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
초읽는 소리가 들린다
이창호의 마음은 심연처럼 깊은 바다속처럼 잔잔하다
그는 그 깊고 잔잔한 바다속에 낛시대를 드리우고 반상을 깊고도 넓게 관조한다
반집승.
이미 결과는 예정되어있다
놀랍게도 이창호는 이때 이미 반상의 모든 변화를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무아지경에 가까운 담담한 심정과 놀라운 집중력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참..... 얼마만인가? 이토록 깊이 대국에 몰두할수 있다는것은 어쩌면 프로기사로써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백에게 역공을 당해 포위된 흑대마가 묘수를 연발하여 살아가자 바둑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음.....!
묵직한 신음을 흘린 콩리안은 다시 냉정한 눈빛으로 돌아가서 형세를 면밀히 분석해보았다.
대마가 워낙 커서 외부에서 끝내기로 좁혀들어가는것은 이미 승부가 안된다. 그렇다고 몽땅 살리려는것은 반반의 확률이다. 어떻게 할까?
고민은 더욱 깊어가는데 어느새 그에게도 무정한 초읽기소리가 따라오기 시작했다
흑선수. 지금부터 초읽기 들어갑니다. 하나...둘....셋.....열! 이제 초읽기 두번 남았습니다. 하나...둘....
아슬아슬하게 두번째 초읽기가 여덟을 헤아릴때 콩리안은 결심을 굳히고 단호하게 착점을 하였다
딱!
날일자 건너붙임!
이세돌이 대마를 잡기위해 미리 들여다본 호구자리를 과감히 외면하고 일부라도 살아가겟다는 수법이었다
어? 다죽이나? 그게 죽어도 이길수 있나보지? 어쩔수없는거같은데....
놀란 관전자들이 한마디씩했고...그에 답하듯 해설자가 명확하게 말했다
네..... 최선의 수입니다.대마를 다살리려는건 천하의 콩리안 이라해도 승산이 없을겁니다.그나저나 이제 형세가 문제인데요? 저기를 계속받아주는 건 맛이 나빠져서....자칫하면 대마 전체가 살아가게됩니다.
어쩔수 없었다
다 잡으러가기에는 이세돌도 역부족이었다
그렇다고 호구자리를 들여다보지 않을수도 업ㅆ었다
그곳을 흑이 먼저 놓으면 묘하게 눈모양이 나서 최소한 패인것이다
결국 서로가 최강 최선의 수순끝에 바둑은 필연적으로 여기까지 온것이다
후회도 미련도 없다
이세돌은 활화산 처럼 들끓던 투지가 서서히 식어가는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꾸벅숙였다
항복의 선언이었다
아....이세돌선수 던졌군요.!. 정말 아깝네요. 계가하면 3집정도 부족할듯 합니다만 기세상 던지기는 어려운데 역시 화끈한면이 있군요.
해설자는 이런말로 이바둑을 총평했다
정말 근래에 보기드문 격전보입니다. 관전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짜 재미를 보여준 한판이네요.  내용도 좋고올해의 바둑 후보감 이로군요.우리모두 승자는 물론 아깝게 패한 이세돌선수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보냅시다.

문득....
이창호는 깊게 가라앉은 심연의 한가운데를 자극하는 기묘한 느낌에 흠칫놀랐다
........!
마치 바늘로 콕 찌르는듯한 느낌!
그것은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되드니 점차로 묵직한 통증으로 이창호를
짓눌렀다
제길.....하필이면 지금 두통이....!
그렇다
그것은 오랬동안 이창호를 괴롭혀온 지병인 두통의 재연이었다
중요한 대국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그를 괴롭히는 원인도 확실하지 않은 이 악마구리같은 통증.
그것은 이창호가 지금까지 즐기던 심연의 깊은 근저를 사정없이 뒤흔들기 시작했다
괴롭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모처럼 찾아온 절대감이 한번에 무너지는것은 너무나 괴로운 느낌이었다
이창호의 이마에 식은땀이 배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도 이창호의 그런내면의 변화는 짐작치도 못한다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이창호가 그 고통을 내색하지 않고있기때문에....
그순간 장풍은 이창호의 한간뛴 모양을 외부에서 들여다보았다
이창호는 노타임으로 꽉이었다
그리고 그순간 아차....! 이창호는 내심 외마디 비명을 흘렸다
그곳은 미리보아두었든곳으로 이을곳이 아니라 밑에서 밀어서 반발할곳이었다
흑이 치받으면 다시 위에서 밀어가고 흑이 늘어서면 그때이으면 되는 자리였는데....
그냥 이은것은 명백히 활용당한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격렬한 두통의 충격이 순간적으로 이창호의 사고를 마비시켜버린것이다
흑이 곱게이어주자 장풍은 재빨리 이번에는 2선으로 날일자하여 백이 받자 꽉이어버렸다
그러자 의외로 그곳은 생각지못한 백의 집이 붙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급격하게 승부의 추가 백에게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반집....?
네.
이창호의 소근거리는듯한 작은 질문에 장풍은 다소곳이 머리를 숙였다
계가를 마친 결과는 백반집승 이었다
그것은 두사람다 이미 알고있었든 사실이었지만....
그렇군 반집이었어....
이창호는 새삼 이제 알았다는듯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
장풍은 그런 이창호를 바라보면 내심 깊은 감명을 받았다
대국이 끝나고 악몽같은 두통이 거짖말처럼 사라진 이창호의 표정은 너무나 맑아보였다
그 평온한 눈빛과 표정 어디에도 방금전의 억울한 패배가 주는 승부의 얼룩짐은 한점도 엿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최선을 다한 승부에 대한 만족감도 아니었다
그모든것을 초월한 담담한 표정. 그입에 미소라도 한줄기 머금는다면 흡사?
석불(石佛).
그렇다 이창호는 석불과 같은 사람이었다
장풍은 과연 이창호라는 이거인이 왜 그토록 자신들 중국인들에게 오래도록 존경을 받아오고있는지 그 이유를 이제는 알것 같았다
잘 배웠습니다.
그는 이창호를 향해 프로기사로는 드물게 진심을 가득담고 머리를 깊이 숙였다