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달아오른 여자가 남자에게 몸을 더욱 밀착하며 조개를 들이대고 손에 쥔 남성을 자꾸만 그곳으로 넣으려 애를 썼다. 이제 여자의 입에서는 단내까지 풍겨 나오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조개에 손가락을 하나 슬쩍 집어넣었다.

“흑!”

남자는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숨을 훅 들여 마시고 얼른 손가락을 꺼내 살펴보았다. 애액이 잔뜩 묻은 손가락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

‘마치 손가락이 무언가에 비틀려 살갗이 틀어지는 강력한 느낌이다. 정말 완벽한 조개야. 드디어 오늘 꿈에 그리던 명기를 맛보는구나.’

남자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두 손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감싼 그는 한껏 달아오른 성기를 조개에 푹 박아 넣었다.

“흐억. 자기야! 좋아. 너무 좋아!”

여자는 울부짖듯 신음을 뱉으며 남자의 율동에 맞춰 격렬한 몸짓을 시작했다.

‘이게 뭐야. 내 성기가 조개에 의해 돌돌 말리는 것 같아. 이런 물건이 세상에 존재 하다니!’

남자는 단 일분도 견디지 못하고 사정해버릴 것 같았다.

‘안 돼. 이렇게 아쉽게 끝낼 수는 없어.’

하지만 남자가 엉덩이를 빼려고 하자 여자가 더욱 몸을 붙여왔다.

‘조개가 이렇게 꼭 물고 있어서 잘 빠지지도 않을 거 같은 느낌이네.’

진퇴양난이었다. 조금 더 즐기고 싶은 욕심은 통제하기 어려운 욕망으로 클라이막스를 피할 길이 없어져 버렸다. 둘의 거칠고 격렬한 몸짓이 한참동안 이어졌다.

정애는 마성과의 섹스가 이렇게 정렬적이고 뜨거웠던 적이 있었나 생각이 들만큼 수도 없는 오르가슴을 맛보고 있었다. 무엇에 취한 듯 힘이 불끈 생기고 느낌도 무척 강했다. 격렬한 몸짓을 이어가던 정애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이상한 느낌이 스쳤다.

‘그이는 이쯤에 꼭 내 조개의 클리토리스를 빨아주었는데!’

그러고 보니 몸의 감촉도 마성과는 달랐다. 그의 몸은 늘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는데 지금은 좀 물컹거리는 살갗의 느낌이었다. 이상한 느낌에 그녀는 꼭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떴다.

“으악!”

섹스를 나누고 있는 남자가 마성이 아닌 것을 알아챈 정애는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몸 위에 올라 타 있는 남자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있는 힘을 다해 밀어 젖혔다. 그렇지만 한창 달아오른 남자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제야 흐릿하기만 하던 머릿속도 맑아지고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도 기억이 났다.

“당신 누구야. 나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랑 섹스 하는 거 싫어. 이건 강간이잖아.”

정애의 가슴에 얼굴을 묻다시피 하고 섹스에 열중이던 남자가 그제야 얼굴을 들었다.

“정애씨. 나예요.”

정애는 비로소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어머! 차관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예요. 제게 이러시면 안 되세요.”

이제 막 사정이라는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려던 그는 아쉬움을 달래며 동작을 멈췄다. 그렇지만 밀착된 자세를 풀지 않고 삽입된 상태를 유지한 채, 겨드랑이 사이로 넣은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한 다음 눈을 응시하며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이런 식의 시작 미안해요. 그리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요. 그렇지만 한 가지 정애씨에게 부탁드리고 기억해주고 믿어달라고 부탁 할 것이 있어요. 나는 당신을 얻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할 각오를 하고 있고, 당신에게 정성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나를 믿기 어렵겠지만 내게 기회를 단 한번만이라도 주세요.”

어떤 과정을 거쳤든 자신은 이 남자와 이미 몸을 섞은 것은 부인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충분하게 희열도 맛보고 있었다. 더구나 그는 사정 직전의 클라이막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먼저 용서를 구하기 위해 행위를 멈췄다. 이것이 남자에게 무척 어려운 것임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폭력을 써서라도 욕정을 마저 채울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남자는 내게 자신에게 악의가 없음을 진심을 다해 전달하고 싶어 한다.’

