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림풍운(棋林風雲)3> 신진서와 흡성대법(吸聖大法) - 1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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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청 기림풍운(棋林風雲)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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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림풍운(棋林風雲)3> 신진서와 흡성대법(吸聖大法) - 1
2020-03-01 오전 10:45 조회 2179추천 5   프린트스크랩

3. 기림풍운(棋林風雲)3> 신진서와 흡성대법(吸聖大法) - 1

- 24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


  1

  신진서 9단이 아직 체득하지 못한 바둑의 요체를 누가 전수할 수 있겠는가?

  이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박정환 9단밖에 없다.

  신진서에게 비법을 전수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실전에서 신진서를 이기는 것이다.

  눈앞이 안 보이고,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처절하게 무너뜨리는 것이다.

  쓰러져서 못 일어나면 그것으로 상황 끝이다.

  못 일어나는 자를 가르칠 방법은 없으니까.

  아니, 가르칠 의미가 없으니까.

  일어나서 다시 싸우고, 다시 쓰러지고, 또 다시 일어나서 싸우다가 또 다시 쓰러지고, 그렇게 아프게, 서럽게 배우고 깨우치는 것이다.

  배움에 왕도(王道)는 없다. 쉽고, 편안한 길은 없다.

  2020. 2월 현재 신전서의 대 박정환 통산 전적은 515, 9연속 패배 중이다.

 박정환이 맵고, 쓴 맛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 pixbay>

  신진서는 흡성대법(吸聖大法)을 익혀서 시전할 줄 알아야 역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신진서 수준의 고수는 어느 정도 흡성대법(吸聖大法), 북명신공(北冥神功), 화공대법(化功大法) 류의 상승무공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그것을 자기화, 육화(肉化)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김용의 무협지 소호강호의 걸물인 일월교주 임아행의 흡성대법(吸聖大法)은 사악한 무공이다.

  상대의 내공(內功-氣功)을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무공인데 타인의 공력을 생으로 훔치는 것이니 정상적인 무공으로 정당화될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사파의 사악한 무공으로 낙인찍히는 게 맞다.

  그래서 이 무공과 관련해서 작가는 교묘한 장치를 해놓았다.

  흡입한 내공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어렵고, 사용할수록 부작용이 크도록 창안한 것 다.

  그러나 인간 세상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흡성대법(吸聖大法)과 유사한 방법으로 전대에서 후대에게, 스승에서 제자에게, 고수에서 하수에게, 선배에서 후배에게, 부모에서 자식에게로 전수되고 있다.

  가전의 비법, 재화, 내공, 기예, 기법, 기술 등 수많은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흡성을 막을 수는 없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그런 것인데 어떻게 인위적으로 제약을 가하겠는가.

  긍정적인 흡성은 필요하다,

  문제는 부정적으로 진행되는 흡성일 것이다.

  흡성의 비법, 혹은 대법은 양날의 칼이다.

  오용, 남용하면 통렬한 부작용으로 패가망신하게 된다.

  잘 활용하면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바둑의 승부에서 패배는 패자에게 아픔을 줄 뿐 아니라, 패자의 가슴에 깊은 공허를 만든다.

  공허는 여백이다.

  나는 그 여백에 상대의 기예를 담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바둑에서의 흡성대법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강할수록 흡성의 효과도 커진다.

  패배가 뼈저릴수록 흡성의 내용도 충실해진다.

  신진서는 15번의 패배에서 많은 것을 흡성했을 것이다.

  특히 9연속 패배를 통해 신진서는 박정환이 가진 내력, 그 비전 절기를 가슴 깊이 전수받았을 것이다.

  대전을 통해 승부의 요체가 되는 비기가 신진서에게 전수되었을 것이다.

  수용, 육화의 문제는 오로지 신진서의 몫이다.

  박정환이 전한 무형의 상승무공을 자기화해서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무공으로 재창조하는 내적인 과정은 오직 신진서가 담당할 부분인 것이다.


<사진 pixbay>

  2

  세상이 변하면서 분야별로 비전의 기예와 은밀히 관리되던 정보, 자료 등이 숨김없이 공개되고 있다.

