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뜨거워. 피스톤, 피스톤 해줘.”

가뜩이나 육체적으로 흥분이 절정에 올라있을 시기였다. 정애는 단번에 클라이막스로 올랐다. 그렇지만 윤철은 그녀의 몸을 잘 알고 있었다. 부르르 떠는 모습에 잠시 속도를 줄였다. 그러자 그녀는 더욱 달아올랐다. 그녀의 입술은 사정없이 윤철의 온 몸을 빨기 시작했다. 샤워를 하지 않은 몸은 땀으로 소금기마저 품고 있었지만, 사내의 땀마저 오히려 그녀를 더욱 흥분시키고 있었다.

‘넌 역시 색마야.’

윤철은 흥분으로 주체하지 못하고 온몸을 비틀며 괴성을 지르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이제 빼. 빨리 조개 빨아줘!”

그는 충실하게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이미 체액으로 뒤범벅이 된 클리토리스였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무릎을 꿇은 자세로 혀를 이용해 애무를 하면서 그의 두 손은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으으,,,,아아,,,,,윽”

흥분으로 혼미해진 그녀를 보며 그는 재빠르게 다시 삽입을 하며 한손으로 클리토리스를 애무하고 다른 손은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가슴은 그녀의 민감한 성감대 중 하나였다. 마치 실신한 듯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질끈 감았던 그녀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윤철은 이 순간이 가장 좋았다.

‘고양이 눈이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극치의 순간에 다다르면 정애 눈의 검은자가 위아래로 길어져 긴 타원형이 되곤 했다. 영락없는 고양이 눈이었다.

“그만해! 나 내일도 일해야 돼. 내일 못 걸어.”

10여분 동안 절정의 흥분 상태에 올라가 있던 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다리는 그의 허리를 감은 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나 한 번 더 올라가도 돼?”

윤철은 대답대신 피스톤 속도를 높였다.

“아아악,,,,,,싸줘!”

어금니를 깨문 윤철의 입에서도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 그에 맞춰 그녀도 정신과 육체가 함께 동반된 진정한 절정에 들어섰다.

“너무 뜨거워! 크고 딱딱해! 으으으으,,,,”

그녀는 손에 닿는 모든 것을 움켜쥔 채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길이와 굵기가 딱 맞는 거 같아.”

사정후의 피로감으로 꼼짝 않고 엎드려 있는 그의 등에 허연 다리를 걸치며, 정신을 수습하느라 한동안 누워있던 그녀가 말했다.

“이제 좀 정신이 들어? 오늘도 자기 정말 대단했어. 몇 번이나 올라간 거야?”

“대략 백번은 올라갔지.”

“그런데도 한 번 더 올라간다고 했어?”

“나는 몇 번이고 올라가.”

“자기는 참 복이 많아. 불감증인 여자들도 엄청 많다던데.”

“그 여자들은 몇 번밖에 못 올라가나보네.”

그녀의 말에 윤철은 빵 터졌다.

“이보세요. 한 번도 못 느끼니까 불감증이지.”

“어따 대고 거짓말이셔. 많이 못 느낀다는 거겠지.”

윤철은 그냥 허허 웃고 말았다.

“아참, 너 안에다 쌌지.”

“아참 그랬네. 어쩌지?”

“괜찮을까? 나 배란기인데!”

“왜 진작 말 안했어.”

“왜? 겁나냐?”

“당연하지. 너 문제 만들면 안 된다! 민주 하나로 만족하고 잘 키우세요.”

“뭐가 문젠데? 더구나 이 상황에서 왜 애 이름을 들먹이니. 또 나는 이미 네 마누라보다 더 너랑 섹스를 많이 하고 있고, 애 없는 마누라 대신 내가 네 아이 안고 나타나면 아버님은 몹시 좋아하실 테고.”

“꿈도 꾸지마라. 나 그 많은 재산 상속 하나도 못 받고 다리 부러져 쫓겨난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단다. 아니다, 우리 엄마는 자식인 나를 이겨내고 있지.”

“거봐라. 이제 우리 나가자!”

두 사람은 샤워를 마친 후 모텔을 나섰다.

