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휴머져엄 | 나도 작가
Home > 커뮤니티 > ⊙신인
⊙신인 달의금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세균;휴머져엄
2022-01-13 오전 9:38 조회 796추천 10   프린트스크랩

할딱이는 벌떡 일어났다.

나보다 훨씬 후각이 민감한 그는 벌써 내 집사의 냄새를 맡았나보다.

정신 사납게 현관 앞을 배회하면서 어쩔 줄 모른다.

왜 저렇게 사는지 이해도 되지만, 저렇게라도 살아야 하는 할딱이가 조금 안쓰럽다.

 

내게도 이제 집사의 냄새가 느껴진다.

나는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앞다리와 뒷다리를 한껏 늘려 낮 동안 내내 잠자느라 굳어진 근육을 풀어줬다.

 

찰칵

현관문이 열리고 집사가 들어섰다.

나는 우아한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가서 집사를 맞이했다.

그사이 할딱이는 바닥이 긁히는 소리가 나도록 집사의 양다리 사이를 정신없이 드나들었다.

 

집사는 그런 할딱이를 본체도 하지 않고, 나를 번쩍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다정한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냥느,,,,잘 있었어? 하루 종일 심심했지~ 내가 맛있는 거 사왔다!”

나는 냐옹하고 예의상 대꾸를 한번 해줬다.

 

집사는 내게 부드럽고 향기로운 음식을 꺼내 주었다.

그리고 할딱이에게도 간식거리를 꺼내 툭 던져 줬다.

할딱이는 엉덩이가 실룩거리도록 꼬리를 치며, 간식을 입에 물고 구석으로 갔다.

 

나는 이제 그만 나를 내려놓으라고 꼬리를 내려뜨린 채 좌우로 가만히 흔들었다.

집사는 눈치 빠르게 나를 얼른 바닥에 내려놓았다.

잘 가르친 집사는 참 편리했다.

집사가 내 입에 넣어준 음식을 여유롭게 먹고 있는데, 집사는 가방에서 자기의 저녁을 주섬주섬 꺼낸다.

얼핏 보니 오늘도 컵라면과 김밥과 음료수뿐이다.

 

매일 저렇게 먹고, 내게는 이렇게 값비싼 음식을 먹이는 집사가 가끔은 안됐다.

그렇지만 집사는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

 

몇 일전에 나는 집사에게 휴머져엄을 더 투여했다.

휴머져엄이 집사의 머릿속에 잘 들어가 있나보다.

나는 매달 정기적으로 집사에게 휴머져엄을 투여한다.

조금 번거롭지만 이 절차는 생략해서는 안된다.

이 일을 매달 하면서 나는 따뜻한 집안에서 하루의 절반도 넘는 시간을 잠자면서 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집사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 일을 할 줄 모르는 할딱이를 보면 이 절차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집사가 내게 먹여주는 음식은 자신하건대 할딱이가 먹는 음식 가격의 두배가 넘는다.

조금 전에도 집사는 할딱이와 나를 대하는 태도가 확실하게 달랐다.

집사는 퇴근하자마자 나를 안아 들고, 직장에 다녀왔다는 보고를 했고, 할딱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음식도 내게는 먹여주고 할딱이에게는 던져줬다.

이 차이는 늘 있는 일이다.

 

나는 고양이고 할딱이는 개지만 우리는 의사소통을 한다.

물론 인간들처럼 번거롭게 입을 놀리면서 하지는 않는다.

집사가 없을 때 우리는 자유로이 의사소통을 하며 무료함을 달랜다.

 

왜 나는 냥느 너처럼 안 되는 걸까?’

할딱이에게는 항상 그 점이 불가사의다.

자기는 내 집사를 향해 충성을 다한다.

집사가 공을 집어던지면 열심히 물어오고, 항상 집사를 향해 꼬리치며 자기의 변치 않는 충성심을 매일 간절하게 호소한다.

그렇지만 나는 평생 단 한 번도 집사에게 공을 물어다준 적이 없다.

집사는 감히 내게 공을 물어오라고 요구할 생각도 못한다.

