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바둑의 전통 재해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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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장바둑의 전통 재해석 필요

2004-01 조회 8607추천 0 프린트｜스크랩

우리의 옛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름다운 인정에 넘치는 공동체? 두레와 향약으로 서로를 돕는 따뜻한 사회? 그럴 듯하다. 그렇게 보는 눈도 있으며,또 그렇게 가르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그렇게 아름다운 때가 언제 있었던가. 우리는 언제를 그 시절로 알고 있는가. 19세기? 아니다. 농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수령과 토족들의 착취와 횡포에 시달린 시대가 아니던가. 이론과 증거로 볼 때 우리의 아름다운 공동체는 싸구려 물감으로 윤색된 이상(理想)이었다. 겨우 몇몇 반촌(班村)의 한 때일 뿐이었다. 아니라고?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상이 냉정한 눈보다 앞설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는 그런 공동체의 핏줄이 아니다. 우리는 좀더 복잡한 공동체의 후손이다. 바둑은 어떨까. 조선 순장(巡將)바둑의 피가 우리의 내면에 면면히 흘러내려오고 있을까. 조남철과 김인,조훈현,이창호 등 국수(國手)들은 순장바둑의 핏줄일까. 그렇다고 답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필자는 아니다. 우리의 핏속에는 훨씬 깊은 원초적인 바둑의 기운이 있으며,그건 인류 모두에게 있다. 순장은 바둑 형식의 일부일 뿐이다. 폭 넓은 계층이 향유한 것도 아니었으며,금기서화(琴棋書畵)를 즐기고 시간이 남았던 몇몇 소수들의 오락이었다. 그러면 순장은 우리의 전통이 아니라는 것인가? 물론 전통이었다. 그러나 전통은 그 어느 것이나 역사가 짧다. 전통은 당대의 사회적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운명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한국 바둑도 인류의 보편적인 감성과 이성의 바탕 위에서 이해되는 것이 더욱 정당하다. 이는 과거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특정한 과거보다는 보편적 바탕에의 이해가 오늘날 요긴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실로 우리 사회의 문화적 깊이는 전반적으로 매우 얕다. 그 이유의 하나는 우리의 안목이 안으로 닫혀 좁다는 데에 있다. 기초 정석을 보자. 흑3에 대해 백4는 붙이면 젖히라는 지침. 흑5는 젖히면 뻗으라는 이치를 따르고,백8과 흑9는 자세를 잡는 것이다. 그렇다. 이런 보편적인 이치가 바둑의 모든 것이다. 더 이상은 없다. 보편성. 그것이야말로 바둑의 출발점이고 종착점이다. (2004-1-15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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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1-19 오후 12:01:00 [동감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