드셔보는 이 도윤 기자........ 표정이 묘하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먹는 막국수는 나이 드신 분들이 즐기는 음식인가 보다.......ㅎㅎㅎㅎ 신세대인 이 도윤 기자님이 막국수의 맛을 아시려면 아직 한 삼십년 더 사셔야~~~  점심식사 후에 다시 숙소인 보배성 펜션으로 돌아 왔다.

  그리고는 담소를 나누는 사람.....

 (그대그시절, 소라, 영바모, 선달이)

  어제 한잔 술과 정담을 나누다 잠이 부족한 사람들이 방으로 들어가 떨어져 잔다.

  (곤히 잠든 두 사나이 정 용진이사와 이청 아우)

  저녁만찬은 오후 다섯 시쯤 삼겹살구이를 하기로 하였다. 장을 보아야 할 것 같아서 다시 시내의 축협마트로 태평역 형님과 함께 갔다. 수박, 포도, 야채 등을 사고 참외를 사려 했으나 도리123아우가 맛있는 성주참외를 두 상자나 가지고 왔으니 그건 안산도 되기에 참외를 제외하고 이것저것 사고 있는데 보배성 펜션 주인이 소주 한 박스를 사주신다. 또 어제 만찬을 한 해녀횟집 안 주인이 수박을 한통 협찬 하신다. 강원도 사람의 인심이 팍팍 묻어난다.

  어제 밤에 마트에서 맥주와 소주를 사고 안주 감 조금 사다가 카드결제를 하는데 5만원이 넘어서 3개월 할부를 해 달랬더니 자기네 가게는 할부가 안 된다고 하여 망신을 떨었는데..........에~~혀..............기분이 업 된다.

  숙소에 돌아오니 3쿠션, 영바모, 태평역, 님이 약속이 있어서 가야 하신단다. 너무 야속하다. 그 때 태평역 형님의 전화가 울린다. 선비무도님이 오후 4시반차로 출발하여 이리로 오신다는 것이다. 선비무도님 애착이 너무 감동스럽다.

  떠나신다는 태평역형님, 영바모, 3쿠션 아우와 뜨거운 포옹을 하고 못내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는 그들을 놓아드렸다. 어차피 만나면 헤어짐도 인간사이니........(다음에 계속)

  (태평역 형님과 도리123아우 맞수라고 한판 붙었다. 3쿠션은 관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