나도 집사가 내게 그런 불경스러운 생각을 가질 것으로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할딱이는 모른다.

이 모든 것이 조상 탓임을,,,,

 

향미가 저녁을 때우고 준석이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

향미는 저녁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한 끼를 때우는 수준이다.

준석이는 향미의 애인이다.

자주 내 집에 놀러 오는 준석이 머릿속에도 나는 휴머져엄을 넣어뒀다.

그래서 준석이는 올 때마다 내게 머리를 조아리고 맛있는 음식과 내 장난감을 사온다.

그러나 할딱이는 가끔씩 준석이의 발길에 차이기도 했다.

조금 난폭한 녀석이다.

 

자기야! 오늘 종일 생각해봤는데, 휴가를 못 갈 거 같아. 냥느를 두고 어떻게 가

준석이가 뭐라고 말하자 향미는 다시 말했다.

애묘 호텔에 맡겨도 맘이 안 놓일 것 같아

준석이의 말에 다시 향미가 말했다.

물론 애묘 호텔 독실로 알아봐야지

하루밤에 15만원이래. 비싸지만 냥느를 위해 쓰는 돈인데 뭐!”

 

나는 독실이라면 며칠 머물 수 있다.

향미가 다시 말했다.

할딱이는 사료 듬뿍 줘놓고, 물도 떠 놓으면 며칠은 괜찮아

이 말을 옆에서 듣던 할딱이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집사를 향해 화를 내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할딱이는 감히 집사에게 그런 마음을 먹지 못한다.

나에 대한 질투심인 것이다.

 

나는 그 마음을 충분하게 이해한다.

매일 죽어라 충성심을 보이는 자기는 사료주고 며칠 방치한다고 하면서, 나는 독실 호텔에 모신다고 하는데 어떻게 몸이 부르르 떨리지 않겠는가!

할딱이에게 나는 조금 미안했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이 모든 것이 조상 탓인 것을,,,,

┃꼬릿글 쓰기
⊙신인 |  2022-01-13 오전 9:4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산사;야스쿠니]를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전에 써 놓았던 단편 하나를 올려봅니다.
톡소포자충으로 인해 갖게 된 생각으로 글을 쓰게 되었고, '휴머져엄'이라는 인간의 뇌를
조종하는 세균을 상상했습니다.
반려견과 반려묘에 대해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프로기사가 아마 바둑을 보듯이 가볍게 대해주시기를,,,,
감사합니다!!^^  
영포인트 |  2022-01-13 오전 10:27:2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문화의 충격]이라는 표현이 적절할런지... 모르겠습니다.
통통고무망치로 머리를 가볍게 한대 맞은 듯하네요.
[신인]님의 소설이 다시 한 번 지평을 넓혔다는 느낌입니다. 응원합니다!!  
⊙신인 선배님 저 어깨를 으쓱이고 있어요!
언제나처럼 과분한 격려....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써나가겠습니다.💖💛💖💛💖
주선일 |  2022-01-13 오후 2:50:1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어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글이 아닌가? 하고 생각 듭니다
묘.. 를 키우는 딸년의 겉 모습에서 속 마음도 저럴까?.... 하는 의구심이 들때가 하두.... 많
아서 입니다
기다리면 곧 신인님의 연재글을 접할 수 가 잇겟죠?  
⊙신인 반갑습니다. 지난번 대국 감사했습니다^^
고양이는 정말 주인을 집사로 여길까? 저도 모르는 분야입니다.ㅠ
이 글 마치면 곧 다른 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많은 격려 부탁드려요~~
머루 |  2022-01-13 오후 5:04:3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랜만의 외출이군요.
신인님의 단편~ 아주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신인 감사합니다!
단편이라서 앞으로 연재 회수가 10회를 넘기지 않을것입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
자포카 |  2022-01-14 오후 9:09:0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 ~ 신인 작가님 오랫만에 글 올리셨네요
전 이제 작가님의 집사 할래요~~ㅎㅎ  
⊙신인 [자포카]님이 주시는 맛있는 간식 기다립니다,,,,냐~옹💜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