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여 참으로 행복했다. 세상사가 흥이나 행복했던 것이 아니라 한동안 떨어져 있던 8살 딸 아이와 한자와 바둑으로 아비와 딸의 정을 나눈것이 그저 꿀맛이었다. '바둑아 이리와 한자와 놀자'는 내가 지은 어린이용 책의 제목이다. 지난 여름 어느 비오는 날 밤에 딸 아이가 그리워 자다말고 일어나 그 다음날 밤에 끝낸 책이다.

내용은 별거 아니다. 바둑과 관련된 한자 200여자를 뽑아 바둑의 기리와 한자의 문리가 다르지 않다는 그저 그런 내용이다. 딸 아이는 다행히 흥미있어 했다. 초보적인 한자와 바둑의 기초를 익히고 아침이면 바둑판을 들고와 한판을 청하더니 어제 집으로 돌아 갔다. 그리고 비가 오는가 싶더니 눈이온다.

전국적으로 눈오는 밤이 계속되는지 '아작인' 코너에 여러편의 눈소식이 올라온다. 한편씩 열어 볼 때마다 은근하다. 좋은 사진, 풋풋한 시, 꾸밈 없는 글들이 그저 즐겁다.

눈 오는 밤이라...

까마귀와 해오라비, 흑과 백, 바둑의 또 다른 표현인 오로의 백을 뜻하는 鷺는 원래 설의아(雪衣兒)였다. 눈이 오면 오는 손님이라 하여 설객(雪客)이라고도 했다. 눈은 바둑의 횐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아작인'들이 눈오는 밤에 잠을 못이루는 것인가. 하여 설야(雪夜)는 연원이 있겠다.

雪.

갑골문에 보이는 자다. 이효정은 보리빗자루(彗)인데 雪로 가차된자라고 한다. '설문'은 비가 얼어서 된 것으로 만물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한다. 雨는 의미고 彗는 발음이란다. 옥편은 눈설자다.

夜.

갑골문에 보이지 않는다. '금문'에 夜는 사람이 겨드랑이에 달을 끼고 달리는 모양이고 점 하나는 겨드랑이를 뜻하는 모양이다. 달을 끼고 있기에 어둡다. 끼다 (掖)가 되기도 한다. '설문'은 밤을 야라 하는 것은 밤이되면 누구나 집에 들어가 쉬기(舍) 때문이라 한다. 夕이 의미이고 亦이 발음이다. 옥편은 밤야다.

눈오는 밤의 글치고는 건조하다. 내친김에 까마귀, 검은 돌인 烏도 빠트려선 안된다.

烏.

갑골 금문에 보이지 않는다. 설문은 오는 효성스런 새다. 상형자다. 공자는 오는 아아라 탄식하는 것이다.소리를 취해 烏呼라 한다.

'단옥재'는 눈동자의 표시가 없는 것은 까마귀가 검어 눈동자가 잘 안보인 탓이라한다. 옥편은 까마귀오다.

오로는 이렇게 태어난 말이다. 양웅의 '법언'이나 안지추의 '안싸가훈'등 바둑의 이름을 전하는 문헌들속에서 오로를 생각한 발상은 참으로 상형적이다.

선비만석님의 글을 시작으로 눈오는 풍경이 여러편 올라온다. 모두 추천 하나로 읽기에 아깝고 미안한 글들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외롭다더니 그말도 허언인 모양이다. 방문을 열고 눈이오는 산길을 걷는다. 여기 저기 누워 있는 산소(山所)위에 눈이 쌓인다. 어느때던가. 그렇지 천이백년전에 스믈여덜살을 살고 간 한 문인(李賀)이 있었지.

흐르는 물 패옥같고 푸른 마차를 저녁까지 기다리리. 차가운 푸른 도깨비불만 더욱 빛을 내는데

서릉의 무덤아래 비바람 뒤엉켜라.

水爲佩/油璧車/夕相待/冷翠燭/勞光彩/西陵下/風吹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