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 35, 배추部

바둑일기 35, 배추部 | 나도 작가

Home > 커뮤니티 > 소라네

소라네 世界路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바둑일기 35, 배추部

2008-05-16 오전 5:50 조회 4875추천 9

프린트｜스크랩

탄천변이나 수서산길, 남한산성자락 보다 가장즐기는 산책로는 석촌호수 나 가락시장 안이다.

고요한 호반은 그윽함속에 추억의 연상속에 호젓한 즐거움을 주지만 시장속의 활기는 생동감과 본능적인 즐김을 구도자처럼 찾는 느낌이다.

구획별로 과일 청과 생선 등을 밤새 경매 판매 등을 하는 시장안은 작은 불록마다 팻말이 붙어있다.

배추部

낮시간에는 텅빈 주차장처럼 비나 오후가되며 텐트를 치고 규격화된 바닥재위에 배추들을 가지런히 쌓아놓고 판다.
파장후엔 주로 할머니들이 버려진 배추 시래기들을 밤새모아 도로변에 앉아 파신다.

조금 젊어보이는 아낙행상들이 몸빼를 입은 6 70대의 구부정한 노파가 아닌 50대나 되엇을듯한 그곳에선 젊은축인 아줌마들이 밤새 일을하곤 아침식사를 하려한다. 피곤함을 잊은 웃는얼굴들로 땅바닥에 놓인 식판들을 마주한채 그중한명은 큰 병맥주 한병을 따려고 껴앉는다.

모퉁이 이곳저곳에선 아침해장으로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는 상인들이 무수하지만 여인들도 맥주로 피곤함을 씻으려나보다.

아낙은 입을 크게벌리곤 병을 이빨로 딴다.
젊은시절 이후론 처음본 이빨깡기리 에 놀라움과 미소를 혼자 지으며 지나친다.

한손엔 비벼논 짜장면 그릇을 든채 내기중인 반상을 쳐다보는 시장 사채 김은 그 순간을 즐기는 최대한의 행복함을 만끽하는 모습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바둑을 두고잇으며
굶지않고 밥을 먹고잇으며
요기가 아닌 도락인 바둑을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을 자신에게 과시하는 행복감이겟지.

항상 언제 어디서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그의 언행 이지만..

그가 바둑을 둘땐 아는이들은 절대 근처에 가지 않는다.
내돈내고 내가즐기는 바둑을 왜 옆에서 구경하고 잔소리 하냐며 봉변을 당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어서..

배추部 처럼 마늘部 양파部 도 따로 잇는지는 몰라도
택시 박팔단은 항상 묻지않아도 말하곤 햇지. 정사장 그형님은 마늘을 해서 큰돈을 벌엇는데 자신은 양파를 해서 돈을 못 만졋노라고.. 기료가 아까워 바둑도 안두면서도 매일 구장에 드나들며 다른이들의 판에 중계방송을 하고다녀 기피인물이다.
편바둑을 하려다가도 그가 들어오면 다들 그만둔다.

토요일 오후 찾아온 친구와 구장구석에 조용히 호선바둑을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쿵쾅쾅소리에 놀라 뒤를 보니 시장김이 건설 유이사의 목깃 을 잡고 소파에 쓰러뜨린째 욕설과 고함속에 주먹질을 할 태세이고 한두명이 옆에서 말리려한다.

급히일어나 다가가 뒤에서 시장김의 뒷허리 혁대를 잡고 목깃을 잡은 그의 왼팔안쪽으로 내 왼손을 둘러 뒤로 당긴다.
이 자세는 병원에서 중환자들을 돌볼때 사용하던것인데..

구장에서의 주먹다짐은 언젠가 대국을 하던 젊은상대가 꽁지돈을 갚지않앗다며 불쑥 찾아온 조폭들이 갑자기 주먹세례를 하던것을 본외론 드문일인데.. 특히 같은 손님들끼리는 그저 말싸움이나 위세의 과시에 그치는 정도엿는데..

무지막지한 그 답게 말한마디에 갑자기 몸을날려 소란을 일으켯나보다. 무시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그가 무시당햇다고 혼자서만 생각을 한것이겟지.. 건설업 이사인 상대가 말 한마디 허투루 햇을리도 없건만..

김을 달래 한쪽 구석편으로 같이섯다.
의외로 울먹거리는듯한 그의 모습에 내가 잘못보앗나 속으로 놀란다.
"씨발놈 지가 뭔데"
"왜 사람을 무시해"
중얼거리며 씩씩거리는 그는 분을 참지못하는데
주먹을 휘두르려는 이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상대의 주먹에 맞을까 아파 걱정하는 이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무시 당한다는 자신의 피해의식에 잠재된 본능이 울먹거림으로 표현되나보다..

친구는 강원의 민교수가 서울에 왓는데 저녁에 만날지 모르겟다며 그의 소식을 들려준다.

강의나 특강이 많아야 월급도 더받는데 요즘은 강의도 적고 강의를 해봐야 한과 학생 40여명중 책을 사는 학생은 서너명 뿐이어 강의를 할 맛도 안난다고.. 기업체들의 특강도 거의 없어졋다고..

공사 교수노릇을 한후 교수 12년차인데 이것저것떼고나면 월급이 300정도 손에들어오는데 노부모 생활비로 백 아들 유학적금으로 백 그리곤 자신의 용돈도 부족하다는..

호반의 산책길은 언제나 즐겁다.
송파호의 유래를 써놓은 현판을 정자에서 읽는다. 80년 이래 인연을 맺어온 이곳의 유래도 이리 몰랏엇던것이군. 잠실도 여의처럼 섬이엇엇나보군..

어제 싸움을 말리다 허리를 삐엇는지 불편한 느낌으로 편바둑을 두는데 택시박은 구시렁구시렁 중계방송이다.
젊은박은 빨리지곤 내 상대의 옆에앉아 말도 많다.

내편이지고 나는 꼴찌로 따블이 되는데
계가를 하는데 상대집속의 돌이 없어졋다.
옆의 내기꾼 젊은박이 계가를 돕는다며 돌을 치웟나보다.
대국상대는 자신은 안 건드렷다며..

"누가 치웟어"
"왜 그리 방정이야"
홧김에 한마디 하곤 속으론 금새 후회한다.
아차 함부로 말 하는것이 아닌데..

아니나 다를까 대뜸 저 뒤에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젊은 박은 가만히 앉아 잇을뿐인데..
"씨발 저걸 말이라고 해"
"확 박아버리지 저걸 가만 놔둬?"
"씨발놈 말하는 싸가지 하고~"

고개를 숙인채 생각한다.
참아야지 저런이와 싸워봐야..

이러려고 내가 바둑을 배웟나.
이럴걸 바둑둬온것을 후회없다 햇엇나.

dignity를 가장 소중한것이라 생각해왓건만
내 언행은 이정도고
내 주변은 이정도군..(끝) 2006/9/16

오로 매니아광장에 전에 올린 씨리즈 앞부분들을 나작엔 43편 이후여서 올립니다.

추천 이전 목록 다음

┃꼬릿글 쓰기

kkum90

｜ 2008-05-16 오전 9:38:20 [동감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