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찬가(愛煙讚歌) 2.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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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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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연찬가(愛煙讚歌) 2.
2021-12-16 오전 7:11 조회 840추천 12   프린트스크랩

애연찬가(愛煙讚歌) 2.

 

보름이 넘게 매달려 있던 감기 기운이 남았는지

한 모금 깊숙이 빨아 당긴 담배 연기가 가래를 끌고 올라온다.

컥컥 거리며 기침을 해대는데 아주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침을 심하게 하시면서도 담배를 피시네요. 호호.

두 집 건너 붙은 골목 초입에 약국 선생이다.

날씨 얘기하듯 흘려서 보내는 부드러운 말씨와 입을 동글게 모아

방긋 거리는 얼굴로 그저 인사를 건네 왔을 뿐인데,

잘못을 저지르고 숨고 싶은 아이처럼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에이! 집에서 그냥 피면 될 일을...

몇 달 전만 해도 내 방 창문 문 밖에 머리를 내밀고

의자에 올라서기만 하면 편안히(?) 필 수 있던 그 맛난 담배를

이젠 필 때마다 문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손주 아이들이 들락거리며 부터 40년 넘게 참아주던 아내가

강력한 명분과 당위성을 앞세워 가내금연을 선포했다.

내 집 문 앞에도 드디어 백기가 걸렸다.

 

50년 넘게 즐기던 평범했던 내 일상 하나가 

드세진 여인네들의 웃음 속에서 녹아내려 죄인처럼 

서럽게 몰락해가고 있다.

나에게 세상은 참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다.

확 끊어버릴까 오기가 치솟았지만 아직은 미련이 더 크다.

주머니 속에 꽉 꾸겨 쥐었던 담배 갑을 슬그머니 다시 펴놓는다.

집 앞 골목도 야금야금 금연구역이 되어가고 있다.

때린 사람도 없는데 옆구리가 맞은 것처럼 심하게 욱신거린다.

 

세월무상(歲月無常)인 이 시절에 쥐에 꼬리만도 못한

흡연에 붙어있던 권위가 사라졌음을 슬퍼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노 태우 전임 대통령에 장지가 실향민과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묘지 시설인 파주 동화경모공원으로 정해졌다는 보도가 t.v에 떴다.

보통 사람을 표방하던 고인의 뜻을 기리고 예식절차는

국가장으로 정중히 치른다고 그럴싸하게 포장은 되어있지만,

국립묘지 안장은 입도 뻥긋 못했을

자손들 얼굴엔 쓸쓸함이 진하게 묻어 나온다.

 

친구 따라 강남을 간다더니 보통 사람이라고 우기던

그 분 뒤를 따라 보통사람과는 전혀 해당 없이 세상을 휘젓고 살았던

전 두환 전임 대통령 그도 장지를 못 정하고 뒤를 이어 세상을 떴다.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은 영원히 깃들 곳이 못되기에

마치 풀잎에 내린 백로(白露)와도 같고,

물에 비친 달보다 덧없다네.

금빛 골짜기에서 꽃을 노래하던 영화는

앞서서 무상(無常)한 바람에 이끌려가고,

남쪽 누각의 달을 즐기던 사람들도

그 달보다 앞서서 세상의 구름 속에 숨었다네.

인간의 오십 년은 하천(下天)의 세월에 비한다면

한낱 덧없는 꿈과 다르지 아니하니

한 번 삶을 받아서, 멸하지 않을 자가 어찌 있으랴.

 

무사 차림을 한 두세 명의 사람들이 노래를 주고받으면서

부채로 장단을 맞추어 춤을 추는 일본 행약무(幸若舞)에서

나오는 인생 오십년의 가사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세상을 열게 했던 혼노지의 변(本能寺)

노부나가의 가신 아케치 미쓰히데의 모반으로 일본 전국시대에

한 획을 그었고 배신을 당한 노부나가가 생을 마감하며 불 속에서

춤을 추며 읇었다는 인생 오십년은 일본 소설 대망 속에 들어있다


인생 오십년을 즐겨 불렀다는 노부나가는 49세로 생을 마감했다.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전 두환 전임 대통령과 노부나가는

여러 측면에서 닮은꼴이 많은 사람들이다.

 

인생 오십년을 기준으로 삼았던 노부나가 시절로 치면 한 쪽은

90도 훨씬 넘게 살다 갔으니 두 번의 인생을 산 셈이다.

기왕지사 떠나는 길.

통 큰 배포로 과거사를 왕창 매듭짓고 깊은 상처를 남긴 이들에게

해원()을 하고 떠났다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군화 발자국 소리와 함께 피고 졌던 정객(政客)들에 끝마무리를

대강대강 덮어 놓고 이제 그도 가버렸다.

