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휴머져엄 5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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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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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휴머져엄 5
2022-02-08 오전 9:00 조회 635추천 9   프린트스크랩

나는 암고양이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집사가 내게 중성화 수술을 한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편안한 곳에서 혼자 안락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내가 휴머져엄을 이용해서 인간의 집에 집사를 두고 살고 있는 이유다.

 

지금 나를 지켜보고 있는 암고양이는 분명히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발정기다.

누군가 그녀와 교미를 해줘야 한다.

그러나 그 누군가가 나는 아니다.

나는 모른 체 하고 그녀의 곁을 지나쳤다.

너 낮에도 나왔었지

그녀의 말에 나는 뒤돌아봤다.

 

짧은 시간의 외출에도 나를 봤던 동료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그녀가 내게 말을 걸었기에 뒤돌아본 것이다.

그녀가 천천히 내게로 걸어왔다.

나는 그녀에게 쥐가 자주 다니는 곳을 물어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다.

,,,,볼일이 있어서

인간의 집에서 사는 네가 야생의 우리가 사는 곳에 무슨 볼일이 있었을까?’

어찌 보면 시비를 거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톡소포자충을 구하고 있어

그녀의 발길이 멈칫했다.

나의 솔직한 대답에 놀란 듯 했다.

 

우리는 잠시 동안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내가 도와줄게

고마워! 나 막연했거든

나는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니 거친 야생의 매력이 있는 모습이었다.

 

모든 생명체가 세상에 태어날 때 이유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자의성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그저 세상에 생명체로 나타났을 뿐이다.

생명체로서 목숨을 부지해야 하니 먹어야 하는 본능에 충실하게 되고, 본능에 따라 달리기 선수가 바턴을 다음 선수에게 넘기듯 후대를 생성해 낸다. 생성되어진 후대는 선대로부터 어떠한 앞으로의 삶에 대한 설명도 없이 무작정 태어나게 된다.

 

그렇게 생뚱맞게 세상에 태어나버린 생명체!

그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DNA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어야 한다.

다양하고 불편한 DNA의 요구는 때로는 생명체를 비참하고 서글프게도 만든다.

DNA의 조화로 내 곁을 걷고 있는 야생의 암고양이는 어쩌면 내게 매력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대 성향의 이성에게 이끌리는 불편한 진리.

다양성을 추구하는 DNA의 농간이다.

나도 이 농간에 걸려 옆의 암고양이에게 호감이 생기고 있다.

 

앞서서 걷던 그녀가 갑자기 몸을 숨겼다.

나도 재빠르게 뒤따라 몸을 숨겼다.

들쥐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었다.

저렇게 조심성을 가지고 이동하는 쥐는 톡소포자충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 본능은 한 번도 쥐 사냥을 해보지 않은 내게 쥐를 잡으라고 아우성쳤다.

 

잠시 후, 들쥐는 내게 목덜미를 물린 채 죽어 있었다.

비릿한 피 냄새는 내 본능을 한층 더 강하게 자극했다.

암고양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흐뭇하게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사냥한 들쥐를 길옆의 풀 섶에 버렸다.

톡소포자충이 없는 쥐를 먹을 필요는 없었다.

 

너는 배고픔을 잘 모르지?’

나는 굳이 배고픔에 익숙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

삶이 편안하고 안락한 것이 좋은지, 아니면 치열하게 살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좋은지 잘 모르지만, 어떤 방법의 삶이든 가치를 두기 나름이겠지

마치 너의 삶과 나의 삶을 투영해서 하는 말 같네. 맞아! 네 삶의 방식이 옳은지, 내 삶의 방식이 옳은지 아무도 모르지, 아니 둘 다 옳아

우리 모두가 너처럼 인간에게 휴머져엄을 감염시키고, 안락하게 살고자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큰일이지. 모든 인간들이 우리들을 부양하느라 애를 안 낳을 거잖아. 그럼 우리의 숙주가 다음 세대에 없어지는데,,,,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에는 치사율이 90%를 넘기다가 치사율이 낮은 방향으로 변이를 이뤘잖아. 모든 숙주를 죽이면, 기생하는 생명체도 멸종하는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거든! 너희는 인간들이 세대를 이어가도록 기회를 주는, 인간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야

그래. 맞아! 그것도 모르고 인간들은 우리들을 길냥이라고 비하하고 어떤 인간은 독극물을 넣은 음식을 우리에게 내줘서 죽이고 해치고 그러지

 

그녀는 말을 마치고 꼬리를 꼿꼿하게 세우더니 끝을 조금 구부렸다.

