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은 점사로 쓰여진 책이다. 고대의 점사는 일종의 주문으로 잘 이해를 하면 고대의 시 문학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종교적 주문 행위기에 시와의 연관성을 조명 하는 연구가 '이경지' '황순옥'등에 의해 제시된바 있고 반론 또한 계속 되고 있다. '심성호(위덕대 중문과 교수)'는 시문학의 원류에서 이렇게 말한다.

-고대의 정치 종교 법률등의 총체적인 문화의 범주를 禮라 할 수 있다.  이 禮가 전국 시대를 거치면서 禮에서 樂이 樂에서 詩가 詩에서 風 雅 頌 賦 比 興이 분화 되는 과정이 비로서 문학의 분화 과정이라 하겠다.

 심성호는 악에서 시가 나온것으로 보고 있다. 악은 음악의 리듬과 감정을 함유하는 말로 시가 악에서 나왔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시는 시경에 와서야 비로서 시로써의 모습을 가추기는 하지만 주역속에 시의 모습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경지'는 引詩爲占이라 했고 '황순옥'은 점사가 시경의 출발점이라 했던 것이다.

 '왕진복'은 주역의 점사와 시경의 시 사이에는 立象方式. 用韻. 句式의 방법에서 큰 차이가 있기에 시의 출발은 주역이 아닌 시경임을 단언 하며 황순옥의 논지에 반론을 전개 한다.

-주역의 괘 효사에는 心美가 있지 않고 무술 점복의 속성에 머물고 있으니 原詩라고는 할 수 있겠으나 詩라고 할 수는 없다.

나는 왕진복의 이 말을 전혀 알아 들을 수 없다. 원시라고 할수는 있으나 시라고 할수는 없다는 이 말은 반론이 아니라 동조로 여겨진다. 주역이 점사의 모음집임은 분명 하나 주역의 점사 속에는 분명 시편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샤먼의 예언과 영감을 담아낸 주문의 속성은 물론  자연과 인생을 노래 하는 예술성이 담긴 대목 또한 많은 것이다.

한역의 몰골.

나는주역과 시경을 읽으며 국내에 한역 되어 있는 주역 시경등의 부실함에 놀랐다. 한역이 눈에 거슬리면 안 읽으면 될 것 아니냐 하겠지만 이건 올바른 질문이 아니다. 학문에 독불장군은 없는 것이지만 무조건(?) 따라 올 후학이나 독자들의 형편을 생각 하면 이건 아니다. 시경을 한역한 한 대학 교수가 있다. 시경 국풍의 桃夭다.

桃之夭夭灼灼其實

之子于歸宜其室家.

싱싱한 복숭아 나무에 화사한 꽃 피었네

시집 가는 아가씨 한 집안을 화락케 하라.

이건 한역이 아니라 작문이다. 한자의 함의를 대충 읽고 이미지만을 묘사한 것이다. 한역자는 요요를 싱싱 하다고 한다. 나는 요가 두개 붙으면 싱싱 한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한역을 보고 알았다. 

夭는 어릴요 빛날 요 일찍 죽을  요요로울 요란 뜻이 있다. 사람이 고개를 돌리고 달려 가는 모습이기도 하고 일찍 고개 꺽여 죽은 사람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요요는 느럭 느럭(무엇인가 무거운)한 나무 가지의 모습을 말한다. 꽃이 나무가지를  무겁게 할 정도로 많이 피었다는 의미다. 그 뜻은 다음연에서 곧바로 나온다. 桃之夭夭有墳其實.로  나무 가지에 탐스런 열매가 주렁 주렁 열렸다는 것이다.온전한 한역은 이렇다.

복숭아 나무가지 느럭 느럭.

꽃 작작(灼灼)히 피었어라.