일출 시간에 맞춰 첫 팀의 티오프가 시작된다. 그 시간에 첫 팀을 카트에 태우려면 골프장의 모든 임직원은 두 시간을 먼저 움직여야 한다. 코스팀은 홀컵을 세팅하고 코스를 손질하며 드넓은 골프장 구석구석에 행여 미진한 구석이 있는지 점검하고, 경기팀은 전날에 캐디들에게 배정한 팀 정보를 확인하고 그들의 준비 상황을 파악한다. 현관에 도착한 골퍼들의 차에서 받은 골프백들이 컨베이어를 통해 줄줄이 내려와 늘어선 사이를 캐디와 경기팀 직원들이 분주하게 오가며 각자에게 배정된 고객의 백을 카트에 옮겨 싣느라 여념이 없다.

정애는 아까부터 잔뜩 부아가 치밀어 있다.

“아이 씨! 시간 없어 미치겠는데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야, 아직도 못 찾았어? 그러다 너 굶고 나가겠다. 어떻게 하냐.”

“누구 미숫가루라도 타온 사람 있으면 나눠줘라. 내가 다음에 고기 살게.”

“미숫가루는 없고 여기 핫바랑 우유, 그리고 방울토마토랑 바나나 있어.”

“아무거나 줘! 미안한데 다들 나 백 찾는 거 좀 도와줘라. 니들은 팀이 한참 뒤잖아.”

밥 때를 지키기 어려운 직업 특성 때문에 캐디들은 대부분 비상식량을 챙겨온다. 그리고 서로 흔쾌히 나누며 동업자끼리의 돈독함을 다진다.

“여기 골프백이 하나 떨어져 있다.”

누군가 컨베이어 밑에서 가방을 하나 들고 나왔다. 순간 모두는 숨을 죽였다. 누구의 손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만약 컨베이어에서 가방이 떨어질 때 골프채들 중 하나라도 꺾여 부러진 것이 나온다면!

정애는 얼른 백을 받아들었다. 그렇게 찾아도 안보였으니 틀림없이 자기에게 배정된 고객의 가방일 것이다. 만약 드라이버의 목이라도 부러졌다면 열흘치의 일당이 모조리 날아가고 고객의 컴플레인으로 망친 하루가 될 것이 뻔한 일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백을 여는 그녀의 손끝으로 모여졌다.

“탱그랑”

쇠붙이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퍼터의 헤드가 동강난 것이다. 정애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른 캐디들이 나머지 장비를 점검했다. 다행인지 다른 채들은 멀쩡했다.

“내가 고객과 만나서 변상을 협의 할 테니 정애씨는 빨리 백 카트에 싣고 출발해.”

경기팀장이 나서며 진행을 재촉했다.

“예, 팀장님. 감사합니다!”

골프백의 주인은 진상이었다. 아니 4명 모두가 진상이었다.

“남의 퍼터로 어떻게 골프를 쳐. 오늘 내기 크게 걸렸단 말이야. 이름이 ‘정 애’ 외자네. 나 돈 잃으면 캐디언니가 책임지는 거야? 돈이 모든 문제도 아니지. 18홀 도는 내내 내가 받는 정신적 피해, 스트레스는 또 어쩔 건데.”

‘그럼 그냥 집에 가시던가.’

정애는 목구멍으로 튀어 나오는 말을 간신히 막았다.

“죄송합니다. 오늘 라운딩 마치시고 제가 최대한 보상해드리겠습니다.”

“정애씨 말 참 희한하게 하네. 잃은 돈은 보상이 가능하겠지만 내 정신적인 보상은 뭘로 한다는 건데. 나랑 데이트라도 해주려고?”

이건 대놓고 수작이었다. 나머지 3명도 희희낙락하며 말을 보탰다.

“야, 내 골프채도 부러졌어야 하는데! 네가 부럽다. 잘해봐라.”

현균과 연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들의 어이없는 수작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골프의 기본이 안 되어있구나.”

“네가 초보라서 잘 몰라서 그래. 골프 치러 오는 사람들 중에 매너가 제대로 된 사람이 드물 정도야. 저 사람들 신경 쓰지 말고 네 팀이나 잘 챙겨라. 너도 정애언니 바로 뒤 팀이잖아.”

“나는 준비 다 했어.”

“수고해라. 난 네 한참 뒤다.”

“알았다. 너도 수고해.”

연지가 자기 카트로 돌아간 뒤에도 현균은 계속해서 정애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 안 되는 저런 저질 골퍼가 신성한 골프장을 더럽히고 있구나.’

그는 애써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일탈로 여기고, 자신의 카트에 실린 네 세트의 골프 클럽을 점검하고 익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