나도 꼬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끝을 조금 구부렸다.

우리는 머리를 서로 한번 부볐다.

그러다가 내가 얼른 그녀를 구석으로 밀었다.

들쥐가 나타났다.

 

이 들쥐는 몹시 방정맞게 걷고 있다.

톡소포자충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분명했다.

그녀가 재빠르게 들쥐를 물었다.

그리고 내 앞에 놓아주었다.

마치 선물이라도 주는 듯이,,,,

나는 그녀의 마음을 충분하게 이해했다.

내가 사는 방식을 존중해준다는 마음을 그녀는 행동으로 보여줬다.

 

톡소포자충을 다시 얻었지만, 나는 다음날에 또다시 그녀를 만났다.

그리고 교미를 했다.

나도 그녀의 사는 방식을 존중해주는 표시를 해주고 싶었고, 그녀가 싫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교미에 서툴러 그녀의 목덜미를 너무 세게 물어버려서, 그녀가 아파했던 것 말고는 무난한 교미였다.

그녀의 몸은 이제 배란을 할 것이고, 나도 세대를 이어가는 역할을 수행해 내게 될 것이다.

그녀는 내 행동에 충분한 공감을 나타내는 듯 꼬리를 세우고 부르르 떨었다.

나도 그녀의 이해가 고마웠다.

나는 이제 집사의 집으로 돌아가고, 그녀는 그녀의 삶을 방식을 야생에서 이어가며, 서로는 각자의 세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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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圓 |  2022-02-08 오후 1:1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너무 짧은 인연으로 끝나나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 한 회였습니다.
이제까지 써 온신 글과는 너무 다른 강한 느낌으로 남습니다.
출간하신 책 속에 들어있는 세균;휴머져엄이 이제
세상 밖으로 나와 많은 이들이 읽게 되었으면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신인 고맙습니다!
이 글은 단편으로 만들어서 곧 마치게 될 것입니다.
딸애 결혼식때 [달의금]과 이 글을 묶어서 증정본으로 만들어서 하객분들께 드렸
었습니다. 다음에 연재하게 될 [신사;야스쿠니]가 완결되면 3편을 묶어서 단행본
으로 서점에 낼 욕심입니다. 우리 기우님들의 응원에 만용을 부려봅니다!^^
예뜨랑 |  2022-02-08 오후 4:32:4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진짜 작가 이신가 보네요
저희들은 그냥 일기 쓰는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글 훌륭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신인 과찬이십니다!
이곳에 연재를 하면서 글을 처음 시작했어요. [영포인트]선배님께서 어찌나 좋은
기운을 많이 주시는지!^^ 이곳이 저는 무척 고맙답니다. 기우님들의 격려에 제가
춤을 춥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머루 |  2022-02-08 오후 5:17:5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인간의 손길이 아니면 살아갈수 없는 동물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저도 야생에서 낙오되어 뼈만 앙상한 한 동물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요즘은 제법 살이 통통하여 재롱 부리는모습이 우습기도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신인 길들였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어린왕자의 질책이 들려오는듯합니다.
생명을 보살피는 숭고한 일을 하시는군요!
힘겨운 생명들에게 [머루]님은 신이십니다^^
저도 고맙습니다!!
영포인트 |  2022-02-08 오후 5:32: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신인 💙💖💙
자포카 |  2022-02-08 오후 9:16: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지금 우리는 톡소포자충을 막 쏘아대는 서로 다른 진영의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도 서로 대화를 하고 교미를 하는데 말이죠
많은 배움을 주는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신인 이겨야만 살아 남는다는 듯이 무차별적인 공격에 서민들은 힘겹죠!ㅠ
[자포카]님의 칭찬에 이 늦은 밤에 힘이 솟아나네요!
글 좀 더 쓰고 자야할듯!^^
저도 많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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