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용유유(勿用有攸)는 물그륵에 비친것을 보고 점을친다는 의미로 주역에 나오는 말이다. 고대인들은 물그륵에 비친 구름의 형상을 보고 점을쳤다. 정보가 지극히 제한적이던 시대에 내일을 예측하고 미래를 안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을것이다.
서계영명(書契影明)은 글속에 신명이 있다는 말이다. 예로부터 글쓰기를 범상치 않은 행위로 본것이다. 물용유유는 글을 쓰는 행위와도 상통한다. 우리는 글을 쓰며 자신의 과거와 오늘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내일을 고려한다. 나는 책읽기를 좋아하고 또한 글쓰기도 싫어하지 않는 탓에 오로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편이다. 비교적 찰지고 성의가 깃든 글들은 거의 빼놓지 않고 읽는다.
좋은글들이 참 많다. 간혹 참으로 몇몇이 보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절창(絶唱)도 있어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봄비.
그러지말고 지금이라도
만나서 서로서로 정답게 살면 될걸
차창에 부딪쳐 퍼지는 모습
어데 가서 살면서
그 때 마음 전하는고
샘물 같이 맑던 그때의 사랑도
이젠 안된다는걸 그대도 알기에
일부러 추운 봄날 찾아와 보는건가
잘못 찾아든 허탕 인생길 위에
어둠 더불고 싸늘히 내리는 저녁 봄비.
얼마전 문학게시판에서 본 고기뀐지님의 시(詩)다. 근대의 어법으로 느리고 처연하게 읆는 언어가 몇번을 읽어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름지기 글쓰기란 이런것이다. 마음속에 있던것이 오랜 시간 육화과정을 거쳐 드디어 터트리지 않고는 못배기는 순간에 글로 표현될 때 꽃은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이며 글은 한편의 완성된 언어로 시가 되고 문학이 되며 의미가 되는 것이다.
화자(話者)의 아픈기억이 이렇게 승화되어 독자들에게 전이될때 화자(話者)의 아픈 사랑의 추억은 비로서 우리들 모두의 것이되는 것이겠다.
당나라 사람 '이고'는 서원(誓願)이라며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훗날의 일을 누가 기약하랴. 우리의 글을 읽고 우리가 마음을 두었던 그것을 (누구라도) 기억해줄 사람 없으리라 생각지 말자.
그렇다. 글쓰기는 유명난 작가들의것도 아니고 특출난 어떤 사람들의 전유물도 아니다. 이데오르기의 지남(指南)같은 그들의 글은 당의정이지만 익명의 골목에서 아침을 기다리며 반짝이는 별과도 같은 이런글은 신선하다.
나는 이 시를 한 이십번 읽었다. 그리고 일주일정도 지난 후에 다시 읽어보고 시(?) 한편을 지었다. 시인이 아니기에 온전한 시짓기는 아니다. 원시가 유장하고 한시적이여 한시로 독후감을 쓰는 것을 용서(?)하시라.
오로에서 누가 사랑가를 지어 부르나요.
아픈 사랑 잊을 수 없는 탓에.
바둑베팅에 달 지는지도 모르는데.
세상에 눈밝은 사람은 그것을 아실까요.
烏鷺誰唱相思詞/傷痕戀人無限意/ 孤注不知月落時/世上惟有眼賢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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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팔공선달
오로묵시록
노을강
고기뀐지
토다이보이
토다이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