井中之蛙 - 바다로 가는 법.

나는 산그늘에 엎드려 산다. 새벽이면 강에서 온 안개와 인사하고, 밤이면 천개의 강을 비추는 달 그림자 하나와 보폭을 마추어 산책을 한다. 나는 역사를 친구로 삼고, 한자를 애인삼아 산다. 역사는 말이 없고 한자는 사랑하는 만큼 반응(?)을 준다. 물론 나는 역사를 친구하고, 한자를 애인을 삼을 만한 인물은 못된다. 다만 역사를 친구로 삼고 한자를 애인 삼았다는 스스로의 위로가 필요할뿐이다.

나는 주역을 좋아한다. 덕분에 주역사전을 쓴 다산 선생도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다산이 왜 유명한지, 훌룡한 인물인지는 잘 몰랐다. 내가 조금 아는 주역의 눈으로 본 다산의 주역은 그리 주목(?)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얼마전 여유당전집속에 있는 몇장의 논설을 보고 수긍을 했다. 아, 과연 다산 선생이구나. 나는 다시 한자의 기본으로 돌아간다.

장자에 있는 말이다. 황하의 신 하백이 물길을 따라 바다까지 온다. 참으로 거대한 바다였다. 신천지였다. 하백은 북해의 신에게 말한다. 나는 이제껏 황하가 제일인줄 알았다. 이곳에 와보니 진실로 바다가 큰 것을 알았다.나는 천하의 웃음거리다. 북해의 신이 말한다. 우물안 개구리가 바다를 말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한계에 묶여있기 때문이라네. 여름 벌래는 겨울 어름을 알수 없는 법, 그대가 바다를 보고 그것을 알았다니 나와 말이 통하겠구료. 정중지와가 태어난 배경이다.

井. 갑골 금문 소전에 모두 보인다. 우물을 그린 상형자다. 설문은 8가구를 일정(一井)이라 한다. 井은 우물의 덮개이고 *은 두레박을 뜻한다. 옥편은 우물정이다.

中. 갑골 금문에 보인다. 깃발을 그린 상형자다. 中은 학자들간에 논의가 분분한 글자다. '당란'은 고대에는 큰일이 생기면 먼저 깃발을 세워 사람들을 모았고 그곳이 자연히 중앙이 되었다 한다. 설문은 中은 內다 口 +ㅣ(곤)의 의미로 위아래가 서로 통해 中이라 한다. 옥편은 가운데중이다.

之.갑골 금문에 보인다. 止(멈추다)로 쓰이는 자로 처음에는 이동한다는 의미였다. 설문은 나간다는 뜻, 풀잎이 돋아나오며 가지와 줄기가 점점 커져 뻗어 나가는 것이다한다. 옥편은 갈지다.

蛙. 갑골 금문에 보인다. 佳(가)는 좋다 선하다는 뜻이다. 蛙는 좋은 벌래라는 의미로 된듯하다. 중국에서는 거북이나 용보다 먼저 개구리를 숭상했다. 설문은 圭는 옥가운데서 뽑은 희고 예쁜것이라 한다. 옥편은 개구리와다.

동양의 인문사는  주역의 해석사라 해도 관언이 아니다. 주역의 해석 과정에서 3세기 왕필의 도가적 해석에 선수를 빼앗겨 자존심이 상해있던 유가는 11세기에 와서야 정이천의 출현으로 반격을 한다. 정이천은 주역의 본질을 무(無)로 보았던 왕필에 반해 주역의 본질을 이(理)로 파악해 낸다. 후에 주희의 이학(理學) 곧 성리학의 등장 배경이다. 

성리학은 우주자연의 본질을 물질적인 氣와, 氣의 배후에 내재한 理의 원인을 놓고 고민한 학문이다. 그것이 조선에 들어와 퇴계와 율곡을 중심으로 한 理와 氣를 서로 강조하는 세계 철학사에 유례가 없는 2백년간의 논쟁이 된다. 이 논쟁은 조선 자체였다. 이 논쟁에서 조선의 고질적 병폐인 당파와 지역성이 나온다. 학문이 정치 사회 사상 전반으로 퍼진 특이한 경우다. 다산선생은 47세 되던 어느날 이 논쟁을 정리하는 글 한편을 쓴다.

-퇴계의 주장은 퇴계대로 율곡의 주장은 율곡대로의 것이다. 율곡이 퇴계의 이기론을 멋대로 평가하여 시비한 것이 아니다. 퇴계는 인심상(人心上)을 중요시한다. 퇴계는 리는 본연지성이고 도의 마음이며 천리의 분별로 보았고, 기를 기질지성이요 인심이며 인욕지사로 보았다. 사단칠정을 예민하게 살펴 사단은 리의 발이고 칠정은 기의 발이다 한것이다.

율곡은 태극에서 이기에 이르는 것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천하에 물(物)이 발하기 이전에는 리(理)가 먼저 있다해도 발할때는 기가 앞선다. 하여 사단과 칠정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뭉퉁구려 사단과 칠정이 모두 기에서 나온것이라 한것이다. 율곡이 말하는 리는 형이상으로 물체의 본체고 율곡이 말하는 기는 형이하로 물의 재료인것이다.

(卽退溪自論一理氣.栗谷自論一理氣.非栗谷取退溪之理.氣而泊亂之爾.蓋退溪專就人心上.八字打開.其云理.

是本然之性.是道心.是天理之公.其云氣者.是氣質之性.是人心.是人慾之私.故謂四端七情之發.有公私之分.

而四爲理發七謂氣發也.

栗谷總執太極以來理氣而公論之謂天下之物.未發之前雖先有是理方其發也. 氣心先之.雖四端七情亦唯以公.

例例之.故曰.四者.兩氣發也.其云理者.是形而上.是物之本卽.其云氣者.是形而下是物之形質.非故切切以心性情言之也. 여유당전서)

다산은 기를 독립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理는 氣를 의존하고 빌릴때만 존재하는 것이기에 이와 기는 대등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한다. 다산은 퇴계의 이발설에서 한발짝 벗어난 비평적 관점을 갖는다. 다산이 퇴계의 학풍을 따르는 정치적으로 남인이면서 학문적으로 성호 이익의 문인이면서도 반대 당파이자 학파인 율곡의 주장을 옹호한다.

다산은 학문에는 오직 한길만이 있다고 본다. 퇴계와 율곡으로 나누어 끊임없이 다툴일이 아니란 것이다. 다산은 온양에서 유구 사이에 있는 절 봉곡사에서 성호 이익의 문인들과 만났을때 학문은 시비와 득실로 귀일(끝장) 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날 모인 15명의 문인들 모두는 퇴계의 문인들이다.

참으로 정중지와 하는 날들이다. 나의 우물은 좁고 깊다. 물은 미지근하고 탁하다. 그러나 나는 하백을 안다.바다로 가는 것, 바다로 나가야만 대양을 항해할 수 있다. 나의 준비는 오직 지남(指南) 하나다. 지남은 자성이 있는 바늘이다. 작은 종이에 올려 놓고 물잔에 뛰우면 바늘은 북쪽을 기르킨다. 나의 가는 길은 북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