  도서와 미디어 등을 통해서 엄청난 정보가 파도처럼 밀려든다.

  수많은 분야의 고급 정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주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인류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공개의 다음 단계인 수용, 내면화가 어렵다는 데 있다.

  정보를 수집해서 쌓아두는 것은 잔뜩 먹고 소화를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자기화(自己化-내면화)하는 작업, 그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보나, 자료를 쓸 수 있게 만들어 실전, 삶의 현장에서 활용하는 것이 바로 재창조의 과정이다.

  고수는 기예의 육화(肉化)에 정성을 다하고, 육화된 기예를 적재적소에서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한 능력의 차이가 절정의 초고수와 일반적인 평범한 고수, 그리고 범인을 구분하는 경계가 된다.

  신진서는 이점에서 출중하다.

  신전서가 어디에 이를지 심히 궁금하다.

 <사진 pixbay>


  2019.11.2.
연합뉴스 최인영 기자의 공개해설 나선 이창호 조훈현 선생님은 제 목표였죠.”라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기사에서 이창호가 전하는 내제자 시절의 일화가 배움의 과정을 짐작케 한다.

  기사에서 이창호 9단은 "내제자 때 선생님과 대국한 횟수는 '여덟 판'"이라고 밝혔다.

  이창호는 내제자로 들어가 독립하기까지 7년을 지낸다. 그렇다면 지도기는 1년에 한 판씩 둔 셈이다.

  기사에서 이창호는,


  "
바둑을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달에 몇 번씩 제가 대국한 바둑의 기보를 보면서 함께 복기를 해주신 게 가장 큰 공부가 됐다.“


고 말하고 있다
.

  승부 후 나누는 복기는 과오를 확인하고, 합리적인 대응수단을 모색해보는 매우 중요한 공부 방법이다.

  기예가 높을수록 신랄하면서도, 심도 깊고, 창의력이 넘치는 복기를 할 수가 있다.

  복기를 통한 통렬한 깨우침은 실력향상에 직결된다.

  이창호는 조훈현과 수많은 실전을 치렀다.

  치열한 승부를 주고받다 보면 저절로 심오한 수준의 흡성대법이 상호간에 시전되게 마련이다.

  승부를 통해 공평하게 주고받는 것이다.

  하지만 패배가 더욱 가슴 저린 것은 분명하다.

  이창호는 말한다.

  - 중요한 승부에서 패하고도 마음이 아무렇지 않다면 그것은 이미 프로가 아니다.

그것은 인품과 무관하며 승부사에게 패배의 아픔은 항상 생생한 날것이어야 한다.

  <이창호 이창호의 부득탐승 -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에서>


  결론은
승부사에게 패배의 아픔은 항상 생생한 날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0.02.29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의 중국판이었던 세계 바둑19세 청년이 뒤집었다라는 기사가 애기가의 눈길을 끈다.

  이 기사를 통해 우리는 신진서가 패배를 수용하는 자세를 알게 된다.


   ―
바둑에 지면 언제나 울음을 터뜨렸다던데 사실인가요?


   “
그때나 지금이나 패하면 분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웃음). 인터넷 대국서 질 경우 이길 때까지 두어야 했고, 그러다가 밤을 새울 때가 많았죠. 그 무렵엔 패배 아픔을 하루면 극복했는데 요즘엔 며칠씩 가기도 해요.”


   ―
지금까지 가장 아팠던 패배를 꼽는다면?


  “
첫 세계 메이저 타이틀이 걸린 천부배 결승 최종 3(201812)이죠. 천야오예(陳耀燁·31)의 끈기에 말려 역전패한 뒤 숙소에 돌아와서도 분이 안 풀려 한숨도 못 잤어요. 그 후 바둑에 지는 날은 아예 잠들기를 포기하고 일어나 깨 있는 상태로 날밤을 보냅니다.


  이창호의
생생한 날것’, 신진서의 불면의 날밤이 심금을 울린다.

  뛰어난 승부사는 패배를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눈물과 아픔을 머금고 자신의 가슴 깊이 고이 묻어두는 사람들이다.


<사진 pix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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