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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7억 공방 8
2021-10-22 오후 8:20 조회 375추천 8   프린트스크랩

다음날 아침, 박 기대는 오늘 밤 천 두만에게 보고할 작전을 수립하기 위해 장비동에 들어섰다. 그곳에는 각 종 장비가 질서 정연하게 놓여있었다.

예초장비와 간단한 토목장비, 여러 운반도구들과 차량, 농약 살포기기, 장비 수리용 설비들......모든 장비는 그의 손길을 거쳤다. 그동안 그의 손은 모든 장비의 구석구석을 매만졌고 기능을 조율하고 수리해냈다.

오랜 세월을 자신과 같이 지내온 분신과도 같은 장비들이 들어찬 이 공간이 그의 세계였다.

이제 이 공간과 장비들에게 자신의 목숨과 골프장의 운명을 맡겨야 했다.

전투가 진행되는 과정에 천 두만과 자신이 저들을 장비동으로 유인해 들어서면, 그들은 반색을 하며, 자신들의 손에 익숙한 장비들을 활용해서 공격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천 두만이 코스관리팀 사무실에 적용했듯이 저들의 심리를 역이용해, 이곳의 모든 장비들의 성능과 기능을 뒤섞어 침략자들을 물리치도록 만들 작정이다.

장비의 전진 레버는 후진 기능을 하도록 조작하고 후진레버는 회전 또는 전진하도록 만들고, 3갱 모어와 5갱 모어 등 예초기들은 장비의 날은 들어 올리려고 레버를 작동하면 반대로 바닥으로 떨어지고, 농약 분무 장비는 조작됨과 동시에 호스가 파열되어 작동한 사람은 약물을 뒤집어쓰는 등 모든 기계와 장비들은 오히려 저들의 목숨을 노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기능이 조작된 장비로 신 연신내파의 조직원들을 혼란에 빠트려 그들에게 부상을 입히거나 무력화시켜 이곳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 기대가 장비동에서 작전을 수립하는 그 시간, 천 두만은 혼자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한 때가 있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그는 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어느 순간, 그의 내면의 목소리가 말했다.

이 전투의 결과가 어떤 것이든 나는 이제 회사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생각을 마친 그는 밖으로 나갔다. 어머니의 산소를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박 기대로부터 아내 오 연희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듣고 난 이후 처음으로 찾는 어머니의 곁이다. 그는 어머니에게 모든 일들을 말씀드리고 싶었다. 산소를 몇 번이고 둘러보던 그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엄마, 나 마음이 많이 힘들어요! 그동안 나쁜 짓을 참 많이 했네.”

울컥 해지는 마음을 달래려고 멀리 골프장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부모님의 산소를 시작으로 그 밑자락에 자신의 묘 자리를 비롯한 가족공원묘지로 만들고자 멀리서 골프장의 전경이 보이는 이곳에 자리를 잡았었다. 골프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의 눈길이 어느덧 한 장소로 향했다. 아직 비석도 없는 마치 가묘처럼 보이는 작은 무덤......

 

지난날, 박 기대에게서 친구 장 민혁의 실종과 관련된 내막을 들은 한 달여 뒤.

그는 깊은 밤에 은밀하게 인부들을 시켜 청솔코스 그늘집의 벽을 수색했다. 그리고 박기대가 말해준 지점에서 마침내 한 구의 유골을 찾아냈다. 이미 육탈이 완료된 시신은 시멘트의 독성으로 인해 까맣게 변해있었다. 의심할 여지없는 친구의 유골이 흉측한 형체로 발견되자 그의 자책감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무엇을 어떻게 바꾸거나 돌이킬 수 있단 말인가.

천 두만은 하는 수 없이 유골을 암매장하기로 결심하고, 가족묘의 먼 발치에 묻어두었었다.

 

지금 그의 눈앞에 보이는 작고 초라한 무덤 하나......

그 무덤이 그의 마음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친구야! 지금이라도 본성을 되찾아라.’

황급히 고개를 돌린 그는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다시 옛 친구의 무덤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그는 다리를 휘청이며 힘겹게 친구의 무덤가에 다달았다.

그래! 더 이상 이 친구를 외롭게 방치해서는 안 돼.’

무덤가에 쪼그려 앉은 그는 왼 팔을 들어 무덤의 잔디를 쓸어내렸다.

격정에 가득 차 요동치던 그의 마음이 점점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집에 돌아온 그는 마음에 담은 결심들을 종이에 채우기 시작했다.

