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동북지방의 추억

오사카는 일본에서의 나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일본에 첫 발을 디딘곳이며 어학교시절과 대학을 합해서 7년간이나 지낸곳이다.

오사카는 외국이라는 느낌이 별로 없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으며, 만나는 일본사람들은 친절했고 아르바이트를 나가도 한국말을 했다.

거리는 깨끗했고 공원도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인구 일천만의 대도시는 가는곳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려서 무료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강변공원으로 나가면 또 한가했다.

한국의 정과 외국의 맛을 같이 느낄수 있는 곳, 그것이 오사카였다.

큰 아이가 태어나고 그리고 코베지진을 겪고 둘째아이가 태어났다.

대학이라고 해야 그냥 심심해서 일본어도 공부할겸 한 번 다녀 본 것에 불과했으므로 졸업을 해도 마땅히 목표가 없었다.

한국에 가도 마침 IMF시기라 욕심대로의 취직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마냥 아르바이트로 생활할 수도 없었으므로 처갓집이 있는 미야기(宮城)현으로 자연히 발걸음이 옮겨졌다.

오사카에서 1000킬로가 넘는 먼 길이었다.

생각해 보면 2년전에 처갓집에서 가까이 오지 않겠느냐는 손길이 있었다.

오라고 하는것은 일자리와 생활터전을 마련해 주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처갓집은 동북지방의 태평양을 바라보는 연안에서 어업양식을 하고 있다.

주로 호타테(가리비조개)양식을 하고 있었다.

다만 그 때는 대학졸업직후인데다 한국으로 돌아갈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절했다.

오라고 할 때 안오고 마음이 식었을때 불쑥 나타났으니 처갓집에서도 그다지 달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북지방의 뉴욕으로 불리는 센다이(仙台)시에 방을 빌렸다.

아내는 세째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8개월째였다.

다음 날부터 거의 매일 직업안정소를 방문했다.

오사카에는 일자리가 있었다.

외국인이라고 차별이라던지 그런것은 일절 없었다.

마치 이웃에 온 것 같았다.

그런데 이곳 동북지역은 웬지 폐쇄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외부인을 쉽게 받아주지 않는것이다.

직업안정소의 외국인담당의 사람좋게 생긴 남자는 매일같이 찾아오는 나를 보고 구인 회사에 사정사정하여 어떻게든 면접은 보게 해 주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사람이다.

6개월 동안에 마흔번 넘게 면접을 보았다.

단 한 곳, 땅파는 보오링현장에서 받아 주었다.

두 달정도 각 공사장을 전전했다.

월요일 출근하면 일주일동안 여관생활이었다.

일은 맨땅에 구멍을 뚫는 보오링기계의 관리였으므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고 여관생활도 나쁘지 않았다.

단지 집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몰랐다.

운전면허증이 한국것이었기 때문에 갱신을 해야 했다.

원래 한국의 국제면허증은 간단한 필기테스트만 거치고 일본면허증으로 바꾸어 주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실기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고부터 다시 간단히 바뀌기는 했으나 내가 갱신할 무렵에는 필기와 실기테스트까지 해야 했다.

실기테스트라고 해도 신규면허취득자가 아니므로 어느정도 간략화되어 있었다.

타현에서는 왼쪽도로와 오른쪽도로의 감각만 인지시키고 그냥 바꾸어 준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러나 미야기현의 운전면허센터는 지금 생각해도 지긋지긋할 정도였다.

일본은 좌측통행이다.

일단 이것을 인지시키는데 기본으로 열 번을 떨어뜨린다.

아메리카에 유학을 가서 택시운전사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어떤 일본인은 열번을 떨어지고 나서 담당경찰관과 멱살을 잡고 싸웠다.
열 번 테스트에서 지적당할만한 실수가 한 군데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열 한번째에 걸렸다.

기본은 80점이상이면 합격인데 단 한 군데만 잘못해도 불합격이다.

예를들면 좌회전때 도로의 바깥 흰색선에서 50센티이상 떨어지면 뒤따라오는 오토바이가 사이에 들어 올 우려가 있으므로 50센티이상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그 50센티라는것이 무척 어렵다.

조금 안쪽으로 돌면 뒷바퀴가 선에 걸리고, 조금 떨어지면 즉시 차를 세워서 줄자로 재어서 50센티이상 떨어졌다는 것을 즉석에서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는 한군데만 가위표를 긋는것이 아니고 관련된 항목전체가 죽죽 그어진다.

시험관의 재량으로 얼마든지 떨어뜨릴수 있는 몇군데의 함정중의 하나였다.

운전면허장에 열 몇번이나 다니는 사이에 같은 한국사람을 세 사람이나 만났다.

모두들 열 서너번에 걸렸다.

나는 열 여섯번만에 땄다. 아니 갱신했다.

중국에서 온 젊은 여성은 60번도 더 떨어졌다고 했다.

자료실을 보니(각 개인별로 서류가 보관되어 있는것이 보인다)서류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아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농어촌동네에 재해에 대비한 무선방송을 설치해 주는 회사였다.

수입이 나보다 나았다.

내 수입이 그만큼 적었다는 말이다.

얼마후 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혼자서 오사카행 야간버스에 몸을 실었다.

센다이에 온 지 7개월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