지자우귀는 그 아이 시집 가거든이 된다. 之는 3인칭을 나타 내고 歸는 시집 간다는 의미다. 귀의 원뜻은 높은 신분의 사람,댕기 머리를 한 여자, 빗자루로 길을 쓸고 있는 여자라는 뜻이다. 의기실가는 그 집을 잘 받들어라는 뜻이다. 室은 도착이란 뜻으로 이 문장에서는 생략 되어도 무방 하다. 실은 화살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한 모양으로 후에 실내라는의미로 가차 된 한자다. 宜는 제실, 고기를 쓸어 쌓아 놓는 모습으로 한 집안의 사당을 말한다. 시경 속에는 받드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한 집안을 화락케 하라는 한역은 이미지의 어정쩡한 복사일뿐 원 모습의 전달이 아니다.

국내에 보급 되어 있는 시경의 한역은  거의가 이런식이다. 비슷 하기는 하지만 본질은 아닌것이 고전의 한역 세계에 고질병으로 자리 잡고 있다.나는 주역속에서 여덜편의 시를 간추려 보았다. 이 여덜편에 중국 학자 황순옥이 소개한 두편을 보태어 열편이 되었다. 미흡하지만 청동기 시대의 시를 감상 해 보자. 운과 언이 격식에 맞지는 않지만 시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준-  머뭇거리기.

머뭇

머뭇

타던말 돌리시니

도둑은 아니고

살대기를 원하시나. 

-송- 질투하기.

옛날의 공 다 까먹고

점괘는 위태롭지만

끝내는 좋겠네

누구는 왕을 따라 갔지만

좋을꼴 보지 못하리.

-함- 살대기.

엄지 발가락에 놀라

장단지에 미혹 하여

헉벅지에 맛이 가

볼과 혀에 까무라쳐

서로 사랑 하고 보듬자네.

-비- 화장하기. 

한가해요

예쁘겠지요

멋지게

목소리 또한 좋고

훔치려는 것이 아니라

살대기를 하려는 거죠.

-벌주기.

해뜨기전에

떠나요

북치고 장구 치지 마시고

노래나 하면서

늙은 놈을 벌주기는 그 때가 적당하죠.

-가인- 즐거운 가족.

집 사람

하하

부끄럽지만 좋다네

마누라와 자식이 함께

호호.

-복- 기다리기.

돌아오기 어려워 이프지요

보고 싶어 눈병이 났다네

군대로 떠난 사람

패한 소식 들은지가

10년이 지났다오.

-규-  외로움(황순옥)

나 혼자 외로울적에

진흙에 뒹구는 돼지를 

수레에 가득한 귀신을 보고

내가 먼저 활을 당기고

뒤에서 활을 푸네

도둑이 아니고

결혼식을 하는 모습인가.

-정-  물길기(황순옥)

우물이 깻끗해서 마실수 없나

내 마음 슬프기만 하네

그래도 물은 길을 수 있어

왕이 명하시니

모두 함께 복이 있겠네.

 이경지가 말한 인시위점이 실감 난다. 모두 주역속의 한 문장들이지만 이 문장들이 내포 하고 있는 함의는 한 마디로 사람 사는 이야기다. 이 속에는 사랑과 가정 그리고 충성과 교훈이 가득하다. 주역속의 謠占이나 점사라 해서 일방적으로 천시 하거나 평가의 대상에서 제외 시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머뭇

머뭇

타던말 돌리시니

도둑은 아니고

살대기를 원하시나.

초사인가. 신라의 향가의 한 대목인가. 이 노래는 주역 3괘인 준괘의 효사다. 주역은 준괘에서 군자의 결단과 소송의 어려움과 화해라는 생존 방식을 말하지만 그 암시의 내용이 무던히도 시적이다. 시경속에 유난히도 남녀간의 사랑과 농도 짓은 추파가 있는 것을 보면 시경의 앞시대의 작품인 주역속에 남녀상열이 있는 것은 당연할 터이다.

주역속에서 열편의 시를 찾아 읽으면서 우리는 시경과 초사 이전의 시대의 시의 모습을 보게 된다. 주역이 동양사의 빛나는 책임을 이 대목에서 확인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