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친구를 만났다. 청춘에 해어져 20년은 된듯하다. 명문대를 나와 증권 회사를 다니며 시골 노모 자랑거리(?)더니 불혹의 말미에 만난 친구는 너무도 허전했다.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작은 사업을 하다가 잘못되었다는 것인데 그것이 지난날의 청태같던 꿈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스스로 초라하고 부끄러운가. 나는 그것이 이해할 수 없다.

몸과 마음이 많이 약해있었다. 정신은 거의 자포자기였다. 위로의 말도 잊을 정도였다. 무엇을 위로한단 말인가. 돈 못번것을 위로하고 함께 슬퍼해야 하나. 친구에게 혀는 남아 있지 않은가라는 고사성어를 말해주려다 돌아섯다. 참으로 쓸쓸하고 슬펏다.

史記 열전에 장의(張儀)가 있다. 세치혀로 천하를 주름 잡고자 하던 사람이다. 장의가 아직 뜻을 못이루고 초나라 재상 소양(紹陽)의 식객으로 있었다. 소양은 위나라와 전쟁을 하여 큰 공을 세우고 초왕에게 '화씨벽'이란 구슬을 선물로 받는다.

어느날 소양이 수백명의 식객을 거느리고 한 호수에서 여흥을 즐겼다. 식객들이 화씨벽을 보고싶어했고 소양은 그렇게 했다. 그때 호수에서 큰 물고기가 뛰어 올랐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곳으로 쏠렸다. 이 어수선한 틈을 타 누군가 화씨벽을 숨긴다. 소양은 식객들을 조사하며 가장 경력이 일천하고 허름한 몰골의 장의를 용의자로 몰아 죽지 않을정도로 매질을 가한다.

피투성이가되어 집으로 돌아론 장의는 놀라는 아내를 보고 입을 벌리고 혀를 보여준다. (視吾舌在下) 아내는 혀는 무사하오 하고 말해준다. 장의는 (그럼 됐소) 하고 자리에 눕는다.  장의는 팔다리는 병신이 되어도 혀만 온전하다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도 내가 잘 할수 있는 한가지가 남아 있다면 그것을 믿으라는 것이다. 장의는 끝내 전국시대의 대모사(大謨師)가 된다.

吾.

갑골문에는 없다. 금문 소전은 자형이 같다. 곽말약은 吾는 그릇을 의미하는 缶와 같은 자라 했다. 설문은 자신을 일컷는 말이란다. 口는 의미고 五가 발음이란다. 옥편은 나오다.

舌.

갑골문에는 口에 干가 나온 모양이다. 설문에는 설은 입안에 있어 말을 하고 맛을 보는 것이다 한다. 옥편은 혀설이다.

尙.

갑골문에는 없고 금문에 보인다. 임의광은 물건을 나누는 뜻의 償의 고문이라한다. 설문은 능가하다는 뜻이다. 또 거의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入이 의미고 向이 발음이다. 옥편은 아직상이다.

在.

갑골 금문에 才로 쓰였다. 주나라 이후 在로 쓰이기 시작한다. 설문은 있다는 뜻이다 했다 士가 의미고 才가 발음이다 한다. 옥편은 있을재다.

어쨋든 푸른 꿈과 영민한 머리로 공부를 하여 한세상을 미친듯 살다가, 잠깐 잃어버린 돈으로 몸과 마음을 굴신한 못난 친구가 장의열전을 읽어 보았을리 만무(?)고 '오설상재'의 성어를 알턱이 없지만 장의열전이 아니더라도 산밑에 있는 시골 예배당의 종소리를 듣고서라도 정신을 수습한다면 바랄것이 없겠다.  50도 안된 나이로 스스로 포기 하기에는 삶이 너무 허전하지 않은가. 

(친구를 탄식하며)

친구 퇴직하고 폐인되어 

하마리(마을 이름)로 돌아왔네.

젊은 기상과 기운이 하늘을 치고도 남았는데

마음과 몸이 이미 기울었네.

남자로 태어난 세상

여자의 지조보다는 단단하길 바랬는데

어리석은 세상 바람에 휩쓸려

농부들과도 어울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네.

슬프다. 깊던 정이여.

예리한 칼에 잘린 매화 가지 신세구나.

(君吟嘆.

金君以退廢/鄕入下馬里/志氣尙突兀/心身己落鍾.

男子生世上/有如絶女操/愚爲俗風從/不與農夫類.

哀裁深精也/利劒斷梅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