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작문 시간 때 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칠판에 커다랗게 '고향'이라고 쓰시고는
다짜고짜 작문 하라고 윽박 지르셨습니다.
그리고는 당신께선 의자에 앉아 빈둥거리기 시작하셨습니다.
한 시간 내내 끙끙거렸지만 결국 한 줄도 못썼습니다.
과제물은 제출해야 했기에 종치는 소리에 허겁지겁 아무거나
써서 앞줄로 보냈습니다.
다음 작문 시간이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선 들어 오시자 말자 제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앞으로 나와! 엎드려 뻗쳐!"
반 아이들이 제 과제물을 돌려보며 낄낄거리고 웃는 동안
저는 사랑의 매질을 죽도록 견뎌내야 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언제나 남들에게 '기쁨조'인가 봅니다. ㅡ.ㅡ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에게 보라고 돌린 제 과제물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저 푸른 산골위에~ 그림같은 집을짓고~ 사랑하는 님과함께~ 한백년 살고싶어~
뒈지게 맞아도 싸다 싸...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선생님께선 작문시간만 되면 저를
무지 갈구셨습니다. 저는 작문 시간이 있는 날만 되면 아침부터
알지못할 쪽팔림. 공포. 서스펜스.따위가 엄습해 왔습니다.
또 라디오에서 당대의 힛트곡인 저 노래가 흘러 나올 때마다
남모르게 쪽팔려 미칠뻔 했습니다. 한번은 통학길 버스에서 저 노래가
나오자 저는 가방을 땅에 떨어뜨리고 양쪽귀를 손으로 막아쥔채
식은땀을 마구 흘렸답니다. 어디 아픈줄 알고 노약자석에서 할머니
한분이 저에게 자리까지 양보 하신 일도 있었어요.
이런... dog 같은 경우가.
당연히 제 인생에 있어서 작문은 취미 없는 과목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제 나작에 무턱대고 가입을 했는데 아,글쎄...
지난날 글들을 휘익 ~ 훑어보니 여기가 한국 대표 바둑 사이트의
무시무시한 작문 방이었는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강호의 절정고수들이 우굴거리는 용담호혈의 자작 글짓기 방일줄은... 으으..
이방에 며칠만 더 있다간 제 머리에서 자작자작, 짜짝.. 짜짝... 찌짐 굽는 환청이
들릴 것 같습니다.
겨우 안정되었던 작문 노이로제 증후군도 다시 도질것이 분명합니다. ㅠㅠ..
저기요...!
나작방의 절정고수 누구시라도 좋으니...
저에게 작문용 배아 줄기세포를 쪼매만이라도 기증해 주실분 안 계시나요? 으흐흑....
아울러 물바둑인 저에게 괴초식을 구사하는 고수 분들께서...
기력을 배양해 주는 줄기세포도 좀 ... 흑흑.. 키워서 델구 놀면 더 재미있지 않나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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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수목나라
斯文亂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