다만 그녀는 이 남자가 왜 자신에게 이렇게 진심이고 싶어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미 섹스의 광기는 식었다. 그렇지만 행위는 끝나지 않은 애매모호한 상태였다. 아직도 남자의 성기는 한껏 팽창한 채로 자신의 몸 속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문제는 그녀의 몸이 아직 완전히 식지 않은 것이었다. 놀람이 조금 진정되자 그녀의 조개는 몸속에 들어와 있는 남성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황스럽게도 그녀의 허리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움직임은 그에게도 곧바로 전달되어졌다. 그는 다시 그녀의 이마로부터 가슴까지 이어지는 애무를 시작했다. 마음의 짐을 벗어버린 남자는 마음껏 여자를 탐하기 시작했다. 그런 느낌은 여자에게도 전달되어 무엇엔가 취해 있던 아까와는 다른 새로운 광기를 불러 일으켰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코스관리팀 직원들을 보며, 카트에 골프백을 싣고 준비를 하는 현균과 연지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앞뒤 팀으로 배정이 되어서 두 사람은 아침부터 붙어 지내게 되었다.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연지가 현균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치며 한마디 했다.

“그린이 그렇게나 많이 망가진 거야? 굉장히 미안하네.”

“조용히 해. 회사가 알면 우리는 당장 잘려.”

지례 겁먹은 연지가 당황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래도 나는 어젯밤에 꿈 하나를 이루었다.”

“그래. 너 대단하다. 꼭 거기서 그랬어야 하는 이유가 뭔데.”

“그린은 욕망의 정점이잖아.”

“그건 또 무슨 뜬구름 잡는 말이야.”

“생각해 봐. 티샷을 하고 난 뒤, 그린까지 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여정이야. 벙커에 해저드에 러프를 이겨내야지. 까딱하면 오비 나고 볼까지 잃어버려. 그런데 그린에 와서도 문제야. 쉬운 그린이 하나도 없잖아. 드라이버로 한번 쳐서 200m를 나가도 1타, 퍼팅을 해서 10cm를 나가도 1타. 볼이 홀컵 1mm입구에 멈춰도 1타잖아.”

“그게 욕망하고 무슨 상관이라는 거야.”

“모든 행위는 홀컵에 볼을 떨구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것이지. 대부분의 남녀 관계도 다를 거 없다고 생각해. 사람만이 아닌 모든 생명체의 기본 욕구는 번식이니까.”

“그럼 우리는 어제 그린에서 번식행위를 한 거네.”

조금 기분이 상한 투로 말하며 연지가 휙 자기 카트로 돌아갔다.

“연지야. 그런 뜻 아니잖아.”

“됐고. 수고해라!”

카트를 끌고 경기에 나서려고 기다리며 모여 있는 팀에게 휭 하니 가버리는 그녀를 보며 그는 허공에 손을 저은 꼴이 되었다.

“네가 응해줘서 고맙고 행복했어. 나는 이제야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 거 같단 말이야.”

떠난 그녀의 뒤에 대고 그는 독백만 날렸다.

“앞으로도 나와의 만남을 이어가줘요.”

격렬한 섹스를 나눈 후였지만, 아직도 서먹함이 가득한 두 사람은 포옹도 스킨십도 없이 침대에서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앉아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잠시 말없이 있던 정애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저는 아직 이름도 몰라서 김 차관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실정이네요.”

“그렇군요! 미안해요. 제 이름은 김 학유입니다. 이런 자리에서 이렇게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게 돼서 매우 미안하고 유감스러워요.”

“저에 대해 알고 계신 것은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라는 것이 전부이시잖아요. 저는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요. 저는 젊은 나이도 아니고 몸매나 얼굴이 특별하지도 않아요. 아이까지 있고, 이혼 했지만 사실혼 관계인 남자도 있어요. 이런 제게 아까 차관님은 저를 얻기 위해 희생을 각오하고, 제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하시더군요. 저의 무엇이 그렇게까지 하실 마음을 갖게 한 것인가요? 제 궁금증에 답을 해주실 수 있으세요?”

“솔직한 것이 가장 정직하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자신이 차관의 지위를 이용해 그녀를 차지했다고 솔직하게 자백했다. 심지어 이 방은 그녀를 흥분시키는 장치까지 되어있는 곳이라는 것까지 말했다.

“제가 모든 것을 속속들이 말하는 이유는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정애씨와 잠자리를 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만남을 유지하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법을 어긴 부분도 꽤 있어 보이는데 제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 어쩌려고요.”

“감수할 결심으로 말했습니다. 저는 그만큼 진심입니다.”

정애는 그의 마음이 진심임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 마음으로 받아들여지거나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

“제게 생각하고 고민 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녀는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출입문을 나서자 낯선 차에서 낯선 운전사가 내리더니 문을 열고 그녀를 맞이했다.

“댁까지 모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