평생의 동지였던 박 기대에게,

젊은 시절에 같이 살았던 아내에게,

자신의 혈육들에게,

그리고 한없이 미안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양아들과 딸에게......

천 두만은 집을 나섰다.

윤 미영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신 연신내파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골프장을 내줘서는 안 되었기에 그는 한 가지 더 안전장치를 해두기로 작정했다.

 

천 두만의 연락을 받은 윤 미영은 겁이 더럭 났다.

마음에 진 빚은 그녀에게 감히 천 두만의 곁에도 다가설 용기를 낼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런 그를 이제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수십 년 만에 얼굴을 맞댄 두 사람은 말없이 한동안 서로 시선을 피하며 앉아 있었다.

이윽고 허공에 시선을 둔 천 두만이 입을 열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그런지 몸이 많이 상했네.”

그 말 한마디에도 그녀는 울컥했다. 미안함과 서러움으로......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떨 쿤 채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그녀의 어깨를 바라보던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우리의 인연이 그렇게 밖에 안 되는 것이었소. 이제 마음에 있는 짐들을 벗어 던집시다.”

그 말에 그녀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도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한이 진하게 배어났다.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그녀의 어깨가 떨림을 멈추었다.

천 두만이 말을 이어갔다.

조만간 골프장에서 전투가 벌어질 것이오.”

그녀의 몸이 잔뜩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는 말을 이어갔다.

코스관리 업무를 아웃소싱 하던 회사가 조직이 운영하는 회사임을 늦게 알았고, 조만간 아웃소싱 계약을 해지 통보하게 되면, 저들은 무력으로 이곳을 접수하려 들 것이오. 그 때를 대비해서 당신에게 부탁을 하려고 하오. 위험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애들을 생각해서 내 청을 받아주기 바라오.”

그녀는 작은 몸동작이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에 그가 목숨을 던져달라고 해도 그러 마 했을 그녀의 심정이었다.

천 두만은 그런 그녀의 마음이 자신에게 전달됨을 느꼈다.

길지만 장황하지 않게 그녀의 역할에 대한 요청을 마친 천 두만이 먼저 자리를 떴다.

그제야 윤 미진의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그녀는 휴지로 눈물을 닦고 식어버린 커피 잔을 바라보았다.

그가 지금 몹시 절박함을 느꼈고 그로 인해 자신에게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고마웠다.

그녀는 도진이 아버지의 청을 반드시 수행해 내리라 다짐하며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 광수는 청리컨트리클럽에 대해 평가를 감정평가 법인에 의뢰했다.

자신이 추측하는 골프장의 평가금액이 있었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의 평가 자료가 필요했다.

그는 사람의 인성은 돈의 위력 앞에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액수가 커질수록 바뀐 인성은 확고해지며, 인성이 바뀐 사람은 그 스스로 자기가 인성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를 개발해, 자신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 내게 됨을 잘 알고 있었고, 그 사례를 그의 짧은 삶 속에서도 매우 많이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 합리적인 이유로 새로이 무장하고 더욱 더 새로운 가치관에 매몰되어 버린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부역한 수많은 조선인 형사들이 그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그들은 일본인 형사들보다 더 악랄했고, 동족에게 잔인했으며 독립투사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날뛰었었다.

그는 평가 법인의 평가서를 두 가지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한 가지는 사기진작용으로, 또 한 가지는 회유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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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인트 |  2021-10-22 오후 8:41:4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신인 홧하하하,,,,오랜만의 선배님 하트!^^
💖💖💖💖💖
머루 |  2021-10-22 오후 10:38:3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장민혁 으로부터 비록 의수 였지만 잃어버린 한쪽팔을 선물받고 진심으로 고마운 감정을
느꼈던 천두만 이었던것 같습니다.
지금 그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것 같습니다.
위기를 잘 넘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고맙습니다.  
⊙신인 천 두만이 늦게나마 본성을 되찾고 있는것 같아 저도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자포카 |  2021-10-23 오전 10:53:5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동안 천두만과 박기대에 인입되어 청솔컨트리클럽을 함께 운영한 독자로서 이 소설의 종착
점이 얼마 안남았다는 사실이 많이 아쉽습니다.
잘읽었습니다. 작가님  
⊙신인 네! 짐작하신 것처럼 글이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그 사랑에 힘입어 이만큼 왔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주향 |  2021-10-24 오전 8:31:3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천두만의 민혁 찾음은.....
글의 마무리 인가요?
고맙게 보고 있씁니다  
⊙신인 머잖아 종점에 도착할 듯 싶습니다.
과분하게 주신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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