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중 입만 비교적 잘 움직일수 있는 사십대의 그 아제는
자동차보험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심한 일급장애인이다.

손도 잘 움직이지 않아 글자도 잘 못쓰고 걷기조차 힘든다.
말도 사실은 어눌하기 짝이 없다.
말을 알아 듣기에는 약간의 내공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썩 불편하지는 않다.

그 몸으로 어찌하다가 보험 외판원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일에 대한 열정 하나는 이 나라 모든 업종을 다 때려 합쳐
대한민국 대표선수일 정도로 지극정성이다.

내가 한국에 있을때 이 아제에게 자동차 보험을 몇년 든적 있다.

아제는 해마다 보험만기가 되어가면 찾아뵙겠다 전화를 먼저 하고
약속시간에 맞춰 예고편처럼 정확히 나타났다.
그리고 언제나 그의 부인을 데리고 방문한다.

그의 부인은 지극히 정상인으로 상당한 미인이다.
부인을 대동하는 까닭은 순전히 그 아제의 수발때문이다.
몸이 불편한 남편을 위해 언제나 그늘처럼 따라다니는데

고객을 찾아오기까지 운전은 물론, 여기저기 필요한 곳에

휠체어를 밀어주는 일을 한다. 남편이 중증장애인이라 차에서

휠체어로 옮겨 타기까지는 정말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그걸 지켜보는 사람의 손발이 되려 답답할 정도이다.
그래도 그 부부는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옮겨타서 내 앞까지 온다.

내가 매번 놀란것은 그토록 남편과 실-바늘로 수년동안 같이

다녔지만 남편이 고객을 상대로 보험상품을 설명할 동안에는
부인은 한쪽에 물러서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미소만 입에 달고...

남편이 보험을 성사시키면 부인이 즉시와서 계약서 대필을 한다.
묻지도 않고 알아서 척척 빈칸을 매꾼다.

언제나 그런식이다.
서당개 삼년 풍월이라하지 않았는가?
부인은 이미 보험에 대해 속속들이 훤히 알고 있었다.
가끔 남편과 고객사이에 의사소통이 동문서답 될 때도
부인은 결코 촐랑거리며 나서는 법이 없었다.
즉, 남편의 업과 몫을 철저히 챙겨준다.

내조가 딴것이 아니고 뭐겠는가?
남편의 기를 살려주는것...
저렇게 말없이 성원해 주는것..
그것이 일년에 삼십분간 딱 한번, 그 짧은 시간에 내 눈에 비친
부인을 외모보다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이유다.

내가 두번째로 매번 놀라는 것은...
부인의 미간에 서린 맑은 기운이다.
부인만 나타나면 주변의 꽃들이 더 활짝 피어나는 것 같다.
책상옆 난초도 이파리가 더욱 푸르게 싱싱해 진다.
어떻게 몇년간이나 한결같이 저토록 밝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세월은 그녀를 비켜가고 얼굴에는 몇년동안 주름하나 잡히지 않았다.
아니, 해가 바뀔수록 오히려 더욱 젊어지는 것 같다.

장애인 남편은 4개 보험회사의 프리랜서이다.
하나하나 비교 설명으로 고객의 구미에 가장 맞는 보험을
소개하는데 그때의 몸짓과 발짓은 '성실' 단어 그 자체다.
부인은 그런 장애인 프리랜서를 백프로 프리하게 만드는 수호천사 프리랜서이다.


오날날...
남녀가 만나 짝을 이루는 과정은 내 몰라라.

하지만 짝을 이룬 후 그뒤를 아름답게 하기 까지는
저 일급 장애인 남편과 정상인 부인의 자세...
그들의 십분의 일만 쫓아도 될성 싶다.


손 발, 신체발부의 장애는 정상인 부부 즈그끼리 살다가 겪는 갈등과

정신적인 장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 잘못도 없다는 ...   

 

 

 

*  비온 뒤의 하늘 처럼 맑게 하루 시작합시다 ^^

   커피 한잔 하는데 방금 내려온 햇살이 너무 환합니다.

   티 스푼으로 햇살 한스푼을 퐁당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