 

영광도 많지만 굴곡도 참 많은 나라다.

국가수반(國家首班)을 지내면 망명을 하던 가 암살을 당해

국민을 당혹케 하더니 몇몇 분들은 임기가 끝나면

본인 들이나 자식들이 교도소를 다녀가는 관례까지 만들었다.

그도 부족했는지 또 하나의 세월무상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

자의 던 타의 던 국가수반에 장지로 믿었던 국립묘지 안장도

이젠 확정에서 벗어나있다.

 

공과(功過)의 저울은 저마다 다른 추가 달리겠지만

장삼이사로 살아온 나 같은 사람은

너무도 급작스럽게 변해가는 이 세월이 그저 혼란스럽다.

불투명한 시절에 김 종필씨가 잘 끌어다 써먹으신

왕소군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또 생각난다.

봄이 와도 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개인사 영욕에 따라 봄이라 칭하는 관점이 불분명 하니

언제가 봄이었다고 단정 짓기도 모호한 일이다.

 

언제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었던가.

지나보니 내 좋으면 봄이요.

춥고 힘들면 그 때가 겨울이었던 것을...

 

여러 개의 옛 시절을 함께 안고 살아가는 격랑 속에서

한 두 해를 못 넘기고 지켜왔던 가치관을 수정해야만

겨우 세월의 뒷자락을 잡고 삶을 지탱해 나가는 세상이다.

하 수상힌 이 세월에 南靈草 너마저 없었다면 내 어찌 살았을꼬.

그래 내일은 어디 바람 잘 부는 공터에 나가

이놈 저놈 눈치 살피지 말고 한 번에 연이어 서너 대 쯤

연기를 쾅쾅 뿜어대며 머리가 핑 돌도록 맛 난 담배를 피워보자.

 

혹시 아는가.

짙고 푸르른 그 아름다운 연기에 취해,

띵하게 정신없이 돌다보면 내 살던 옛 제 자리에 다시 서게 될지.

 

 

 

 

 

 

 

 

*두 달에 한 번씩 약 타러 갈 때마다 금연을 약속하고,

하루 한 두 개피정도로 거의 .끊었다고 하는 거짓말을

늘 너그럽게 받아 주시는 주 박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꼬릿글 쓰기
주선일 |  2021-12-16 오전 9:55:5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일상을 되풀이 하듯 살아가는 본인에게는 깨우침이 많은 글 입니다
두번을 읽어도 새롭고 세번을 읽어도 뭔가 저~~~ 쪽에 남는 그런게 있는 글을 잘 읽
었습니다  
一圓
쓰는 이와 읽는 이에 마음이 같은 공감으로 통하면 잘 쓰지 못 한 글이라도
좋은 글이 된다더니, 정말 그랬나봅니다. 작은 글에 큰 글 값을 주셨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nhsong |  2021-12-17 오전 3:03:3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성화에 끊은 담배 다시 피는걸 모른척해주는 아내에게 미안함 마음뿐이지만 여전히 담배
를..
와 닿는 글귀가 너무 많아 다시 읽어 봅니다.
"한 번 삶을 받아서, 멸하지 않을 자가 어찌 있으랴"
해우소님! 자주 나작에서 뵙기를 간청 합니다. 감사 합니다.

 
一圓 애연찬가를 부르기는 하지만 끊어야지 하는 마음은 저도 늘 갖고는 있습니다.
금연 실패를 눈 감아 주시는 부인께서 nhsong님께 드리는 따듯한 마음이
제게도 느껴지는 듯합니다, 그 마음에 힘입어 금연에 꼭 성공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Acod주향 |  2021-12-19 오후 4:56:1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노태우와 전두환은 權力을 넘어서 개인적인 財物을 같이 취했다는 면에서
그 功過의 판단으로 후세에 그들의 復權이 논쟁거리가 될 수 있겠으나,

...春來不似春...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태양 뜨거운 여름을 봄이라 할 수 없고,
눈 내리는 겨울을 가을이라 할 수는 없듯이..

향후에, 한반도가 自由民主主義 체제로 統一이 되면,
한반도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순국한 護國英靈들이 잠들어 있는 國立墓地에
보란 듯이 뻔뻔하게 누워있는 김대중 여적은 필히 剖棺斬屍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소한의 중립의 마음은 지키시면서, 나작의 인생 이야기에 정치인(?)들의 이름을 언급하셨으리라 여기며 외람된 댓글 올립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一圓 흐르는 강물을 구경하다가 강물처럼 잠시 스쳐간 마음이
적힌 글이라 해량해주시기 바랍니다. 함께 마음을 나눠 주셔서 고맙습니다.
주향님께서도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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