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여 다니고 있었던 문학센타에 금년부터 고급영어반이 없어졌다. 영어의 초중급 수강생들이 쇄도하는 바람에 예산에 한정이 있어 상급반 수강생들을 모조리 산회시키고 중급반으로 대체를 하였다. 영어 뿐만이 아니라 일어, 중국어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영어, 일어, 중국어를 나름대로는 구사하지만 아주 탁월하지는 못 하다. 그래도 문화센타에서는 3개국어 공히 상급반에 수강해야 할 정도는 된다. 영어는 말하기 듣기가 중상 정도 되기에 외국인들과 소통에는 별 무리가 없다.

일본어는 주로 독학을 하였지만 일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은 거의 완벽한 수준이지만 반대로 한국어를 일어로 번역하기는 무척 버거운 편이다. 중국어는 내 의사 표현을 간단히 하는 정도로서 번역하거나 중국인과의 소통은 수준 미달에 속한다.

요즘 나의 하루 일과는 거의 고정되어 있다. 오전에는 문학센타에 나가 새로운 지식을 익히거나 또는 집에서 컴퓨터로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낸다. 오후에는 체육관에 나가서 탁구를 치고 저녁 시간에는 텔레비전의 뉴스나 드라마, 영화에 빠진 생활을 즐긴다.

'얼치기'는 이도 저도 아닌 부류로, 영어로는 'half and half person'이라고 한다. 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르는 것도 아닌 아주 애매모호한 상태의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내게는 중국어가 거의 얼치기 수준의 단계이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어는 같은 발음을 두고도 4성조로 구분을 시킨다. 우리나라가 1992년 8월 24일에 중국과 수교를 하였다고 한다. 그후 2년여가 지난 후 1995년 10월에 중국에 갈 기회가 생겼다. 당시는 중국어를 모르기에 필담으로 대화를 시도했었는데 중국인의 그들은 간자체를 쓰기에 나는 알아 먹을 수가 없었다.

중국 상해에서 운전기사에게 상해 임시정부에 가고 싶다고 말했더니, '关了'라고 써 주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도저히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 중국어를 배우고 난 후에 알게 되었지만 '關(빗장 관)'의 의미이었고, 차로 가면 오후 6시가 넘어서 이미 문을 닫았기에 관람이 불가하다는 이야기였었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중국 상해에 15,000평 반도체 조립공장을 세우는 중이었기에 나는 부랴부랴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였다. 당시 대만인으로 부터 약 3년간 중국어를 배웠다. 빠른 시간내 속성 과정을 밟다 보니 당시 성조를 무시하고 많은 단어를 섭렵하였었다. 이것이 중국어가 나에게 얼치기 수준으로 만들었다.

1997년 10월과 11월에 다시 중국에 갔을 때는, 그래도 중국인들과 보디 랭귀지(body language)를 덜 사용하고도 중국어로 웬만큼 소통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성조가 제대로 안되다 보니 중국인 내게 몇 차례나 재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였다. 이는 지금으로 부터 근 20년 전의 이야기인 셈이다.

얼치기로 대충 안다는 것은 때로 모르는 것 보다 더 안 좋을 수가 있다. 확실히 모르면 열심히 배워서 익히려 하는데 얼치기식으로 대충 알면 그냥 아는 것으로 치부하고 지나쳐 버리기 때문이다.

문화센타에서 중국어강사로 부터 수업시간에 내 발음이 안 좋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국어 기초가 부실하다는 사실이 내게는 상당한 부끄럼으로 다가 왔다. 2005년도에 중국에서 지사장으로 근무를 했었고 중국 노래는 4, 5개는 완벽하게 부르는데도 부실한 중국어 기초에 전혀 면이 서지를 않았다. 내 경험상 중국노래 하나를 완벽히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약 150여 차례를 반복하여 실제로 불러 보아야 한다.

나는 차제에 내 중국어 성조를 모두 리모델링 시키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내 머리 맏에는 중국어 교본을 갖다 놓았다. 수시로 성조 연습을 해보기 위해서 이다. 외국어학이라는 것이 어차피 낟알 줍기이지 호박이나 고구마처럼 넝쿨채 잡아 올리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얼치기는 밑바탕이 부실하여 모든 면에서 자신감이 없다. 그러나 마음을 다시 고추 세우고 중국어 발음 하나 하나씩을 교정하여 나가다 보면 나중에는 속도가 빨라져 내 중국어 성조의 얼치기 수준을 면할 날이 쉬이 오리라 굳게 믿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